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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포항이야기

동해안 최대의 상설시장 죽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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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시장은 포항에 있는 상설시장으로 동해안에 있는 시장 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사진에서 보듯이 죽도시장의 간판에 고래 꼬리가 있는데, 포항의 명물 고래고기도 쉽게 볼 수 있다. 시장을 돌다가 우연하게 고래고기를 썰어 파는 가게를 발견했는데, 두 개의 가게 앞엔 고래고기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도 구경이나 하자고 그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갔는데....

나안... 일단 구경만 했을 뿐이고... 맛을 보고 싶었을 뿐이고... 살까말까 고민만 할 뿐이고... 결국 사지도 못하고 사람들에 밀려 났을 뿐이고...

두 개의 가게엔 아주머니가 한 분씩 삶아놓은 고래 고기를 부위별로 쑹덩쑹덩 한입 크기로 썰어 각자의 바구니에 옮겨 담으며 사람들이 달라는 대로 비닐 봉지에 담아 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주문을 하면서 쌓여있는 조각고기를 참기름장에 찍어 먹고는 했는데, 나는 참 나이먹고 숫기가 점점 없어지는지 고래고기 맛하나 보지 못했다. 결국엔 살까말까 고민만 하다가는 사지도 못하고 밀려드는 사람들이 민망해 그만 자리를 뜨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좀 아쉽다. 먹다 남거나 입맛에 안 맞더라도 사기나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혼자였던 것이 좀 부담이었던 것 같다. 친구라도 하나 있었다면 냉큼 사서 소주라도 한 잔 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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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넘쳐나는 해산물을 보고도 그냥 물러났으니 나도 참... 다음부턴 집사람이라도 데리구 다니든지 해야지... 근데 아내는 입도 짧고 가리는 것도 많으니 먹는 것에는 오히려 혼자 가는 것이 편하다. 그저 가리는 것 없이 비위좋아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친구가 어디 같이 다니기엔 최고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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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름이 개복치니깐 자꾸 물어보지 말라고 종이박스에 적혀 고기 위에 올려져 있었다. 신기하게 생긴 것이 고래도 아니고 하니 사람들이 자꾸 물어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가게 간판에 '포항의 명물 개복치' 라고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공교롭게 사진의 아저씨가  개복치를 가리키며 꼭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우연히 잡히 상황일 뿐이다. 재밌게도 카메라 바로 앞의 여자 아이는 그 빨간 손끝으로 상어의 꼬리를 가리키고 있다. 우연치곤 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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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가고 그들의 관심이 사라지자 왠지 쓸쓸해 보이기까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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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니느라 점심을 걸렀더니 배가 고팠다. 속이 아픈 정도는 아니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려면 기운이 있어야 하니 뭔가를 채워야 했다. 과메기도 못먹고 고래고기도 못먹었으나 그래도 명색이 포항인데 대표음식 하나는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멍하니 서있는 날 불러주는 식당이 있어 냉큼 들어가 물회를 주문했다.

시내의 횟집에서는 반찬이 많이 나오는 집이 있다는데, 죽도시장의 물회는 간단하다. 서더리 매운탕에 김치, 공기밥 한공기가 나오는 것의 다다. 그래도 매운탕 하나는 소주 한 병 정도는 비우기에 부족하지는 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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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만 원인데, 생각엔 비싼 듯하지만 제법 나오는 양이 푸짐하다. 주로 광어나 우럭 같은 흰살 생선에 오징어나 한치의 살을 많이 섞는 듯했다. 구룡포쪽엘 가면 꽁치나 고등어 같은 붉은살 생선으로도 물회를 먹는다고 하는데 언제 다시 가볼 기회가 되면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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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추장을 잔뜩 뿌리고 물을 부었다. 나중에 비비다 보니 속에 이미 초고추장이 뿌려있었다. 덕분에 더욱 매콤하고 새콤한 맛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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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아줌마가 잠시 딴 생각을 했는지 실수로 많이 넣었다는데, 모르겠다. 포항에서 물회를 먹는 것은 처음이라 많은 양인지 어떤지는. 하지만 탱탱하고 쫄깃한 오징어살과 생선살에 범벅된 양념맛이 새콤달콤매콤 쓰리콤보다. 이렇게 물회를 먹고 공기밥에 서더리탕까지 먹으니 배가 빵빵해졌다.

특출한 맛이라기보다는, 포항이라는 그것도 그쪽 동네에서 제일 크다는 죽도시장의 한 가게에서 북적대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껴서 맛을 보는 현장의 맛이 더했다. 계속 애기하지만 소주 한잔 같이 할 수 있는 친구 하나 대동하지 못했다는것이 못내 서운하기만 했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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