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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산다

마릴린 먼로 The Secret Life, 6월 1일 그녀의 생일날 발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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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마릴린 먼로의 84번째 생일이다. 그녀의 생일날 그녀의 전기가 출간된다. 물론 이것은 의도적이었다. 처음부터는 아니었지만, 분명 출간일자를 그녀의 생일에 맞춘 것은 충분히 의도적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의미가 있다. 그녀의 생일날 그녀의 전기를 출간한다는 것 말이다.

어쨌든 [마릴린 먼로 The Secret Life]를 만들었다. 우여곡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을 처음 발견하고 선택하고 진행하는 데 있어, 그냥 술술 실뭉텅이 풀리듯이 굴러간 것은 아니었다. 이 책보다 먼저 선택된 것은 '유니클로'의 회장인 야나이 타다시의 자서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타국어로 번역판을 낼 수 없다는 그의 고집으로 이미 여러 출판사들이 계약조차 못했던 거였다. 차선은 아니었지만 (솔직히는 마릴린 먼로를 만들고 싶어했으니까) 결국 마릴린 먼로를 알아보게 되었다.

작년 미국에서 출간시부터 눈여겨 보았지만 솔직히는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평소 거래하는 에이전시에 요청을 했더니 다른 독점사가 있었다. 알고보니 국내 손꼽히는 에이전시였다. 하지만 일을 처리하는 속도는 매우 여유가 있어 덕분에, 아주 느긋하게, 하지만 아주 천천히, 그래서 이제사 나오게 되었다. 물론 구두 계약시부터 작업은 진행이 되었다. 역자를 섭외하고 판형을 정하고 편집자와 디자이너를 구하고 따로 독자 리뷰어도 구했다. 그리고 천천히 하는 듯 마는 듯 진행이 되었다.

이 책을 계약하고 견본이 날아오고 그와중에 여러 주변의 사람들이 사실을 알게되었다. 원서는 500여페이지, 번역을 하면 분량이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니 600 페이지를 넘지않게만 작업을 하자 했다. 이 방대한 양에 대해서 주변의 지인들은 출판을 만류하거나 판매를 우려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누가 살까... 라는 것이 대부분의 인식이었다. 하지만 '마릴린 먼로'인데... 그것이 오로지 나의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저 그녀가 출연했던 몇 개의 영화작품들,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나 '명화극장'을 통해 사진처럼 박혀있던 순간의 장면들, 앤디 워홀, 조디마지오, 아서 밀러 등의 이름들, 그리고 지하철 송풍구... 생각해보면 그녀가 자살을 했던지, 타살을 당했던지, FBI의 추적을 받았다던지의 이야기들은 내 관심 밖의 것들이었다. 그러니 물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그래서 먼저 그녀의 작품들을 보기로 했다. 그녀를 우선 배우로 이해하기 위해.

내가 본 그녀의 작품은 모두 일곱 가지, '나이아가라'를 제외하면 드라마이거나 코미디에 가까운 뮤지컬들이었다. 지금의 내겐 1950년대 미국영화에서의 금발 미녀 배우의 연기력을 평가하거나 논하기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럴려고 본 것도 아니거니와 연기력을 따지기 전에 어떤 역할이든 그녀의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백치미로 대변되는 그녀의 아름다움이란, 그녀를 대신할 배우는 아무도 없다는 결론을 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여태 마릴린을 대신할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그게 내 결론이었다.

번역된 원고를 읽으면서, 이미 발표된 전기들과 그것들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서를 읽을 수준은 애초에 못되는 바, 국내에 번역된 책을 찾아보았다. 두 종의 책을 구해서 보았는데, 하나는 그녀의 자서전. 그녀의 구술에 의해 다른 사람의 원고로 작성되었던 이 책은 객관적이지 못했다. 더욱이 그 내용은 조 디마지오와의 결혼 즈음에서 끝을 맺고 있었다. 다른 책은 한 문학자의 글인데 이글을 읽다보니 자서전과 번역 원고와의 내용에 혼동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단 읽기를 중단했다. 그저 틈틈히 같은 시기의 기술 내용이 어떤지 살피기 위해 훑어 보기만을 하였다.

편집과 교정이 진행되면서, 번역판의 추천사를 써줄 사람을 섭외해야 했다. 물론 추천사가 없어도 크게 상관이 없을 노릇이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몇년 만에 출간이 되는 마릴린의 전기인데(것두 500 페이지가 이미 넘어서는 분량의 책인데), 추천사 하나 없는 것은 내가 서운했다. 그래서 섭외한 필자가 전 조선일보 영화부기자였던 영화평론가 이동진씨와 모 영화웹진의 편집장이었으나, 영화웹진의 편집장은 개인사정으로 취소가 되었고, 결국 이동진씨의 추천사만을 싣게 되었다. 그는 애초에 다른 일정으로 정중히 거절했으나, 그의 관심의 끈을 붙잡고 늘어져 동의를 얻어내었다. 이 자리를 빌어 또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진행 중 생겼던 문제가 표지 사진이었다. 이것은 원서와 같은 사진으로 저작권이 출판사에게 있지 않았다. 내지 화보에 있는 사진은 원출판사를 통해 구매를 할 수 있었으나, 표지 사용에 대한 권한은 얻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인터넷 최대의 이미지 사이트의 국내라이센스 업체를 통해 따로 구매를 해야했다. 근데 웃긴 것은 에이전시에도 원출판사에도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저 판권은 알아서 해결하라는 답변 뿐이었다. 사실 의외로 쉽게 해결이 되기는 했으나, 아무것도 몰랐던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럽기만 해서 그 두 객체들에겐 참으로 원망스럽기도 했다.

교정을 보면서 독자 리뷰어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번역체가 다소 딱딱하고 문체가 읽히지 않는다는 평이었다. 물론 나 역시 한눈에 술술 읽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름 문체를 고치고 어순을 조절을 하기는 했지만, 아마도 여전히 독자들에겐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을 듯싶다. 하지만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닌 이상, 인터뷰와 취재를 기반으로 한 도큐멘터리로서 생각한다면 또 그다지 문장이나 내용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저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라는 것은 미리 밝혀둔다. 단지 마릴린 먼로의 숨겨진 일생의 면면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딱이다.

만들고 나니 책의 분량이 704페이지나 되었다. 거기에 화보까지 합하니 무려 728페이지다. 애초의 계획보다 100여 페이지가 늘었다. 사실 원서 분량에서 부록 부분 중 상당한 분량을 제하기도 하였다. 아마 그것마저 그대로 두었다면 800페이지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 부분은 저자의 감사말로 매 챕터마다 만났던 사람들과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인사말이다. 그것을 매 챕터마다 따지고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까지 기술을 하였으니 그 양이 얼마나 많던지... 책의 전체 분량을 위해 과감히 삭제하였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전혀 없으니 안심하시길.

본의 아니게 '출간의 변'이 되어버렸다. 그저 내 첫 단행본에 대해 스스로 아무런 이야기를 기록해두지 않아 내가 서운했다. 그리고 나를 믿고 이 잘 팔리지도 않을 타이틀을 맘대로 하게 놔둔 나의 보스 규학이형에게 고맙다. 잊을 만하면 툭툭 한 마디를 던지며 내 긴장의 끈을 놓치않게 해준 아내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몇번의 수정과 번복에도 짜증 한 번 부리지 않은 코리아하우스의 혜선씨에게도 고맙다. 미처 잡아내지 못한 오탈자와 어색한 문장을 찾아준 솔희와 윤아에게도 고맙다. 첨부터 끝까지 항상 기쁜 응원으로 후원해준 지은에게도 고맙다. 곧 재판 찍게 될 거라고 힘주신 인쇄소 박사장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남의 감사 인사는 짤르고 나는 여기서 잘하는 짓이다. ^^;;; (뭐, 어때 내 블로근데... )        

더도 말고... 금방 죽지않고 꾸준히 독자들의 손을 타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거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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