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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못다한 이야기

외로운 갈비탕 혹은 많이 외로웠던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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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본래는 약속이 있었다.

알고 지내기는 꽤 되었는데, 직접 눈으로 보고 만나보기는 오늘이 처음일 수인이와 점심약속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제 새벽 문자로 약속이 캔슬되었음을 알려왔고, 난 오늘 멍하니 있다가는 점심시간을 맞이했다.

어떻게 하나...

지은이는 이제 이곳에 없다. 옆자리 수아에게 점심 안먹어? 하니 좀 있다가요... 그런다. 승아는 자리에 없다. 혜진에게 점심 안먹어? 물으니, 어... 저 먹었어요... 그런다. 어 나가지도 않았잖아? 물으니, 시켜서 금방 저기서 먹고왔어요... 그런다. 나머지는 이미 먹고 온 친구들...

결국... 혼자 나가야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몇 사람 아는 사람을 만났으나, 어색하게 같이 점심을 먹느니 심심해도 혼자 먹는 게 낫다 싶어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냥 저렴한 점심부페를 갈까도 했으나, 이럴 때일수록 몸에 좋은 걸 먹고 스스로 추스려야겠다는 생각에 갈비탕을 먹으러 갔다.

갈비탕집에서 혼자 갈비탕을 먹는데, 맘속에선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그래도 놈이 있었을 땐 혼자 이렇게 먹는 경우가 생겨도 외롭지는 않았는데, 녀석이 없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도 그 달았던 갈비탕 국물이 그저 느끼하기만 했다.

얼마전 3일을 남겨두고 난 내 후배의 사직을 통보해야 했다. 어쩔 수 없는 회사 사정이기는 했지만, 이해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나쁘고 감정은 슬프다. 며칠 술을 마시고, 속이 아프고, 녀석이 이젠 더이상 나오지 않고, 그래도 나는 남아서 시간에 기대고 있을 때도 오늘처럼 외롭지는 않았는데...

또다시 시간에 기대어...
녀석의 빈 자리가,
억지로 떠밀어야 했던 내 죄스러움이,
굳은살처럼 가슴에 배겨 무뎌지기를 기다려야겠지만,

오늘,
외로운 갈비탕의 기억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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