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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캄보디아에 다시 간다면 난 이것 때문일 것이다. 애초에 바이욘에 대해서는 기대감이 별로 없었다. 그것은 일단 바이욘에 대해서 제대로는 커녕 대충이라도 알지 못한 까닭이었고, 아름다운 반떼이 쓰레이와 웅장한 앙코르왓에 취해 기간중에 다시 한 번 더 그곳들을 들러 볼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을 따름이었다. 한 번 둘러봤다고는 하나 사진만 찍느라고 세심하게 관찰을 하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바이욘에 들어선 순간 난 아득하게 그들의 세계에 빠져들어가 반떼이 쓰레이나 앙코르왓보다도 더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고 말았다. 기대감이 없는 상태에서 맞이하였으니 그 충격은 더 컸다. 실로 눈앞에 펼쳐진 그 커다란 얼굴들의 향연이 주는 감동은 의외의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아직까지도 바이욘만 생각하면 어떨떨한 기분이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보련다.
앙코르의 거대도시 앙코르톰의 정중앙에 위치한 바이욘사원은 자야바르만 7세가 애초에 힌두사원이 있던 자리에 세운 불교사원이다. 허나 이것도 추측일 뿐 사원의 연원에 대해서 아직 정확하게 밝혀내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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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바이욘사원이 보이고 있다. 대충보아도 알 수 있듯이 부처의 모습인 듯 사람의 얼굴 형상을 찾아볼 수 있다.
아, 맞다. 여기사 그 사면상의 탑이 많은 그 사원이로구나... 속으로만 그리 생각하고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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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과 거리가 가까와질수록 얼굴의 윤곽이 뚜렸하게 보인다. 아직은 그 크기가 실감이 나지않아 참 재미있는 모습을 가진 사원이로구나... 생각했다. 또 돌의 바램이나 색채가 너무 알록달록하여 이렇게 멀찌감치에서는 그 모습을 제대로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어쩌면 이건 또다른 신비감이 물결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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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대부분의 사원이 그랬듯이 바이욘 역시 세월과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었다. 떨어져 나간 상인방에 재밌는 포즈의 인물상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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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기둥에 새겨진 압사라(천사)들의 모습. 기둥을 따라 좌우로 돌면 1층에 회랑(갤러리)가 펼쳐져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난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일행들을 좇아 위로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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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인 듯한 식물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압사라들. 앙코르왓의 압사라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어쩌면 익살 맞기도 하고 표정 또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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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조각 퍼즐과도 같은 큰바위얼굴이 점점 또렸해진다. 실로 그 크기가 사람의 전신보다 크다. 어찌 이런 탑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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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욘의 미소'라 불리는 이 얼굴은 왕인 자야바르만7세의 것이라고 한다. 또는 그의 현신인 관세음보살로 추정되기도 한다. 얼굴이 왕이든 관세음보살이든 또 어느 신의 모습이든 그들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기도 하고 마주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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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머리가 깨져 어디론가 달아나버렸지만 그 미소만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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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마치 하늘의 신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곳 같았다. 수많은 신들의 얼굴이 사방에 흩어져 있고, 그들은 너무나도 미약한 인간들이 그들 사이를 휘젖고 다녀도 아무런 동요도 않는 듯 편안하게 웃고만 있다. 아마도 현장에서의 감동을 몇 마디의 글로도 이따위의 사신으로도 전하지 못할 듯 싶다. 별수 없다. 직접 가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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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상이 조각된 탑은 모두 54개지만 현재 남아있는 것은 36개이다. 즉 모두 남아있었다면 200개가 넘는 신들의 두상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200여개의 거대한 두상 속에 휩싸여 있다고 상상을 해보라. 아마도 나는 이곳이 인간 세계임을 망각하고 말 것이다. 실제 현지에서도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나이다. 나는 잠시 천계의 신들의 세계로 들어온 것을 아닐까... 하고 말이다.
잠깐 사진을 통해서 미약하게나마 당시의 감정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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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욘 3층의 중앙성소. 하지만 미처 이곳을 둘러볼 생각도 못했다. 제각기 다르게만 보이는 얼굴상만을 좇다보니 어느덧 이곳을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어이구... 내가 미쳤지... 잠깐 그들의 야릇한 미소에 미쳤던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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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의 한 켠에 있던 모델들. 아마도 사진을 찍혀주고 돈을 받는 듯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기 일쑤였다. 나 역시 돈주고 사진을 찍는 일에 익숙치가 않아 그냥 이렇게 상황만 담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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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이욘엔 사면상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까 1층에도 많은 회랑의 부조가 있었고, 이처럼 잠깐이라도 둘러보면 여러 가지 조각상들이 있다. 사진은 비슈누가 타고 다닌다는 신조(神鳥) 가루다(Gar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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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을 지키는 사자상. 사자는 어디에서고 문지기 노릇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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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중앙성소에 있던 부처상 같은데... 정확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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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왓의 압사라와는 다른 인상을 보여주는 바이욘의 압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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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더 수수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저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라인을 보라. 정말이지 짜릿하지 않은가? 콜라병은 저리 가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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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의 상인방 부조인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인데... 알 수 없음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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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새끈한 것보다는 이런 정도의 닳음이 느껴지는 질감이 좋다. 돌이지만 차갑지 않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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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욘은 미로와도 같은 곳이다. 숨겨지지 않았지만 숨겨진 듯한 이러한 골목들이 쭈욱 둘러있다. 아마도 1층 회랑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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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욘의 1층 외곽엔 미처 복원하지 못한 조각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다. 이것들은 캄보디아의 숙제이자 이 시대 인류의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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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뒤로 하고... 바이욘을 떠났다. 잠깐 홀렸던 것이 이곳에서의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3층 얼굴상 사이를 헤매며 보냈다. 그게 몇십분이었는지 한 시간이었는지 잘은 기억하지 못하겠다. 돌다보니 일행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미안한 맘에 회랑을 돌아볼 시간을 더 달란 말도 못하고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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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그들의 고운 미소만이 남아 있다.
아... 너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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