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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산다

오늘의 무용담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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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을 임박하여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어찌 출근하셨는가? 파주에 있는 인쇄소는 직원들이못나와서 하루 휴무했다는데...?

여기에 대한 나의 답장은 이랬다.

3시간 반짜리 재난 영화를 찍었더니 회사더라...

정말이지 엄살 조금 보태서 난 오늘 재난영화 한 편 찍었다. 파주가 직장인 나로서는 차를 가지고 나가지 않으면, 합정역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그래서 지난 번 일도 있고 해서(먼저 눈이 온 날은 2시간이 꼬박 걸렸다) 6시 50분에 집을 나섰다. 생각에는 그래도 2시간이야 걸리겠나싶었는데, 합정역에 당도하니 예상밖의 풍경에 난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었었다.

쉬지도 않고 내리던 눈은 이번에 아주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듯이 퍼붓고 있었고, 평소때와는 다르게 두배 이상의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별수 있나, 일단 사람들의 끝자리를 따라 줄을 서야 했다. 10여분을 기다렸는가. 내 뒤로도 이미 사람들이 저만치 줄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앞줄은 줄어들 생각을 않고 있었다. 주변을 보아하니 쌓여가는 눈에 자동차들은 설설 기다못해 미끄러지기가 십상이었고, 보아하니 버스를 한없이 기다리다간 동상이라도 걸릴 듯싶었다. 결국 나의 판단은 지각을 하더라도 지하철을 타고 가자였다.

그래서 타고온 지하철 역을 다시 내려가 왔던 노선을 다시 거슬러타고 거꾸로 일산 방향을 잡아타려고 했다. 근데 가만히 지하철 노선을 보니 생소한 경인선 노선이 운정이나 탄현으로 가는 것이었다. 가끔 출판단지를 걷노라면 운정이나 탄현이 적힌 버스를 본일이 있어, 아! 경인선을 타고 운정에서 태녀 버스를 타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수색디지털미디어시티에서 내려 경인선 방향의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렸다.

마침 안내방송에서 5분정도만 기다리면 열차가 온다고 했다.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모자가 달린 옷을 입고 나간 것이 무척이나 다행이었다. 이윽고 5분이 지났는데...도 열차는 오지않았다. 하... 지상으로 다니는 열차라 눈이 영향을 주는 듯싶었다. 결국 다신 나온 안내방송에서 15분 더 지연이 된다고 하는 것이다.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15분을 기다리자니, 게다가 한번도 타보지않은, 눈으로 인해 두번이나 연착이 되는 경인선을 기다리자니, 차라리 3호선을 갈아타서  대화에서 내려 다음을 도모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결국 다시 6호선을 타고 불광까지 가서 3호선을 갈아탔다.

일단은 파주에서 가까운 대화까지는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셈이었다. 가는 중간 동료에게 전화를 하니 그 친구도 이미 한시간여 버스를 기다리는 상태이고, 사장님도 차를 가져가는 것을 포기하고 전철을 선택했다. 지상으로 갈 때 차창 밖을 보니 풍경은 참으로 일품이었다. 하지만 간간히 보이는 차도에서는 차들이 드문드문 기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안전하게 대화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아는 노선이라고는 200번 버스. 대화역에서 출판단지까지 가본일은 없기에 어디서 버스를 타야하는지도 몰랐다. 선뜻 지상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에라모르겠다하고 6번출구로 나가니 택시 승강장이 나왔다. 어딘가 버스 정류장이 있을텐데 하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니 반대방향으로 사람들이 많이 서있고 버스 몇대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올커니... 저기가 버스정류장이렸다. 우선 표지판을 확인하려 정류장 쪽으로 향했다. 그러다 저쪽에서 버스가 하나 스르르 다가오는데 '파주출판단지'라는 글자가 확 눈에 들어왔고, 마침 내앞에 주우욱 미끄러지며 차가 섰다.

아저씨 이거 출판단지 가요?

어디선가 불쑥 내 옆에서 나타난 아가씨가 물었다. 간다는 기사 아저씨의 말에 아가씨는 나보다 앞서 버스에 올랐다. 옳다꾸나 나 역시 잽싸게 버스에 올랐다. 마침 제일 앞자리에 빈좌석이 있었고, 그저 눈에 보이는대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내가 차를 탄뒤에도 출판단지로 가려는 사람들이 계속 버스를 붙잡고 올라탔다. 결국 버스는 만원이 되어서야 대화역을 출발할 수 있었고, 시간은 이미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버스는 설설설 눈길을 기어갔다. 다행히 만원의 버스는 그 무게로 미끄러짐이 덜한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차들이 미끄러지니 안심하고만 있을 수 는 없었다. 마침 내 앞에는 서너명의 알라딘 직원이 서서 탑승하고 있었는데, 좀 젊은 아가씨들이 내내 참새처럼 재잘거리며 가는 바람에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가니 심심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입을 통해 안 몇가지 사실은 이랬다.

본인들의 기억에 의하면 경기도 살면서 이렇게 많은 눈을 보기는 처음이라는 것.
서울로 가야하는 시외버스들이 일산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그들 역시 이 버스를 타는 것은 처음이라는 것.

그리고 기사 아저씨를 응원하는 것인지 협박하는 것인지, 아저씨 운전 잘 하세요. 아저씨 손에 우리 목숨이 달렸어요... 하는 등 반농진농의 이야기들을 내릴 때까지 주절 거렸다.

어쨌든 설설 기면서도 버스는 정거장 외에는 서는 일이 없이 계속에서 눈길을 헤쳐나갔다. 결국에 나는 몇 번의 선택의 기로에서 길을 찾으며 집을 나선 지 장장 세 시간 반만에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회사에 도착하고야 말았다. 나름 감격적이기도 했고, 나름 추억이 될만도 했으며, 한편 위험하기도 했던 출근길이었다.

회사로 오니 동료는 이미 출근을 한 상태였다. 한시간여를 기다리다가 버스를 포기하고 결국은 자동차를 끌고 설설기어서 왔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어 집나온 지 4시간 만에 사장님이 회사에 도착을 했다. 사장님은 벌써부터 내일의 출근길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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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은 차를 가져온 동료 덕분에 출근길에 비하면 매우 수월했다. 자유로의 채 녹지않은 눈길은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대화역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그리고는 뭐 지하철로 오는 길이라 평소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했다.

집에 돌아와 눈 덮힌 차를 보니 그 폭설의 정도를 새삼 실감할 수가 있었다. 뭐 당장 내일 차를 운행하지는 않더라도 쌓인 눈이 얼어버리면 곤란하므로 일단은 눈을 치우고 집에 들어갔다. 뉴스를 들어보니 나의 출근길은 그나마 나은 것이었다. 뭐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사고없이 회사에 갈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저 재난 영화의 아주 작은 씬 정도에 지나지 않은 셈이다.

출근길에 드는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곧잘 틀리는 일기예보지만 어쨌든 이번 폭설은 예보된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보았던 출근길에서 어떤 예방책이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뉴스를 들어보니 대비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눈이 오는 바람에 효과있게 방제를 할 수 없었다고는 하드라만, 3시간 반동안 기관에서 제설 작업하는 모습을 겨우 한 번 보았을 뿐이다. 그리고 퇴근길에도 여전히 위협적으로 남아있는 눈을 보며 또 내일 출근길을 걱정하게 되는 생각 속에 정말로 대비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기상이었는지... 아쉬운 감정이 남는다. 적어도 대중교통만이라도 무리없이 운행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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