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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본 닮고싶은 그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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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지만 근무일이다. 그래도 평소보다는 여유있는 출근길.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서 가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버스 한 번에 오는 것이 맘도 몸도 편하다. 정거장에 도착한 버스는 702번. 남대문시장에서 내려 걸어가면 될 법 하다. 어차피 여유로운 토요일 아침이니깐.

버스는 응암역을 지나 은평구청을 지나 서대문을 지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남대문시장에서 회사로 가는 길보다는 정동길이 낫겠다... 아니 나아도 훨씬 낫겠다 싶다.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카드를 찍었다.

아침의 정동길은 정말 한가하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나뭇가지도 앙상하게 추운 느낌을 전하고 있지만, '정동길'이란 이름이 주는 느낌은 왠지 추워도 춥지않다.

정동길을 들어서면 그다지 크지는 않은 성당을 하나 본다. 사실 성당인지 아니면 성공회의 어떤 부속기관인지는 잘은 모르겠다. 무심코 본 수도자의 얼굴에 뭔지 모를 편안함을 느낀다. 지긋이 감은 눈과 둥그렇게 반원을 그리고 있는 눈썹, 오똑하게 선 콧날과 다문 입술은 그의 하늘에 대한 따듯한 믿음을 보여준다. 그의 손에는 구멍이 나 있고 정말이라면 많이 아플 것인데, 그의 표정에선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난 동상이 무얼 말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그의 얼굴을 보고 나도 저런 표정을 닮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나 또 무슨 절대자에 대한 믿음과는 별개로 저런 표정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그래서 회사로 가는 길에 잘 안하는 짓이지만 그의 얼굴을 담아 보았다.



... 바람은 여전히 차지만 신선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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