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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산다

카메라를 놓은 지가 너무 오래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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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잘 찍는 사진도 아니었지만, 한때 사진찍고 기사쓰는 걸로 밥을 먹고 산 적이 있었다. 돈은 지금보다 못 벌었지만 그래도 생생한 정보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그 노릇이 좋았다. 그래서 6시간 넘게 밤새서 달려 일출도 찍어보고, 바위산 꼭대기에 올라 별스런 바위도 담고 그랬다. 졸음 운전도 하고, 바위에서 중심을 잃어 넘어질 뻔도 했으니, 나름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사진을 찍은 셈이다. 그런 일을 지난 해 1년쯤 전부터 그만두게 되었다. 우선은 원고료가 안들어왔고 그걸 타박한 내겐 일이 들어오지 않았다. 뭐 다른 밥벌이를 마련했으니 원고료는 아쉽지 않았지만, 사진찍는 일을 그만 하게 되어 그것이 서운하다. 물론 그런일이 아니더라도 사진을 찍을 수는 있다. 근데 이상하게도 일이 아니면 카메라를 들게 되질 않는다. 애초에 취미로 사진을 찍었던 것은 아니었던 탓인지, 뭔가 떨어지는 일이 안생기면 카메라를 들만한 의지가 안 생긴다. 밥벌이가 1차였다면 2차는 게으름이다. 추위도 탓을 해본다. 어쩌면 내 성격 탓인지도 모르겠다. 한참 사진을 찍고 다닐 적에도 카메라를 목에 매달고 다니는 내 모습이 어색했다. 뭐 대단한 일을 한다고 렌즈까지 몇 개 들고 다니며 이산 저산 이집 저집을 돌아다니는 꼬라지가 영 내게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좀 창피했다. 그런데 그 창피했던 시절이 가끔은 그립다. 이젠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도 잊어버려 카메라를 손에 잡으면, 착 하고 감기던 손바닥이 어색하다. 기껏해야 가끔 폰카나 찍어 문자나 날리는 정도가 고작이다. 최근에 알게된 어린 후배 몇이 사진을 찍는 것 같다. 그들은 그일로 무엇이 생기는 것은 아닐진대, 필름까지 사가며 잘도 찍어댄다. 나도 한때 흑백 필름을 사서는 몇 통 찍어본 일은 있지만, 그것도 비용이 쏠쏠하게 들어 그만두었다. 내가 가진 것은 모두 디카니 들어봐야 충전하는 전기비용이다. 그게 아까워서 안 찍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그 녀석들이 부럽고 좋아보이고 재밌다. 지금 핑계는 회사일이 바쁘니까, 날이 추우니까 등인데, 이제 곧 그 핑계들이 사라지면, 또다른 핑계를 댈지, 혹 하고 카메라를 들고 나가게 될지 어쩔지 모르겠다. 하지만 뭐 마음은 뭐라도 예전처럼 다시 찍고 싶다. 그래서 이렇게 주절주절 글자를 새겨넣기도 하는 것이고... 카메라한테 미안하고 렌즈한테 미안하고 그 렌즈를 사준 아내에게 미안하고... 에이... 집에 일거리 가져왔는데... 일도 않고 되도 않는 넋두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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