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엘 갈까? 생각도 했다. 안양 삼막사엔 또 유명한 남녀근석이 있다 했다. 그리고 또 수락산에 천하제일의 남근석이 있다고 들었다. 산은 눈이 내리기 전에 다니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태 강북의 것들을 뒤지고 다녔으니 일단 한강 이남은 후에 돌기로 하자고 수락산행을 결정하였다.

다행히도 수락산은 제법 젊은 전철권인 7호선을 이용하여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철 이용시간만 한 시간이 넘으니 까딱하다간 하루 종일 걸릴 일이다 싶었다. 게다가 정확한 위치도 모르지 않는가? 대충 인터넷을 찾으니 수락산 하강바위 부근에서 정상이거나, 일전에 불암산 부용바위에서 만난 등산객이 알려준 정상에서 깔딱고개 가는 길 어드메쯤 있겠다 싶어 부근에서 물어보면 아는 이가 몇은 나오겠지 기대하고 산행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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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의 정상
저기 어드메쯤에 천하제일이란 남근바위가 있으렸다...


수락산은 이름만 들었을 뿐 이리 직접 찾기는 처음이었다. 북한산에서 도봉산 다음이 수락산 그리고 불암산이 이어진다. 우리나라 산엔 왜 이리 암벽과 바위가 많은 것인지 수락산도 다를 바가 없다. 전철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와 안내표지판대로 따라가니 수락산 입구가 나왔다. 아래에서 바라보는 수락산은 암봉이 몇 개가 되어보였다. 그중 정상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였으나 뭐 내가 정상에 오르려는 것도 아니고 제발이지 빨리나 눈에 들어왔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여태 가장 고생을 했던 것은 독박골의 천녀바위였다. 산이 험해서라기 보다는 아예 캄캄한 곳에 있었기에 헤매느라고 힘들었다. 첫 번째 여성봉도 임은 들었으되 정상에만 다다르면 보이는 것이라 지금 생각엔 그다지 어려운 바는 없었다. 이렇게 위치가 확연한 것은 가는 길이 힘들었어도 쉽게 찾을 수 있었기에 어렵지 않았으나 위치를 대충만 파악하고 갔을 경우가 늘상 문제였다.

우선 정상까지의 빠른 코스라 생각되는 깔딱고개를 오르기로 했다. 사실 달리 아는 길도 딱히 없으니 그저 사람들을 따라갈 뿐이다. 일단 정상으로 향하자. 깔딱고개 가는 길에 있다고 하니 거꾸로 간다고 안 보이는 것은 아닐 게다. 내심 이른 조우를 기대하며 산을 올랐다. 겨우 1,2주에 한 번씩이나 오르는 산이니 여전히 어렵고 힘들고 땀 빠지고 숨 가쁘고 그렇다. 평일이기는 하나 수락산이 그래도 높은 산인지라 곳곳에서 찾아오는 등산객이 꽤 많았다. 덕성여대 생활관을 지나 숲해설로를 우로 하고 지나쳐 깔딱고개를 향하여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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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이지만 수락산을 찾는 등산객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고개를 향하는 길은 제법 가파른 경사였다. 숨이 깔딱깔딱 넘어가는 게 왜 이름이 그런가 실제 가보니 알겠다. 고갯마루에 오르니 정상 까진 900미터가 남았다. 생각 외로 쉽게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시간이 남으면 뭐 한 번 찾기도 힘든 산인데 정상에도 올라보자는 생각이었다. 붉은 단풍은 이미 말랐지만, 산을 오르는 와중에 간간히 내려다보는 산 아래의 숲은 울긋불긋 바랜 빛깔로 채색이 되어 있었다. 어디가 어딘지도 알 바 모르지만 이렇게 탁 트인 전망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 그 잠깐은 세상 시름을 잊는다. 단, 싸구려 등산화가 발을 조여오는 것이 갈수록 불편해진다. 아, 이번에 내려가면 비싼 것은 아니더라도 돈 좀 들여야겠다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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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보이는 끝이 깔딱고개다. 하늘을 향해 오르는 기분이다.


파란 하늘 아래 울긋불긋한 숲, 그 사이를 알록달록한 점퍼를 입은 아주머니들의 행렬. 산에 익숙한 홀로 등산을 나온 아저씨는 그들이 만만한 것인지 그리 나쁘지는 않은 농을 건넨다. 역시 그 농이 싫지는 않은 듯 서로 주고받는다. 산을 다니다 보면 어렵지 않게 보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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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바위 부근에서 본 수락의 단풍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뭔가 길죽한 것은 다 남근이요, 세로로 길게 갈라진 것은 여근처럼 보인다. 하지만 뭐 내 혼자 그런다고 뭐가 딱 되는 것은 아니고 목표를 찾지 못한 아쉬움에 아무 거든지 엄한 바위에 대고 그려보는 것이다. 가는 길 도중에 독수리 바위를 만났다. 얼핏 어떤 이가 이를 남근석이라 하던데... 아차! 딱 그러고 보니 위치가 정상과 깔딱고개 사이다. 그렇다면 불암산의 아저씨도 이것을 남근석으로 본 것은 아닐까?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일단은 정상으로 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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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바위를 구경하는 등산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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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의 눈과 부리 날개가 보이는가?


가는 길에 얼핏 불룩한 바위가 있어 돌아보니 철모바위라 부르는 것이었다. 뭔가 불룩하게 나온 바위는 보이는 대로 살펴보았으나 미리 보아둔 ‘천하제일’은 아니었다. 어느 덧 정상은 코앞으로 다가오고 분명 남근바위는 정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공연히 꼭대기 오르느라 힘쓰지 말고 일단은 유력한 용의자 하강바위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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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불뚝한 바위를 난 내가 찾는 무언가로 착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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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은 철모바위였다.


하강바위는 정상의 반대편에 있었다. 능선으로 이어져 있지만 가는 길이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다. 코끼리 바위를 지나 하강바위 앞에 이르렀으나 여전히 엄한 바위에 빗대어 볼 뿐 정작 주인공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거 어쩐다... 산이라도 낮으면 다시 온다고 하지만 2차 방문을 하기엔 너무 힌든 일인 걸... 그래 일단 지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나 보자. 하여 능숙하게 산을 오르락 하는 한 아주머니를 불렀다. 능숙한 만큼은 이 산을 자주 찾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예상만 적중했을 뿐 금시초문이란다. 수락산은 자주 찾지만 남근석은 처음 듣는다는 얘기다. 어쩌나 잠깐 고민하다 하강바위 저편에서 넘어온 듯한 남자 등산객에게 물었다.

혹시 오시는 길에 남근바위 보셨나요? 하강바위 부근에 있다는데요?
 
아, 그거 저리 돌아가면 있어요. 바로 길에 있어서 찾기 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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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바위라고도 불리는 하강바위
저 바위를 돌아가면 남근 바위가 보인다.


아, 결국 나는 잘못된 정보로 하강바위와 정상, 깔딱고개 사이만을 정처 없이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정작 남근바위는 정상방면에서 하강바위 넘어나 돌아가면 바로 있는 것이었다. 결국 찾고 보니 멀리서도 그 대가리는 보이는 바위였던 것이다. 에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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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불쑥 솟아오른 저 거대한 돌덩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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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아무튼지 찾고 보니 실로 대단한 위용을 지닌 바위다. 수락산의 정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두세 번째는 높은 암정 옆에 붙어 하늘을 향해 불쑥 고개를 들고 선 모습이 영락없는 거북이 대가리다. 굵기에 비해 길이는 짧은 듯하나, 생김에 있어 막 솟아오르는 듯한 속도감이 느껴진다. 거기에 묘하게 안착되어 있는 커다란 고환 부위는 넘쳐나는 생산력을 암시하고 있는 듯 보인다. 가히 ‘천하제일’이란 이름은 공연한 것이 아니었다. 여태 찾아본 것 중 가장 높은 곳에 가장 멋들어지게 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다. 그리고 바위에 오를 수도 그 밑 사타구니(?)를 통해 오갈 수도 있으니 오가는 사람마다 신기함에 감탄을 내지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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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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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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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 제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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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근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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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물이지만 우연치고는 참 묘하다. 어떻게 그리 생겨날 수가 있는지 말이다. 항간엔 이놈의 짝을 불암산의 여근바위 부용과 연관짓기도 한다. 능선에 따라 이어져 있는데다가, 남근석은 환한 하늘 아래 태양의 정기를 받고 있고 여근석은 산기슭 수풀 나무 그늘에 가려 땅의 정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있으니 짝이라 친다면 이처럼 어울리는 짝도 없을 것이다. 도봉산의 여성봉도 있으나 수락산의 이놈과 마찬가지로 하늘을 향해 쩍 벌려 있으니 그 기가 강해 음양의 조화가 맞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즉 궁합이 맞지 않는다. 이렇게 내 뜻대로 생각을 해보았으나 주인공을 찾은 뒤로는 하산길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찾았으니 다행, 마음은 가볍게 다소 다리를 절뚝거리며 산을 내려가니 4시가 다 되었다. 어중뜨게 산을 오른 바람에 제대로 끼니도 못 먹었기에 오랜만에 돼지국밥이라는 간판에 현혹되어 식당을 찾았으나 기대와는 차이가 많이 났다. 음식맛이 기본적으로 훌륭해야겠지만, 힘들게 내려온 산길에 몸이고 입맛이고 모두 지친 까닭도 클 것이다. 늘 현재가 가장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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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강바위벽에 붙어있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바위
(필자 맘대로 붙여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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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바라 본 수락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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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서 만나는 천상병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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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허기를 채워준 돼지국밥.





* 본 포스트는 연애통신(www.yonae.com)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Posted by 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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