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가을, 영화사에 잊히지 않을 한 편의 웨스턴이 등장했습니다. 조지 로이 힐 감독이 연출하고, 당대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윌리엄 골드먼이 각본을 맡은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이 영화는 단순히 무법자 두 명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시대가 저물어가던 미국 서부의 마지막 낭만을 담은 작품으로 남았죠.
주인공은 실존했던 무법자 부치 캐시디(폴 뉴먼)와 그의 동료 선댄스 키드(로버트 레드포드)입니다. 그들은 기차 강도 사건을 연달아 벌이며 도망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단순히 범죄를 반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속에는 인간적인 따뜻함과 유머, 그리고 자유를 향한 갈망이 녹아 있습니다.
🤠 총보다 빛나는 우정과 유머
부치와 선댄스의 관계는 서부극 속 전형적인 파트너십을 뛰어넘습니다.
부치는 유쾌하고 장난스러운 리더, 선댄스는 과묵하면서도 총에 있어서는 천재적인 실력자. 두 사람은 서로에게 그림자 같은 존재였고, 관객은 결국 그들의 범죄가 아니라 그들의 우정에 마음을 빼앗기게 됩니다.
영화 속 대사들은 날카로운 총성 사이에서도 웃음을 터뜨리게 하고, 때로는 인생의 허무와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담아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웨스턴 장르임에도 피비린내보다 따뜻한 미소가 더 강하게 남습니다.
🎶 웨스턴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렸던 음악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버트 바카라크와 할 데이비드가 만든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입니다. 당시 많은 이들이 “서부극과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지만, 자전거를 타며 흐르는 이 경쾌한 멜로디는 영화의 리듬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이 장면은 웨스턴의 건조함 속에 한 줄기 청량한 바람처럼 다가왔고, 시간이 흘러서는 영화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이 노래는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그래미상을 휩쓸며 시대의 명곡으로 자리매김했죠.
🏆 찬사와 논란, 그리고 뒤늦은 영광
흥미롭게도, 영화는 개봉 당시 평단에서 큰 호평을 받지 못했습니다. “너무 귀엽다”, “웨스턴답지 않다”는 비판이 많았죠. 하지만 관객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영화는 1969년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평단도 이 작품의 가치를 재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주제가상을 수상했고,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는 작품상·감독상·각본상·촬영상은 물론, 남우주연상(레드포드)과 여우주연상(캐서린 로스)까지 석권하며 무려 9관왕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골든글로브와 그래미에서도 수상하며, 비평과 흥행, 그리고 예술성까지 모두 인정받은 명작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 두 사람의 마지막 달리기
마지막 장면은 영화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엔딩 중 하나로 꼽힙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볼리비아의 작은 마을에서, 부치와 선댄스는 마지막으로 돌진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정지화면으로 두 사람의 달리기를 멈추게 하죠. 관객은 결말을 직접 보지 못하지만, 오히려 그 미완의 순간이 두 사람을 전설로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이 영화는 단순히 웨스턴의 고전이 아니라, 자유와 우정의 은유로 읽힙니다. 미국 국립영화등기부에 보존되었고, AFI가 선정한 100대 명화·100대 서부극·100대 주제가 리스트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한 수많은 패러디와 오마주를 낳으며, 새로운 세대에게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 마무리하며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는 서부극의 종언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린 영화입니다. 무법자들의 전설을 넘어, 인간적인 웃음과 따뜻한 유대, 그리고 끝까지 놓지 않았던 자유의 꿈을 담은 작품.
볼리비아의 총성이 멈춘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들의 웃음소리와 달리기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지평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끝없는 자유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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