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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호미곶에서 일출을 보다 ‘일출을 본 적이 있는가?’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럼 있지.’ 라고 쉽게 대답은 할 테지만, 막상은 떠오르는 그림이 머릿속에는 없다. 아마도 어릴 적 수학여행 시절을 지나고 나면서 이러저러한 여행을 다니긴 했지만, 일부러 일출을 보러 다닌 일은 없었고, 해마다 먹는 나이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뱃살만큼 게으름도 더해져, 어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좀처럼 쉬운 일인가 말이다. 늘,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이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불현듯, 그 아름답던 젊은 시절의 눈부신 기억이 바래져가고 있음을 느꼈을 때, 그래 그 황홀했던 풍경을 다시 망막(網膜)에 담아보는 것이다. 밤 11시에 출발... 어느 휴게소에서 잠을 자고 있는 화물차들... 내가 포항 시내를 지나 호미곶을 향하여 자동차 액셀러레이터에 .. 더보기
[性物紀行] 관악산 남근바위 와근석과 애물 관악산은 초행은 아니다. 한강 이남 쪽에서 학교를 다닌 탓에 소풍을 간 적도 있고, 그저 친구들끼리 놀러 간 적도 있다. 정상엔 아마도 딱 한 번만 올랐을 뿐이고, 계곡에 발만 담그고 온 적도 있을 것이다. 이번이 몇 년만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오랜만에 만나는 관악이다. 하지만 여태 난 관악산을 서울대 옆으로만 다녔지 다른 코스가 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하였다. 지금껏 북한산이나, 도봉산, 수락산을 다니며 코스가 여럿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미처 생각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 되는 것이다. 하여 처음이 아닌 관악산을 오르면서 난 사당능선이라는 초행길을 올라야 했다. 이번에 만날 남근석을 가장 빨리 찾을 수 있는 루트가 사당능선이기 때문이었다. 사당역에서 관음사로 가는 길, 승방길. 사당역에 내려 우선.. 더보기
캄보디아 씨엠립 평양랭면관의 놀라운 공연 여행에 있어 먹는 것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그동안 이어왔던 관광지에 이어 캄보디아 여행시 먹었던 음식들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먼저, 옵션으로 추가비용이 들었던 평양랭면관이다. 냉면 한 그릇 먹는데 뭐 옵션으로 몇십불을 내고 먹어야 하냐 하겠지만... 실상 가서 달랑 냉면 한 그릇만 먹고 오는 것은 어니었다는 사실... 캄보디아 말고도 중국의 상해나 북경에도 평양랭면집이 있으나 이번 경험으로 파는 곳마다 냉면맛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 하긴 전주가도 식당마다 비빔밥이 다르고 콩나물해장국이 다르지 않던가? 넓은 주차장을 가진 평양랭면관의 전경이다. 낮에는 보시다시피 매우 한갖지다. 아마도 냉면을 먹으려는 현지인이나 교포들만이 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 같은.. 더보기
[性物紀行] 수락산 남근바위 천하제일 관악산엘 갈까? 생각도 했다. 안양 삼막사엔 또 유명한 남녀근석이 있다 했다. 그리고 또 수락산에 천하제일의 남근석이 있다고 들었다. 산은 눈이 내리기 전에 다니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태 강북의 것들을 뒤지고 다녔으니 일단 한강 이남은 후에 돌기로 하자고 수락산행을 결정하였다. 다행히도 수락산은 제법 젊은 전철권인 7호선을 이용하여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철 이용시간만 한 시간이 넘으니 까딱하다간 하루 종일 걸릴 일이다 싶었다. 게다가 정확한 위치도 모르지 않는가? 대충 인터넷을 찾으니 수락산 하강바위 부근에서 정상이거나, 일전에 불암산 부용바위에서 만난 등산객이 알려준 정상에서 깔딱고개 가는 길 어드메쯤 있겠다 싶어 부근에서 물어보면 아는 이가 몇은 나오겠지 기대하고 산행을 출발했다. 수락산의 정상.. 더보기
캄보디아 최대의 인공호수 서바라이 바라이는 인공호수로 물이 말라서 땅이 되어 버린 동바라이와는 달리 호수가 마르지 않고 지금까지 보존되어 왔으며, 배를 타고 호수 안에 있는 서메본사원의 흔적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똔레삽과는 비교할 것도 안되는 크기의 호수지만, 막상 배를 타고 물위에 오르면 그 크기가 실로 사람이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양감이 느껴진다. 프놈바꼥에서의 일몰을 놓치고 그래도 뭔가 아쉬워 하는 내게 기회를 주려는지, 가이드는 일부러 약간은 늦은 시간에 서바라이를 찾게 했다. 서메본은 일찌기 무너져 내려 그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현재는 보트를 타거나 수영을 즐기는 유원지로 되어버린 듯 하다. 유원지에 먹거리가 빠질소냐... 물고기, 개구리, 닭 등이 나무에 꿰여 구워지고 있었다. 이게 얼마만에 먹어보.. 더보기
[性物紀行] 이름난 기도터 인왕산 선바위 서울 도심에 있는 명산 인왕산에 있는 선바위는 매우 잘 알려진 기도터이다. 조선 개국과 더불어 무학대사와 이성계 그리고 정도전에 연관된 이야기도 흐르고 그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영험한 기운이 넘쳐 흘러 곳곳에서 소원을 비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성물기행’의 타이틀에는 사뭇 주제가 다를 수 있겠으나 인왕산 선바위 역시 기자신앙의 중심에 있는 곳이므로 찾아보기로 하였다. 이쪽으로 나오면 안 된다. 그냥 찍어본 거다. 인왕산 선바위는 여태의 다른 성물에 비해 찾아가기가 참으로 수월하였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 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선바위길’, ‘인왕산 국사당’, ‘선바위’ 등의 친절한 표지판이 갈 길을 안내해 준다. 낮은 주택가 건물 사이를 지나면 무악동사무소가 나오고 그 옆.. 더보기
동양 최대의 호수 똔레삽의 사람들 앙코르의 관문 씨엠립에서 남쪽으로 15km 정도를 내려가면 똔레삽이라는 거대 호수가 있다. 이는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에 다음 가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호수로 주변의 캄보디아 인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생명의 원천이다. 우기 때는 그 면적이 건기의 여섯배로 늘어난다고 하며, 그 속에 살고 있는 풍부한 어족자원으로 주민들에겐 일용할 양식의 보고가 되는 곳이다. 수평선이 보이는 호수 똔레삽. 고작해봐야 산정호수나 청평호 정도나 둘러본 기억이 있던 나는 일찌기 경험하지 못했던 그 드넓은 광경에 사뭇 공포감에 빠지기도 했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이지만 다시금 지난 기억을 더듬어 보는 지금도 그 두려움의 찌끼가 남아있다. 씨엠립으로부터 남쪽으로 차를 타고 30분 정도를 달리면 똔레삽 호수가 나온다. 위 사.. 더보기
[性物紀行] 북한산 족두리봉 알터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알터’란 말을 알아보자. 알터란 바위에 패여 있는 동그란 구멍이나 그보다 더 넓은 자리로 자식을 얻기 위한 기원, 즉 기자(祈子)나 기복(祈福)을 염원하던 곳을 말한다. 이른바 ‘성혈(性穴)’이다. 이 알터는 여성의 성기를 뜻하기도 혹은 여성의 자궁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앞서 공개한 성물기행 두 번째 편인 안산의 남근바위(까진바위) 앞의 작은 바위 상단에 있던 알터를 보았고, 다섯 번째 편인 중계동 여근바위 부용의 우측 상단에 있는 알터를 보았다. 이 두 알터는 규모가 작아 여성 성기에 가까운 느낌이다. 서울 안산 남근 바위의 알터 중계동 여근 바위 부용의 알터 독박골 미륵암의 알터 북한산의 많은 봉우리 중 작지만 나름 특징 있는 곳인 족두리봉에 제법 커다란 알터가 존재하.. 더보기
[북경] 북경의 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북경미식여행의 공식적인 마지막 코스였다. '북경의밤' 중국요리와 함께 멋진 공연이 펼쳐진다고는 했지만, 머리에 그려지는 뭔가가 없다보니 사실 별 기대를 갖지는 못했다. 그런데... 공연장에 당도하여 보니, 그 규모가 상당하다. 오호... 이거 극장식 쇼로구나. 지난 기예단과는 품격이 다른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식적인 명칭은 '北京之夜 Beijing Night Show'가 되겠다. 여기서는 8가지 정도의 요리가 나왔는데, 이미 여태 다니면서 많은 요리들을 먹어왔기에 그다지 특별하다거나 정말 맛있다거나 하는 느낌은 갖지 못했다. 하지만 별 기대도 안 했던 공연은 여태까지 그리 화려한 공연은 못보았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물론 중간에 다소 아쉬운 장면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었을 만.. 더보기
앙코르톰 안의 두 개의 테라스, 그리고 앙코르톰안에는 두 개의 테라스가 존재한다. 근데 이 '테라스'란 말을 들었을 때는 그 존재형태가 잘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얼핏 테라스는 그저 커다란 양옥집 혹은 근사한 양식집에서나 보는 집밖에 있는, 지면과 구분된 단층을 이루는 공간을 떠올리기가 십상이라 '코끼리 테라스' 혹은 '문둥왕 테라스'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도무지 어떤 모습일까 상상이 되지 않았다. 또는 이전에 미리 보아둔 사진을 보더라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은 직접 눈으로 보고 나서야 그 개념이 이해되었다. 코끼리 테라스는 앙코르톰의 중심인 바이욘 사원과 북문의 사이에 커다란 광장을 마주하고 있는 제법 큰 규모의 단이다. 쉽게 말해 왕의 사열대 정도로 보면 이해하기가 쉽겠다. 사진에서 보듯이 테라스는 인드라가 타고 다닌다는 .. 더보기
[性物紀行] 북한산 자락 독박골 천녀바위 아시죠? 인연이 있으면 만날 거예요... 집에서 그다지 멀지않은 곳에 영험한 ‘천녀바위’가 있다는 사실이 난 놀랍고 신기했다. 게다가 인터넷을 검색해 본 결과 이에 대한 자료를 딱 한 개 발견했으니 이만하면 그 희소성에 가치를 두고도 싶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책(한국의 성석)에서나 인터넷 게시물에서나 천녀바위는 매우 기괴한 모양을 지녔다. 한 뼘도 안 되는 사진에서도 그 그로테스크함에 어떤 기운을 느끼게 되는데, 실로 눈앞에서 본다면 얼마나 감정이 울렁거릴까. 카메라를 배낭에 넣고 길을 나섰다. 독박골이란 이름의 유래는 잘은 모르지만, 내가 은평구에 이사 오기 전부터 독박골이었다. 근처에 있는 독바위라는 지명은 족두리봉으로 많이 알려진 수리봉 정상에 독을 엎어놓은 큰 바위가 있어 지어진 이름이란다. 그.. 더보기
[방콕/파타야] 한정식은 이제 그만 여행을 다니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유의 요리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이 현지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것에 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상품은 현지식을 잘 못 먹을 여행자를 생각한 것인지 점심의 경우 한정식을 준비해놓은 경우가 많다. 물론 관광지에서의 현지식 역시 많이 방문하는 손님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이 된 경우도 많지만. 아무튼 방콕 파타야 여행의 마지막 이야기로 현지에서 먹었던 한정식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겠다. 이번 여행의 식사는 대개 이랬다. 아침 - 호텔 뷔페식 점심 - 한정식 저녁 - 현지식 많은 상품여행이 대충 저런 형태를 가지게 된다. 일전에 갔던 북경미식여행의 경우는 아침 호텔식.. 더보기
[앙코르톰] 바이욘, 그곳은 신들의 세계 아마도 캄보디아에 다시 간다면 난 이것 때문일 것이다. 애초에 바이욘에 대해서는 기대감이 별로 없었다. 그것은 일단 바이욘에 대해서 제대로는 커녕 대충이라도 알지 못한 까닭이었고, 아름다운 반떼이 쓰레이와 웅장한 앙코르왓에 취해 기간중에 다시 한 번 더 그곳들을 들러 볼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을 따름이었다. 한 번 둘러봤다고는 하나 사진만 찍느라고 세심하게 관찰을 하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바이욘에 들어선 순간 난 아득하게 그들의 세계에 빠져들어가 반떼이 쓰레이나 앙코르왓보다도 더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고 말았다. 기대감이 없는 상태에서 맞이하였으니 그 충격은 더 컸다. 실로 눈앞에 펼쳐진 그 커다란 얼굴들의 향연이 주는 감동은 의외의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아직까지도 바이.. 더보기
[북경] 북경 수도박물관 3일차 첫 일정은 북경의 수도박물관으로 시작이 되었다. 애초에 수도박물관은 이곳에 없었다. 가이드가 그것도 모르고 원래 있던 장소로 갔다가 이전했다는 말에 계획에도 없던 곳을 관광하기도 했다. 아무튼 2006년부터 새로 오픈을 하여 개관을 했다고 하는데, 이전엔 낡은 옛건물이었지만, 새로 지은 박물관은 현대적 건축물에 전통적인 미를 가미한 듯 보인다(잘은 모르지만 ^^;;;). 수도박물관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수도인 북경에 관련된 역사적인 유물과 자료 등을 전시 관람하는 곳이다. 이밖에도 그때그때 다른 여러 가지의 이벤트 전이 행해지고 있는데, 마침 우리 일행이 방문했을 때는 '고대인도 유물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빡빡하여 수도박물관의 기본 전시물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쉽기만 하다. 동행한 .. 더보기
태국의 전봇대는 네모나다 태국 3박 5일의 일정은 마지막 날, 파타야에서 방콕으로 가는 도중에 있던 코끼리 트레킹 농장을 마지막으로 관광이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는 방콕으로 가서 한국인이 하는 한의원이나 관광버스를 제공해준 쇼핑센터에 들르거나, 무지무지하게 높은 빌딩의 고층에 자리한 보석센터 등을 찾아가는 것이었죠. 뭐 강요를 하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의 말에 다들 한두 가지씩은 구입을 했다. 쇼핑도 여행을 하는 한 가지 재미일 수 있으니 사고싶은 마음에 재량껏 구입을 하는 것이야 나쁜일이 아닐 것이다. 단지 강요나 바가지가 있다면 큰 문제겠지만. 보석숍이 있는 고층 건물에서 내려다 본 방콕 시내 아무튼지 태국여행기를 마무리 하면서 태국을 다녀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거나 혹은 모를 수도 있는 태국.. 더보기
[性物紀行] 중계본동 불암산 자락의 밑바위 부용 불암산에 있다는 여근석을 찾아보았다. 이미 수락산이나 불암산의 등산객들에겐 ‘여성봉’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동네 사람들에겐 ‘밑바위’로 불렸다고 한다. 미리 보았던 사진으로 따지면 ‘봉’이라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지형이다. 결국 현장에 가봐야만 확인을 할 수 있을 터, 어느 구름 많은 날에 바위가 있다는 중계동으로 출발을 했다. 상계,중계,하계동은 모두 노원구에 속한 동이다. 조선조엔 경기도 양주땅이었던 것이 1963년 서울시 성북구에 편입되었고, 73년 도봉구가 분리되어 여기에 속하다가, 88년 노원구가 분리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동이름에 ‘계(溪)’자가 들어 있는 것은 도봉구와 노원구 중간을 흐르는 ‘한천(漢川)’을 말하는 것이며, 시내의 상부에 있어 상계동, 중간에 있어 중계동, 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