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보고 나서 비엔나 소시지를 한번 사다가 문어 모양으로 만들어 먹고 싶어졌다. 사실 그전에, 알던 주방장으로부터 그 방법은 익히 알고 한두번 해먹어 보았으나, 나중에 귀찮아서 혹은 비엔나 소시지를, 아니 소시지 자체를 잊고 지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는 해먹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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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해먹고 보니 우리나라 비엔나 소시지는 일본 것에 비해 많이 짧다는 느낌이다. 저렇게 세워놓으니 뭐 새끼 문어 쯤은 되어 보이지만, 실은 꽃에 더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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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워놓았더니 끄트머리가 검게 탔다. 일본은 비엔나 소시지가 일찍 대중화 되었던지 나같은 중년에겐 아마도 추억거리가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이런 말랑말랑한 소시지보다는 그저 둥근 원통형의 밀가루 소시지가 익숙하다. 그것도 소풍날이나 되거나 어쩌다 어머니께서 시간이 나실 때면 계란을 발라 부쳐주신 도시락 반찬이 다였다.

언젠가 이 밀가루 소시지 때문에 동생을 미워한 적이 있었다. 내 국민학교 소풍날이었는데, 학교가 달랐던 내동생보다 나의 소풍날이 더 빨랐나보다. 어머닌 김밥도시락을 싸기 위해 단무지, 소시지, 시금치, 계란 등을 사두셨고, 난 다음날 소풍을 간다는 사실에 조금은 들떠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머니께서 급히 소시지를 하나 더 사오란 주문을 하셨다. 어, 분명히 소시지는 장바구니에 있었는데... 까닭을 물으니 어린 동생은 식탐이 많았는데, 그것이 이유였던지 형의 소풍날 김밥을 위한 소시지의 비닐을 몰래 까서는 한입만 먹는 다는 것이 그만 모두 먹어버렸다는 것이었다. 나는 해질 무렵의 저녁에 혼자 외로이 소시지를 사가지고 오면서 당시 통통했던 동생의 별명인 '돼지새끼'를 반복해서 툴툴거리며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뭣보다도 짜증이 났던 것은 소풍날이나 아니면 어쩌다 먹는 소시지를 그녀석이 혼자서 다 먹어버렸다는 사실이 너무 배아팠다. 나 역시 어린 국민학생에 지나지 않아 소시지는 그야말로 최고의 반찬이었다. 그걸 혼자서 다 먹었으니 내가 얼마나 배가 아프고 녀석이 미웠겠는가. 게다가 아쉬운 내가 소시지를 사러 다시 시장에 가야했으니 동생에 대한 원망을 정말로 컸다. 오죽하면 아직까지도 기억을 하겠는가 말이다. 이제는 재밌는 추억이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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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식당에서 백반을 주문하면 계란을 두른 밀가루 소시지가 나온다. 이건 내가 술 취하면 형님이라고 부르는 우리 사장님이 무지 좋아하는데, 나또한 좋아하는지라 둘이서 밥도 나오기 전에 홀라당 다 먹고서는 추가 주문을 하고 만다.

밀가루 소시지나 비엔나 소시지나 짭조롬하고 고소한 것이 참 맛있다. 뭐 조미료가 한껏 들어가 있을 테니 어찌 입에 안 맛있을 수가 있겠는가 말이지만, 아마도 그런 이유로 소시지를 조금은 꺼려했던 것 같다. 근데 뭐 늘 먹는 반찬도 아니고, 오늘처럼 재미로 한번 모냥을 만들어 먹으니 옛날 생각도 나고 그 생각에 더 꼬소하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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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보다는 꽃모양에 가까워서 '심야식당'을 재연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뭐 맛있으니 그만이다. 게다가 케첩이 없어서 뿌린 초고추장에 먹는 양배추 맛도 색다른 발견이었으니... 아, 이 밤에... 맥주에다 소시지로 몸에 살 좀 붙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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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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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지
    2010.03.04 12:1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맛있겠다;;;;전 소세지 너무 좋아해요ㅋ
    전 왜 소시지보다 소세지가 더 맛있어 보이죠?!ㅋㅋㅋ

    드라마는 "심야극장"이에요?! 책은 심야식당인데...ㅎㅎ;
    • 2010.03.07 15:3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그러게...
      난 '심야식당'을 생각하고
      자꾸 '심야극장'이라고 쓰네...
      아직 드라마를 안 봤나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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