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은 초행은 아니다. 한강 이남 쪽에서 학교를 다닌 탓에 소풍을 간 적도 있고, 그저 친구들끼리 놀러 간 적도 있다. 정상엔 아마도 딱 한 번만 올랐을 뿐이고, 계곡에 발만 담그고 온 적도 있을 것이다. 이번이 몇 년만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오랜만에 만나는 관악이다.


하지만 여태 난 관악산을 서울대 옆으로만 다녔지 다른 코스가 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하였다. 지금껏 북한산이나, 도봉산, 수락산을 다니며 코스가 여럿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미처 생각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 되는 것이다. 하여 처음이 아닌 관악산을 오르면서 난 사당능선이라는 초행길을 올라야 했다. 이번에 만날 남근석을 가장 빨리 찾을 수 있는 루트가 사당능선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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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역에서 관음사로 가는 길, 승방길.


사당역에 내려 우선 관음사를 찾았다. 언제나 그렇듯 산행길에는 나뿐만이 아니다. 홀로 씩씩하게 향하는 사람들, 동행을 기다려 함께 오르려는 사람들이 남녀, 혹은 동성끼리 무리를 이루었다. 필자야 늘 그랬듯이 혼자다. 관음사 입구에 도착했으나 정확히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사찰을 관람할 여유는 부리지 못했다. 등산 경사로 입구에서 이전처럼 헤매지나 말기를 바라며 등산화 끈을 조여 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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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근 바위는 어디에 숨어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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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봉이 이곳 외에 또 하나 있었다.


관악산은 바위가 무척이나 많았다. 때문에 여태의 다른 산들에 비하면(물론 경로마다 다를 테지만) 오르는 길이 험했다. 일단은 드러누운 물건이라는 ‘와근석’을 찾기로 했다. 그러자면 우선 하마바위와 목탁바위를 지나야 한다. 하지만 생전 이 길을 다닌 일이 없으니 어느 놈이 하마인지 또 목탁인지 알 바가 없다. 해서 눈에 보이는 커다랗거나 둥근 바위만 보면 이놈이 그놈인가 살펴보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것은 참으로 바보 같은 일이라는 것은 하마바위 푯말을 보고서야 알았다. 암로를 한참이나 오르고 산길을 몇 번을 오르고 내리자 연두색의 푯말에 ‘하마바위’라 적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과연 그 모양이 듬직하거나 우둔해 보이는 하마를 닮았다. 그 위에 오르니 또 하마 한 마리가 있다. 무얼 보고 하마바위라 하는지 공연히 앉아있는 등산객과 갑론을박 해보았으나 결론은 나지 않았다. 뭐 다들 제 눈에 안경인지라 우기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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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하마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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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바위 위에서 내려다 본 관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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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바위를 지나면 나타나는 목탁바위.
혹자는 웃는 하마 얼굴이라고도 한다.


하마바위를 지나자 바로 확연히 알 수 있는 목탁바위가 서 있다. 혹자는 이를 웃는 하마 얼굴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뭐 또 그리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허나 둥글고 갈라진 모양이 목탁이라 불러도 누가 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라 할 사람이 있겠는가. 아무튼지 이 바위를 지나 마당바위를 가기 전에 와근석이 있다. 사전에 찾은 정보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니 이거 또 언젠가처럼 헤매지는 않을까 사뭇 걱정이 앞섰다. 하마바위에서 갑론을박하던 어르신이 이미 마당바위의 위치는 알려주었으니 바위에 이르기 전에 와근석을 찾으면 되는 것이었다. 일단 마당바위가 멀찍이 보이는 바위군에 발을 올렸다. 바쁜 산행길에 빨리 길을 가지는 않고 사방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가니 지나는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친다. 내 생각에도 좀 그렇긴 하다. 하지만 뭐 내가 관악을 찾은 목적은 정상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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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숨은그림찾기라고 하는 듯하다.
 누워있는 잠지가 보이는가?


바위에는 이미 때가 때인지라 싸가지고 온 먹을거리를 꺼내어 허기를 채우고 있는 등산객들이 여럿 보였다. 이미 먹을 건 다 먹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빨리 찾고 언능 내려가 짜장면이라도 후루룩 배를 채워야겠다하고 계속 두리번거리는데, 이렇게 손쉽게 만날 줄이야.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의 뒤편으로 힘차게 뻗어있는 남근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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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근석(臥根石)’은 말 그대로 누워있는 모습이라 눈에 띄지는 않았다. 어쩌면 숨은그림찾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바위면 한쪽 편으로 길고 울룩불룩하게 근육과 힘줄이 표현된 모습으로 위에서 내려다 봐야만 찾을 수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봤을 때 누워있어 보이니 와근석이지만 발기가 아닌 것은 아니다. 이것은 마치 물구나무선 남자의 발기된 그것을 보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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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바위에 대하여 아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 마침 부근에서 쉬고 있는 어르신 한 분을 와근석 가까이로 모셔 바위를 가리켜 무슨 모양 같으냐고 물었다. 노인은 갑자기 난데없는 젊은이에게 불려 뜻밖의 물음을 당하니 다소 당황스러웠나보다. 고개를 갸웃갸웃 하시길래, 이래저래 힌트를 드렸더니 ‘아하!’ 하면서 혀를 내두르신다. 그것 참 그렇게 들으니 꼭 그렇게 생겼네...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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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일단 바위를 쉽게 찾으려면 앞전의 목탁바위를 지나 마당바위가 확연하게 보이는 커다란 바윗길에서 낮은 길로 빠지지 않고 위로 올라타야 한다. 그럼 좌우로 환하게 시야가 트이고 마당바위 역시 멀지않게 바로 보인다. 그 바위군 말미에서 좌측으로 약간 고개를 돌리면 근사하게 힘이 들어가 있는 남근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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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근석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본 우측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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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에서 바라다 본 모습으로
좌측 상단의 바위에 올라야 그 너머에 있는 와근석이 보인다.
멀리 우측으로 보이는 바위군은 마당바위.


이제 두 번째 바위 애물을 찾아야 한다. 애물은 이 와근석에서도 보인다 했으니 이번 기행은 비교적 손쉽게 되었다하고 내심 흐뭇했다. 내러가는 길에 있을 테니 찾고서 바로 하산하면 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편할까. 내친 김에 엉덩이 바위도 찾아볼까?


하지만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필자는 그만 방향을 잘못 파악하고야 말았다. 애초에 제대로 찾았다면 30분도 안되어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을, 뭐에 홀렸는지 그만 정반대의 방향으로 파악하여 그저 가면 보이겠지 하고 무작정 내려가 한 시간이나 더 넘게 시간을 낭비하고야 말았다.


이미 가져온 물은 다 마시고 다행히도 약수터를 하나 발견했다. 물을 담고 한편에 있는 바위덩어리를 살피려 어깨에 메고 있던 카메라를 들어 천천히 걸어가는데 벤치에 누워있던 한 등산객이 부른다. 요 아래 마애불이 있으니 그거 사진을 찍어 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신도 힘들게 찾았는데 아무런 표시가 없어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존재의 유무로 모른다는 말이었다. 가까운 곳에 있다니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겠다싶어 함께 가서 사진을 찍고 다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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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약수터에서 화살표 아래로 내려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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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 마애미륵불을 만날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하니 이 분이 그 애물도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 물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왔다. 반대방향으로 내려온 것이었다. 결국 난 수십분을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야 했고, 도로 와근석에 올라 주위를 살펴 위치를 파악한 후 아까와는 다른 반대편의 길로 또다시 헤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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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와근석으로 와서 위치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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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면 멀리서도 녀석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바위의 위치는 파악했으나 와근석에서 바로 내려가는 길은 사실 없었다. 내려갔다가도 무성한 풀과 나뭇가지로 길이 없는 길을 만들며 가기란 무리였다. 결국 왔던 길로 다시 후퇴를 하여 반대편으로 난 길을 찾아 개곡을 한번 내려갔다가 올라간 후에야 애물의 윤곽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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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애물을 찾기 바로 전에 세 명의 등산객이 먼저 발견하고 약간은 상기된 어조로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얘긴즉슨 이놈이 그놈이여? 하는 식의 이야기였고, 성격이 명랑한 분인 듯한 한 아주머니는 냉큼 남근석에 올라타더니 깔깔거리며 웃더니 남은 한 아주머니에게 올라 탈 것은 권유했다. 아마도 필자가 아두 근접한 아래쪽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했다. 그랬거나 말거나 그 남근석을 안고서 잠시라도 즐거움이 되거나 혹은 알지 못 하는 어떤 힘이라도 얻어간다면 아주머니의 이번 산행은 나름 의미 있는 있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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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물건이라 애물인가...


관악산의 사당 능선과 파이프 능선의 중간 계곡의 작은 바위구릉에 이르는 길 한 편에 위치한 남근석 ‘애물(愛物)’은 이름 그대로 사랑스럽게 생겼다. 살짝 포경이 되어 둥근 귀두부가 슬그머니 나와 있는 모양을 가져 어쩌면 ‘아기 잠지’란 의미로 애물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그 크기는 웬만한 성인들의 키를 훌쩍 넘는 크기에 물레도 한 아름으로 손이 잡히지 않는다. 아랫부분엔 약간 돌출된 부분이 있어 그것을 밟고 오르면 둥근 귀두부를 가까이 볼 수 있다. 물론 그러길 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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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까져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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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의 남근바위 와근석과 애물은 위치만 정확히 파악한다면 찾기가 수월하다. 먼저 와근석은 사당능선>하마바위>목탁바위 순으로 산행을 하고 마당바위를 바로 앞에 두고 있는 바위군에서 마당바위를 바라보고 좌측 끝부분을 잘 둘러보면 쉽게 발견된다. 이번 산행에 본의 아니게 필자를 헤매게 해서 ‘애물단지’ 되었던 애물은 와근석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에서 좌측 아래 계곡을 내려다 보면 멀리 하얗고 가파른 석벽이 보이며 그 아래로 계곡을 사이에 두고 작은 바위군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바위군에서 우측으로 가는 길에 검은 바위가 하나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 위치를 파악한 다음, 사당능선 쪽으로 되돌아가 연주대 2.4킬로 지점에서 사당역의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면 계곡을 만나고 계곡을 지나 길을 오르면 바로 바위군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우측 길로 오르면 바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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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역의 반대방향으로 내려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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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신길에 만난 작은 꽃밭.
계절은 겨울로 접어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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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파란 물이 빠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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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길동무가 된 어르신.


하산길엔 낙성대역을 정해 엉덩이 바위를 찾아볼까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길을 잘못 들었는지 필자가 가는 길에선 만날 수 없었다. 애물을 찾느라 힘을 너무 들여 다리도 아프고 점심도 안 먹고 산을 헤맨지라 허기가 진 탓에 다시 산을 오르려는 의욕은 생기지 않았다. 단지 배고파 울고 있는 위장을 달랠 짜장면을 파는 중국집의 빨간 간판이 멀리서 눈에 들어왔다. 고춧가루나 잔뜩 풀어야지...




* 본 포스트는 연애통신(www.yonae.com)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Posted by 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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