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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마지막 코스였던 성산 일출봉은 내게는 두 번째 방문이었다. 첫 번째는 89년 과친구들과 수학여행을 왔을 때였다. 그때는 일출을 보았는지, 올라가는 게 힘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정상에서 본 분화구의 모습이나 오르는 길 양쪽으로 줄지어 서있는 난간에 걸터앉아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다.
뭐 성산 일출봉이야 워낙에 유명한 곳이니 따로 설명이 필요없겠지만서두,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들추어 보자.
성산 일출봉은 본래 '섬'이었다.
그렇다. 본래 제주도와 떨어져 있던 섬이었으나 본섬과의 사이로 모래톱이 쌓이면서 이어지게 되어 지금처럼 마을도 생기게 된 것이란다.
성산 일출봉의 원래 이름은 '구구봉'이다.
맞다. 성산 일출봉의 정상에는 99개의 봉우리가 있어 이를 일러 구구봉이라 불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성(城)과 같다고 성산(城山)이라 부른 것이고, 이 성산으로 뜨는 일출이 아름답기 그지없다고 일출봉(日出峰)이라 부른 것이다.
성산 일출봉은 '세계자연유산'이다.
그렇다. 성산일출봉은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로 이루어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란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세계문화유산은 이미 여럿이 있지만 세계자연유산으론 제주가 처음이라고 한다.
달리는 차창으로 본 성산 일출봉이다. 마침 어두운 구름에 가렸는지 음침한 고성 같아보인다. 18년만의 상봉이라 괜시리 마음이 설레였다.
벌써 많은 관광객들이 정상까지 다녀왔는지 내려오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 성산 일출봉은 좀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정상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옮겨본다. 사람들의 고개가 우측을 바라보고 있다. 무슨 일이라도 난 걸까? 쇼라도 하는 걸까?
아, 멀리 해가 구름 뒤로 서편으로 지고 있었다. 사진으로 그저 예쁘게만 보이지만 실제 보면 정말 장관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서둘러졌다. 해가 다 지기 전에 정상에서 보내주고 싶은 까닭일 테다. 난, 뭐... 힘들어서 서둘러가지도 못했다. 평소에 운동이나 해두는 건데... 동네 야산이라도 올라두는 건데... 헉헉...
등경돌바위 또는 별장 바위라 불리는 장군바위다. 이렇게 실루엣으로 보는 모습이 웅장해 보인다. 실상 바위에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굴곡과 문양이 있어 '입을 벌려 크게 외치는 대장군 바위를 바라보고 명령을 받는 형상'이라고 한다. 근데 계속 자주 봐야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올 것 같았다. 지나는 길에 잠깐 보았더니 잘 그려지지가 않았다.
성산 일출봉의 정상 분화구이다. 시간이 있다면 한 번 내려가보고 싶었지만, 날은 어두워가고 숨은 가쁘고... 그리고 뒤에선 눈부신 낙조가 펼쳐지고 있으니...
이렇게 말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난간에 매달려 떨어지는 해를 카메라에 담아내었다.
또 이렇게도 말이다. 내 후배 녀석이다. 카메라의 모습까지 담아내야 했는데, 마침 제 우측으로 방송 카메라가 이 모습을 잡고 있어서요... 사방에 사람들이 있어놔서 조심하지 않으면 사고라도 날 정도였다(이 모습은 실은 연출이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내려갔다. 아직도 오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음... 멀리 바다에는 우도가 보인다. 우도는 여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다음 번 제주 방문 때는 꼭 한 번 다녀와야겠다.
하산 후 바라 본 성산 일출봉. 보랏빛 하늘을 뒤로 한 자연의 성(城)은 신비롭기만 하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성산 일출봉의 구석구석을 탐색해보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다음 일정 때문에 돌아서는 발길은 그저 아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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