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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왓... 꿈에서까지 그리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그곳을 난 작년에 다녀왔다. 지금은 워낙에 패키지도 많아 돈만 있으면 쉽게 가볼 수 있지만, 초기엔 직항편도 없어서 베트남을 거쳐가거나 프놈펜에서 육로로 가야했다고 한다.
내가 간 것은 4박6일짜리 상품으로 작년에 캄보디아 내에서 우리나라 관광객을 태운 캄보디아 국내선의 추락 사고가 있던 바로 직후였다. 이후 해외 여행시장은 위축이 되었고, 당사국인 캄보디아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당시 내가 다니던 여행사엔 미리 땡긴 비행기 좌석이 있었는데, 덕분에 많은 비행기 좌석이 생겨 내게 그 기회가 왔던 것이다.
앙코르왓으로 출발하기 얼마 전 세계 신 7대 불가사의가 발표되었다. 헌데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던 앙코르왓이 그만 낙방을 해버렸다. 뽑힌 7개의 유적지들 모두 훌륭한 것들이나 내심 불가사의로 뽑힐 것까지야 하는 것이 있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난 그것이 빠지고 앙코르왓이 들어가야 옳다고 생각을 했다. 반드시 오래되어야만 7대 불가사의에 들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 1세기도 안된 것이 불가사의에 뽑힐 수 있단 말인가?
인터넷 투표로 선출하는 것이 의견수렴하는 것에 손쉬울 수 있지만 객관성이 결여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좋은 선례가 된 듯 하다. 결국 별로 인정해주지 못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듯하다.
아무튼 난 앙코르 문명의 도시 씨엠립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신들의 도시 앙코르왓의 땅에 발을 디딜 기대감에 가득 찼다. 신이 되고자 했던 왕의 사원 앙코르왓... 그 정상은 신의 세계 천상을 상징한다. 고로 난 천상, 천계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비행기는 인천공항의 활주로를 가볍게 털어내고 공중으로 날랐다. 땅이 바람처럼 지나고 이내 아래로 떨어지면서 나는 하늘과 수평이 되었다. 그리고 내 발 아래로 천길의 거리가 땅 사이에 있었다.
이전까지 비행기를 타면서 바깥의 풍경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어떤 때는 오후 비행기였고, 아예 밤비행기를 탄 일도 있었다. 그런 때는 오지 않는 잠이나 청하는 게 십상이고, 와인이나 맥주에 기대어 긴장감을 털어내었다.
하지만 이번은 아침 비행기라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마침 내 좌석은 창가. 넓게 펼쳐진 구름이 수평선을 그리고 있었다.
구름은 부정형의 공기뭉치. 솜이불의 모습을 한 구름도 보이고 하얀 눈밭을 그리기도 했다.
발 아래 섬이 보이니 난 이미 천상에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멀리 대북(타이빼이, 臺北)의 산수가 동양화처럼 보이고 바다로 물을 토해내는 커다란 강도 보였다.
대북을 벗어난 하늘은 더욱 놀라운 형상을 그려내었다. 혹시나 창밖을 벗어나 발을 내딛는다면 푹신한 솜이불을 밟듯이 하늘 위를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저 먼 끝닿는 곳에 신이 날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맥주를 많이 먹었군... 제 정신이 아냐... (기내에서 제공하는 앙코르맥주)
천상의 문을 지키는 개.
섬처럼 하늘의 바다에 흩어져 있는 구름.
전장으로 줄지어 돌진하는 군사의 모습을 상상케 하는 구름의 모습. 중간은 이미 격전의 현장이다.
솜사탕 같은 구름이 보이고 저 아래 인간의 세계에 구름의 그림자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곧이어 하늘은 빙하의 세계로 바뀌었고
가보지도 못한 지상의 양극 세계는 어쩌면 이와 같은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솟아오른 빙하?
빙하의 아래로 인간 세계을 흐르는 강이 보인다. 신이 인간세계를 바라보는 모습이란 이런 것일까?
난 천계를 보았다. 그리고 그 천계를 찾아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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