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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박물관

나는 고무줄 반지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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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트는 2003년 5월 딴지일보에 게재되었던 글을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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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이것은 무엇인가? (
가 꼬질꼬질하게 낀 것이 손도 제대로 안 닦았나부다.. 이런 개망신.. 다행히 손톱은 깎았구나.)

어제.. 저녁 대신 배달시킨 치킨박스 묶은 꼬무줄... 그래 맞다. 꼬무줄, 노랑고무밴드이다. 근데 이거 우덜의 어린 시절, 엉아의 손을 통해 별, 왕관, 탱크, 나비 등 갖가지 모양으로 변신했던 마법의 링이었다는 사실.. 기억하고 있는가? 그대...

그리고, 조르고 졸라 엉아의 손이 하는대로 하나하나 따라하면서 배우고, 동생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던 마법의 링이었다는 거... 기억하고 있나, 그대?

아리까리.. 고개를 갸우뚱, 혹은 아직도 뭔지 몰르는 쫌 젊은 독자들은 본 추억전도사 원미동의 손을 따라서 하나하나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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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자세다. 꼬무줄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 목욕재계와 기도 혹은 묵념으로 심신을 께끗이 하고, 수양의 시간을 갖.. 을 필요는 엄따. 그저 엄지와 검지에 꼬무줄을 끼운다.. 아니 건다는 표현이 맞겠다. 건다. 왜 하필 검지와 엄지냐.. 라고 따질 요량이면 니 맘대루 걸어봐라. 앞으로 나갈 진도에 애로사항 꽃피겠다. 그리구.. 여기서는 왼손잡이구 머구 엄따. 별루 어련거 아니니깐 그냥.. 배우고 나중에 '득도' 하였걸랑 왼손잡이에 맞게끔 응용해석하기 바란다.

다음 순서는 오른손의 검지를 안쪽면이 내편으로 보이게 하고 상단의 고무줄에 걸어 당겨와 비틀어 새끼손가락에 건다. 비트는 건 그냥 비틀어지는 쪽으로 비틀면 된다. 다른쪽으론 당신이 구체관절 인형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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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의연하게 쭈욱 뻗은 중지의 모습을 보라. 금번 프로젝트를 확실히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아마도 애인 부라자 살 때 싸이즈를 잘 몰라 '이만한 걸루 주세요..' 해본 경험이 있는자.. 괜시리 얼굴이 후끈 달아오를 것이다. 끌끌끌..^^; ... 아직은 아무 것도 아니다. 굳이 모냥을 얘기한다면 삼각형 혹은 삼각빤쓰 되겠다. 다음!

오른손의 검지의 등을 보이게 하고, 위의 삼각형의 상단변을 잡아걸어 내린다. 그리고, 등면으로 이웃한 왼쪽변을 들어올려 왼손 검지에 걸린 나머지 변을 끌어 내린다. 좀더 쉽고 간단하게 말한다면, 오른손 검지를 왼손 엄지의 공간에 찔러 그대로 마주보는 변을 끄짭어 내린다. 됐지? 됐지? 안됐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아래 모냥을 만들어라. 우덜 초등학교 급훈이 무엇이었나. 안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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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과 화살로 시위를 당긴 모습 되겠다. 간단하게 '활과 화살'.

다음 단계는 간단하다. 오른손 검지로 잡고 있던 고무줄에서 화살로 추정되는 모냥의 왼쪽 면의 고무줄을 잡아내린다. 안되냐.. 그럼 되게 해라. 자아, 이제 꼬무줄 하나면 드라큘라가 두렵지 않게 되었다. 여전한 저 중지의 결연한 모습.. 이건 '십자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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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별' 모냥이다.
십자가 상태에서.. 난 언제나 검지처럼 먼가 멋있는 일거리를 안주나.. 하고 심심해 하고 있던 오른손 중지에게 지시를 하여 바로 위에 있는 고무줄을 위로 걸어 안쪽 네모의 우측변을 끌어 당긴다. 그럼 당신은 이제 스타..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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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모냥에서 그냥 왼손의 엄지와 새끼손까락을 빼어내어 오른손으로 잡고 있던 꼬무줄을 바로 그 왼손의 엄지와 새끼에 끼워 걸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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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 .. 당시 우리 동네에선 '삼각탑' 이라 불렀다. 상상력이 좀 더 발달한 아이들은 빤스만 입은 사람의 몸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아아, 나만 그랬나?

요번 순서는 말로 구현하기 참말 어렵다. 위의 삼각빤쓰에 손을 넣는다.. 아아, 말이 이상하군.. 쩝. 다시, 위의 역삼각형 안에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바닥이 보이게 하고 찔러 넣는다. 다음 역삼각현의 윗변을 잡아 끌어올려 아래로 내린다. 그리고 반 바퀴 비틀어지는 쪽으로 비튼다. 그리고 오른손 검지는 왼손의 엄지에 오른손 검지는 왼손의 새끼에 있는 공간에 그대로 넣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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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 이다. 좀 허술한 듯 하지만, 눈에 초점을 약간 풀고 보면 왕관 같다. 아니라고 따지지 말자. 가운데 찬란하게 빛나는 다야몬드 안 보이냐? '왠 다이야~' 냐구? 따지지 말라니깐... 신경질내지 말구 다시 첨부터 찬찬히 다시 해봐라. 안되면 되게 하구... 쯥.

다음.. 뒤에서 난 언제 일 안주나.. 놀고 있는 오른손 엄지를 시켜 왕관의 하단 변 꼬무줄을 찍어 내린다. 다음엔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에 걸려있는 꼬무줄을 잡아 끌어올린 후, 아까 오른손 엄지로 찍어내린 꼬무줄을 풀어준다. 그리고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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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별'. 우리 동네에선 조금은 멋스럽게 '별 속의 별' 그랬다. 쌍별은 왠지 쌍스럽지 않냐? 암툰지..

담은 '뿔난 집'. 불난 집이 아니라 초가집에 뿔이 난 거란 말이다. 왜 뿔이 났는지는 나도 그 집에 살지 않아서 모르겠구. 위의 쌍별에서 왼손 검지만 꼬무줄을 뺴주면 된다.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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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 이다. 장난하냐구? 당연하지 이건 다 장난이다. 모냥 가지구 딴지 걸지 마라. 이거두 간단하다. 왼손의 새끼손가락을 기냥 빼기만 하면 된다. 함 쏴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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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떙크'. 아아.. 우덜에겐 떙크하면 '광주' 와 얼마 전 미군에게 숨진 두 소녀가 생각나게 한다. 예전엔 그저 6.25 였는데... 위의 권총의 상황에서 왼손의 새끼손가락을 권총 손잡이에 꽂아 주욱~ 잡아 댕기자. 됐지? 이거 밀구 쩌어기 지붕 하얀집으로 돌격해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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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에서 왼손의 엄지를 놨다가 다시 풀어진 오른손의 검지에 걸린 꼬무줄을 걸어 올린다. 뭔지 맞춰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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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나비' 다. 내 가슴에에~ 지울 수 없느은~ 그리움 주고 가안 사라암~ 그리운 내에 사여언으을 뜬구름아 전해다오오, 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 사아랑~으은 얄미운 나비인가아봐아~.

다음도 간단하다. 왼손 중지를 이용 나비 중앙의 두줄 꼬무줄 사이를 꿰뚫어 올리면서 엄지와 새끼에 물려있던 꼬무줄을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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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우덜은 '표창' 이라 불렀는데.. 동네마다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을 것 같다. 우주를 향해 오르는 비행선 같기도 하고... 피쓔웅~.

담담담.. 오른손 검지를 놓든 중지를 놓든 하나만 놓으면 된다. 그림처럼 검지를 놓아 보자. 그리고 손을 좌우로 돌려 '야구방방이' 모냥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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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케보면 넥타이 같기두 한데.. 머면 어떠냐.

자아.. 이제 모두 끝났다. 그럼 연습들 많이 하시고, 나중에 혹시 띠동갑 애인 생기걸랑 심심해 할 때 개인기로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 머 조카나 다 큰 아이가 있다면 갈쳐주는 것도 재밌겠다. 그럼 굿빠이~ 지금까지 꼬무줄 '반지의 제왕'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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