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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미꾸라지가 통째로 나오는 다동의 추어탕집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엔 갈아서 나오는 추어탕집이다. 아예 미꾸라지를 못먹는다면 모를까, 모르고 먹는다면 그저 구수한 우거지탕 같기만 한 곳이다.
정동극장 앞을 지나면 우측으로 골목길이 있는데, 멀찌감치 '추어탕'이란 간판이 보인다. 한창 점심 때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뭐 말이 필요없는 집이다. 그냥 '추어탕'으로 일관된 모습. 왠지 '남도식당'이란 이름에도 믿음이 간다.
12시 40분이 넘어 갔는데도 사람들이 많이 있다. 겨우 몇 테이블 정도만 비어 있었다. 오랜 주택을 개조한 식당으로 방에 오르니 빨래집게을 하나 준다.
"이게 뭐에요?"
"이따 나갈 때 주세요. 신발 찾는 거에요."
바닥엔 이미 신발이 많아 자리가 없어서 신발장에 놓여지는 것들을 찾아주기 위한 표시인 듯.
반찬은 세 가지. 겉저리김치, 배추 무침, 오이무침. 개인적으론 오이무침이 맛있었다. 다른 것들도 빠지지는 않는 맛으로 깔끔하다.
갈아 만든 추어탕. 걸죽하고 진한 향이 난다.
고추 양념과 고추가루, 산초가루가 있다. 왠지 땀을 많이 흘릴 것 같아 고추는 안넣고 산초만 조금 넣어보았다. 묘한 맛이 나는 이것은 많이 넣으면 음식이 음식 같지 않은 맛이 날 수가 있다.
시골서는 미꾸라지를 많이 먹었는데, 비만 오면 또랑에 나가 그물을 대기만 하면 몇십 마리씩 잡아내곤 했다. 그렇게 잡은 미꾸라지는 일주일 내내 탕이나 찌개를 끓여먹었다. 그때는 생짜를 그냥 푹 끓여 뼈째 그냥 씹어 먹었는데, 이곳 대도시에선 생짜로 추어탕을 하는 집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긴 요즘 지방도 마찬가지다. 갈아먹는 추어탕이 대세다. 아무래도 먹기가 수월하고 보기에 나으니깐...
걍 밥을 말아버렸다. 국물도 넉넉하구, 밥이 조금 아쉬워 보이지만, 나중에 먹고나니 배가 많이 불렀다. 별다른 간을 하지않아도 적당한 맛이 난다.
꽤나 곱게 갈아 추어탕인지도 모를 정도다. 어떤 집은 가끔 가시같은 게 씹히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 남도식당의 추어탕은 진국에 담백하고 구수한 국물로 걸리적거리는 게 없다. 흠 잡을 것 없이 무난하게 목구멍을 넘어간다.
국물까지 싹싹 긁어 먹었다. 반찬이 오히려 남았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맛있다는 거. 음식을 먹으면서 맛의 흠을 못느낀다는 건 바로 맛있다는 거거든.
하지만 이곳도 아쉬운 점은 있다.
하나, 다른 메뉴가 없다는 것. 추어탕을 못먹는 사람은 어떻게 할까? 별 수 없다. 따로 가든가, 다른 곳을 가든가, 눈가리고 메뉴가리고 먹이면 추어탕인지 모를지도 모른다. ^^
둘, 올해는 모르겠지만 작년에 8,000원이었다. 다소 부담스런 가격이다. 일반적인 점심 식사의 가격 기준을 5천원이나 6천원에 두었을 때 기준이다. 맛은 물론 있었지만 8,000원이란 값은 기준가격에 비해 비싼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뭐 늘상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니니 가끔 추어탕이 그리워 못견딜 때나 가면 되겠다. 하긴 매일 추어탕을 어떻게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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