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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지먼당은 얼마전에 생을 다한 소설가 박경리의 생가가 있던 동네이다. 그의 소설 속에 나오는 '서문고개'가 바로 이곳이다.
그런데 뚝지먼당이라니 그렇게 알 뿐이지. 어디서부터가 뚝지먼당인지 또는 어디까지인지는 사는 사람이나 알든지, 과연 생가는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궁금하여 골목길을 올랐다.
골목 입구에는 그의 작품 '김약국의 딸들' 작품비가 있었다. 몇 년 전 TV소설인가 하는 타이틀로 아침에 방영이 되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결국 소설이란 것도 삶의 테두리를 못벗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투영되어 있음에도 모두 깨벗어 내보이지 못하는 게 자신의 삶이었나보다. 선생은 뚝지먼당을 좋아하지 않았던지 이곳을 떠나고 한참동안 통영땅을 밟지 않았다고 하니 말이다.
뚝지먼당길은 내 어릴 적 70년대의 서울 변두리 골목과 닮아 있었다. 좁다란 골목을 따라 내려가면 공동으로 쓰는 우물이 있었고, 마카로니나 먹는 비닐 등을 파는 아주 조악한 구멍가게도 있었다.
물어물어 찾아간 선생의 생가터... 지금은 엄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집이 아니었다. 주변의 한 아주머니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텃밭이 있는 슬레이트 지붕의 집이라 했는데, 다녀온 후에 검색을 해보니 다른 곳의 콘크리트 집이라 했다. 헌데 그도 모를 일, 선생이 아니면 누가 정확히 집어낼까, 난 의심스럽다.
생가를 굳이 찾을 이유는 없었다. 주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최근까지 그가 살던 곳은 이곳이 아니었다. 그저 뚝지먼당이라는 곳만 찾은 것으로 만족했다. 또 내가 기억하는 잊고지내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도 내게는 작은 설레임이었다.
아랫 쪽으로 갈수록 집들이 나아보였다. 그럼 반대로 위로 갈수록 집은 더 안좋은 것이냐? 맞다. 더러 빈 집들도 눈에 띄었으며, 젊은 사람은 보기가 힘들었다. 젊은 사람이 있다면 일을 하러 나갔을 노릇이었다.
날씨도 오락가락, 구름이 많다. 그의 생가를 찾는 답시고 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일도 민망스러워졌다. 공연히 줄에 걸린 빨래에 시선이 갔다.
빈 상태로 오래 방치해둔 듯 집은 이미 헐어지기 시작했다. 지붕은 없고 벽엔 금이 가 있다. 버려지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돌담 틈으로 피어난 클로버만 화사하게 구름 사이로 난 햇볕을 반기고 있었다.
그의 산소는 산양일주도로를 타고 돌면 만나는 양지농원이란 곳에 있었다.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아직 마감이 덜 끝난 커다란 묘소가 있는데 현대문학의 대문호답게 규모가 꽤 컸다.
경사가 있는 언덕을 완만하게 길을 닦아놓은 길로 오르다 보면 정상에 이렇듯 박경리의 묘가 보인다.
수십년을 떠나 있다가는 저승에서나마 고향의 바다 보기를 원하였다니 사람이란 결국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나보다.
산소에서 보이는 통영 앞 바다. 박경리를 찾는 일은 쓸쓸한 일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 뚝지먼당에서부터 우중충했던 날씨도 한몫했다. 더러 비도 내렸고,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은 산소를 보니 더 울적했다. 하지만 뭐, 어쩔텐가...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그저 살아있는 내 욕심이 서운 할 뿐이었다. 난 무엇을 바랐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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