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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친친국수

네잎클로버는 친친국수에 행운을 가져다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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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기분좋은 선물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날이 맑지는 않던 어느날 기어코는 비가 쏟아지고 말았다. 바깥에 펴놓은 파라솔을 주차장으로 치우고 주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뛰는 사람도 보였는데, 한 아가씨가 가게 차양 아래로 뛰어와 비를 피하고 있었다. 손님도 없고 해서 가게 안에 잠깐 앉았다 가라고 했더니 바로 가야 한단다. 그래서 마침 가게에 약간 좋지 않은 우산이 있어 괜찮으면 쓰고 가라고 건네 주었다. 아가씨는 고맙다고 바로 돌려주겠다며 우산을 쓰고 갔다.

아마도 난 그걸 잊고 있었다. 그 이후로 손님이 들었는지도 지금은 잘 기억에 없다. 입구에 등을 보이고 주방에서 뭔가를 또 열심히 정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약간은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아까의 그 아가씨였다. 우산을 잘 썼다고 돌려주러 왔단다. 그리고 커피를 하나 주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바로 가게를 떠났다. 비 때문에 손님이 없어 상심했던 마음은 달달한 커피로 달래졌다.

 

 

또 어느날이었다. 한 할머니께서 공원 쪽에서 천천히 걸어오셨다. 그리고는 매운 걸 잘 못 먹는다며, 맵지않게 비빔국수를 달라 하셨다. 그래서 소스를 반만 넣고 덜 맵게 해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는 그렇게 해드렸다. 할머닌 몇 입 드시더니 좀 심심하셨는지 다시 소스를 더 넣고 원대래로 비벼 달라셨다. 그래서 드시던 국수를 가져다 소스를 더 넣고 다시 비벼 드렸다. 그랬더니 매워도 이게 맛있다며 역시 원래대로 해야 맛있다며 공연히 번거롭게 했다고 하지 않아도 좋을 사과를 하셨다. 그러면서 엄지를 세우며 연방 맛있다고 또 연신 땀을 닦으면서 드셨다. 다 드시고 나서 다른 손님에게 폐가 될까봐 밖에 나가서 코를 풀고 오셨다. 교양 있고 배려도 있는 분이었다. 

계산을 하면서도 계속 번거롭게 했다며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또 가방에서 뭔가 주섬주섬 꺼내더니 작은 초콜릿과 캐러멜을 주면서 말씀하셨다. 미안하고 또 맛있게 먹은 답례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꼭 소고기국수를 먹으러 오겠다며 다짐도 주셨다. 아마도 다니면서 심심할 때 드시거나 당이라도 떨어지면 보충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달달한 건 맛있고 힘이 되어 준다. 나 역시도 할머니 덕분에 아주 고맙고 맛있게 잘 먹었다.

 

 

며칠 전의 일이다. 점심 손님도 끊어지고 아직 저녁 손님이 들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일찍 저녁 배나 채우자고 열심히 밥을 비벼 막 먹으려던 차에 중년의 남자 손님들이 조금은 소란스럽게 입장하였다. 네 분이었는데, 보통의 동년배들보다는 옷차림이 캐주얼해보였다. 나중에 그들의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가수들인 듯했다. 주변에 가수 단체 사무실이 있는데 모임이 있었나보다. 아무튼 막걸리에 소주에 맥주에, 있는 주종은 죄다 시키고는 안주로 소내장무침을 주문하였다. 이윽고 안주가 나가고 잠시 시간이 흘렀는데 손님이 나를 불렀다. 그러더니 코팅된 네잎클로버를 주면서 아무나 안 주는데 안주가 맛있어서 준단다. 엉겹결에 행운의 상징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더군다나 흔치 않은 낮술 손님이 준 것이니 뭔가 풀리는 듯한 기대감도 들었다.

 묘한 것은 그 손님들이 들고 나서 다른 손님들이 이어졌다. 한 테이블 국수를 내면 또 바로 다른 손님으로 이어져 비벼놓은 밥을 먹을 짬도 내지 못하였다. 근데 재밌는 것은 이 가수 손님이 들어오는 손님마다 부르면서 네잎클로버를 아무나 안 주는 거라고 기분 좋아서 주는 거라며 주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 나니 아무나는 아닌 것 같으면서도 아무나인 것 같은 아리송한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그날은 그 손님 덕분에 낮술도 팔고, 그 손님의 선물인 네잎클로버 덕분인지 손님도 줄이어 들어서 평상 시보다 매출도 늘었다. 기분을 달달하게 해주는 선물이었다. 그 달달한 효과가 다음주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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