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이야기/제주이야기

[제주] 그 섬에 김영갑이 있었네

반응형

사실 나는 김영갑이란 작가를 잘 모른다. 그가 제주도 사진을 많이 남긴 작가라는 것은 익히 귀동냥으로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그가 제주 출신이 아니란 것, 그리고 그가 루게릭병을 앓았다는 것은 이번 방문을 통해서 알았다. 또 그런 병중에도 제주 사진을 한 컷 더 담기 위해 애를 쓰셨다는 이야기도 함께.

함께 여행을 했던 아는 동생은 선생을 제법 많이 알고 생전에 대화도 나눈 일이 있어 감회가 남다를 것이었으나, 생면부지의 나로선 마음의 동요란 별로 없었다. 그렇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 상태로 그의 갤러리 두모악을 찾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갤러리 맞은 편의 주차장에 서있는 간판. 어여쁜 귤색의 배경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 더욱 예쁘게 색을 발하고 있다. 더불어 파란 하늘과는 대조적인 색감을 보여준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이름이라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두모악은 제주 성산의 삼달리란 동네의 폐교된 초등학교를 빌려 조성된 곳이다. 갤러리의 마당은 돌을 쌓아 단을 만들고, 그 위에 나무를 심고, 길을 내어 짧은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그저 사진만 담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다. 좀 놀다 갔으면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따스한 오후의 햇살은 단 아래 피어있는 들꽃에 아낌없는 온기를 내려주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치 아기처럼 보송보송 솜털이 난 들꽃을 보면 왠지 흐뭇한 웃음이 입가에 번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갤러리 근처에는 선생이 직접 만들었을 것 같은 토우들이 줄지어 서 있거나, 독립적으로 자리를 맡아 앉아 있다. 햇살은 이 모든 것을 밝고 아름답게 비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햇살을 품에 품고 있는 아이의 표정은 얼마나 행복해보이는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잘이나 될지 모르지만, 이런 상을 저도 주물거려 만들어 보고 싶었다. 조각상의 뒤로 선생의 갤러리가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갤러리의 입구에 있는 김영갑 선생의 방. 책상 위에는 '빈센트 반 고흐'라는 제목을 단 책이 놓여 있고, 마당에서와 같은 토우가 창가에 서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마도 그가 쓰던 사진기일 게다. 나는 알지도 못하는 옛 필름 카메라일 테지만, 한 번 부여잡고 셔터를 눌러보고 싶었다. 그러면 그의 손길을 느낄 수 있을까? 아마도 대충 찍어대는 나로선 생전의 그를 만났다면 무척이나 혼이 날 것만 같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난 그의 사진보다 그의 방이 더 궁금했다. 그의 서재에 꽂혀있는 책들은 어떤 것들일까, 그의 서랍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하지만 그의 방은 닫혀 있었고, 겨우 이렇게 창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선생의 방을 지나면 몇 개의 방으로 갤러리가 나누어져 있다. 지금 기억으로 보면 제대로 각각의 갤러리를 돌아보지 못했던 것 같다. 차라리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았다면 그저 천천히 그가 담아놓은 제주도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난 참 무엇을 담아가겠다고 갤러리 안에서 카메라의 전원을 켜두었던 것일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람들은 이렇게 사진을 구경하고 열심히 촬영하고... 난 겨우 이런 전경만 담아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주에 반한 그는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틈만 나면 제주의 모습을 필름에 담았다고 한다. 2005년에 돌아가셨으니 채 50세를 살지 못한 짧은 생을 마친 것이다. 그의 짧지만 강렬했던 인생의 결실이 이곳에 남겨져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으로서 그의 사진을 보면서 느낀 것은, 나도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렇게 찍을 수 있을까? 나도 제주에서 평생 사진을 찍으면서 살아볼까? 그럴 수 있을까? 등의 생각이었고, 한 편으론 그럼 돈은 누가 벌어? 마누라가 찬성할까? 등의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도 해보았다. 결국은 이렇게 현실로 돌아왔다. 늘 그랬듯이....

지금 생각해보면 갤러리 안에서는 카메라를 잡지 말아야 했다. 아예 가방 안에 넣어 두고서 그가 남긴 작품들을 모자란 시간이지만 차근차근 하나라도 똑바로 보았어야 했다. 물론 그의 사진을 찾아본다면 책이나 인터넷을 통하여 감상해 볼 수도 있지만, 그의 갤러리에서 그의 사진을 보는 기회가 이렇게 멀리 떨어진 서울에서는 쉽게 있는 일은 아닐 게다. 여행은 늘 아쉬움이 남는 것이지만 너무 어리버리 시간만 보낸 것 같아 미련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그를 만나러 올 일이 있겠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