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 관람을 마친 후 드디어는 앙코르왓의 정상을 향해 발을 옮겼다. 2층은 인간계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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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을 향하는 계단은 나무로 짜여져 있다. 비교적 가파르지만 오르는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인간계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저 신들의 거처인 3층 중앙성소를 바라볼 뿐이었다. 물론 볼것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성소로의 발길에 맘이 앞서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것이 지금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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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바라본 중앙성소의 외벽. 풍파에 닳아 없어진 외벽과 압사라들의 흔적이 처연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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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왓은 복원중이다. 하지만 언제 끝이 날지 모른다. 어쩌면 중단될 지도 모를 일이다. 봉인된 신전을 기억하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기에 완벽한 복원은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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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을 향해 피어오른 연꽃 봉오리는 모두 다섯 개. 그곳은 왕만이 오를 수 있었던 곳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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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를 오르는 일은 쉽지가 않다. 높은 계단이 가파르게 연결되어 사람이 가진 갈래 두 팔과 두 다리를 모두 사용하여야만이 오를 수 있다. 물론 숙달된 가이드는 힘은 들지만 다리만을 이용해서 오르기는 했다. 억지로야 두 다리로 오를 수 있겠지만 초행자는 안전이 중요한 것. 계단은 일부러 기어오르게끔 만들어졌다고 한다. 신에게 다가가는 일은 그만큼 성스럽고 힘든 일임을 몸에서부터 깨닫게 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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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른 후 양쪽의 봉우리. 하늘과 수평이 된 듯 숲이 발아래 놓인다. 비로소 천계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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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성소탑을 잇는 통로. 문속에 문이 겹쳐져 있다. 적막함이 느껴진다.
성소는 사람들만 없다면 아주 조용할 것이다. 오전이라 비교적 사람들은 없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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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성소의 내부 정원. 애초에 이곳엔 물이 채워져 있어 중앙탑과 나머지 탑을 구분지어 놓았다고 한다. 사람들의 오가는 발자욱 소리만이 들릴 뿐 성소는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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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연꽃 봉오리 모양의 중앙 성소탑은 본래 비슈누신을 모시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부처를 모시고 있다. 그 시대의 건축가들은 이 높은 곳에 어떻게 이런 돌탑을 쌓을 수가 있었을까? 생각하면 너무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세월에 닳아 없어지지 않았다면 또 얼마나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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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의 외부는 이처럼 많은 조각상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 역시 힌두신화 속의 이야기를 재현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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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을 표현한 듯한 아름다운 문양. 그속에 두 손을 합장한 채 서있는 그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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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시 문양이 새겨진 벽면을 쓸어보았다. 뭐랄까... 온기는 없지만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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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왓의 중앙성소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압사라의 모습들이다. 젖의 바다에서 탄생한 압사라들이 모두 모인 듯 성소는 압사라들로 둘러싸여 있다. 압사라는 천사를 의미한다. 고로 이곳이 천계임을 증명하고 있다. 사진은 중앙성소탑의 높은 곳에 새겨진 압사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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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사라들은 제각기 다른 포즈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난히 젖가슴이 윤택이 나는 것은 짓궂은 여행자들의 소행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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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사라들의 이런 모습들은 크메르인의 전통무용인 압사라춤으로 재현되고 있어 관광식당이나 정통공연장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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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가슴은 뭐하고 괜시리 압사라의 손을 만져보았다. 압사라의 입모양이 살짝 올라가 웃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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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사라 말고 다른 형상의 사람들이 새겨져 있었다. 어떤 인물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모습이 특이하고 자세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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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에서의 오수. 한 여행자가 성소안에서 달콤한 낮잠을 청하고 있다. 이를 세 명의 압사라가 지켜 바라보고 있다. 여행자는 많이 편안해 보인다.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이런 한낮의 여유를 누리고 있는 그녀가 무척이나 부러웠다.
안에서 본 앙코르왓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어떻게 돌만으로 이 거대한 신전을 지을 수 있었을까. 과거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 유적들을 거인이 지었거나 신이 지었을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하여 그 두려움에 이곳을 드나들지 못했다. 다녀온 나조차도 사람의 손으로 지었다고는 믿겨지지 않는다. 게다가 외벽마다 차지하고 있는 갖가지 수천의 문양들과 조각들. 어쩌면 지금은 꿈처럼만 느껴지는 앙코르왓의 성소탑이었다.
앙코르왓의 관람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겠다. 첫번째는 원경으로 보는 앙코르왓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1편에서 언급했듯이 연못 두 군데 모두 둘러볼 것을 권한다. 두번째는 1층의 회랑. 사방에 새겨진 전설과 신화의 내용을 파악하고 간다면 금상첨화. 세번째 중앙성소의 수많은 압사라들이다. 물론 세밀하게 들어가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볼거리가 있겠지만 짧은 시간을 두고 관람할 때 이 세 가지만이라도 신경써서 찾아본다면 매우 유익한 여행으로 기억될 듯 하다.
고대 잉카문명의 고적 마추 피추를 살펴본, 체 게바라는 이렇게 말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세상이 이렇게 그리울 수 있을까요?"
앙코르왓을 둘러 본 나의 느낌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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