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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이 만난 사람들

dall-lee 이용한 시인, 그의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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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한 블로그가 눈에 들어왔다. 그 블로그에는 '길'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네 생활 속에서 '잊혀지고 있는 것'들, '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가 다녀온 '티벳', 그리고 '몽골'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블로그의 이름은 '구름과연어혹은우기의여인숙'이란 시적인 제목이다. 종일을 돌아다니느라 살이 찔 새가 없을 것 같은 이 블로그의 주인장은 약간은 마른 듯한 인상의 사내였다. 그는 시인이고 여행작가다.

불현듯이 그가 만나고 싶어졌다. 이 땅에서 시인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여행작가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치열한 일이다. 그런 치열한 그의 삶이 궁금했고 살짝은 엿보고 싶었다. 해서 지난 해 만남을 청해 지난 주가 되어서야 작은 술자리를 마련했다.

그의 이름은 이용한, dall-lee라는 인터넷 아이디를 쓰며, 그의 블로그 [구름과연어혹은우기의여인숙]의 유일한 투숙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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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학습지 회사에 입사를 했다. 그곳에서 노조활동을 했는데 좀 심하게 해서 결국은 잘리게 되었고, 이후 [지오 GEO]라는 다큐멘터리 잡지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지오'는 독일에서 발행되는 다큐멘터리 잡지로 현재 한국판은발행되지 않고 있다). 그는 지오를 다니던 중인1995년 실천문학신인상으로 시인으로 등단을 했고, 그 이듬해 지오를 때려치우고 방랑의 길에 나섰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왜 그 '잘 나가던' 잡지사를 그만두고 '방랑'의 '방황'의 길로 나선 것일까?

'지오'의 많은 기사는 오리지널판의 기사를 담아 썼어요. 그런데 저는 한 꼭지만이라도 우리의 이야기와 사진을 담고 싶었지요. 한국의 필자나 사진가를 키우기 위한 목적도 있고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것에도 큰 의미를 두었던 거죠. 그래서 나름대로 잘 진행을 하고 있었는데, 회사의 한 임원이 프랑스의 사진가를 데려다 일을 진행시켰어요. 저는 한국의 필자와 사진가의 글과 사진에 염두를 둔 애초의 기획의도와는 벗어나는 그 일에 반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그것이 표면적인 이유가 되었지만, 실은 오래 전부터 '지오'라는 잡지를 만들면서 거기에 실리는 글과 사진을 보면서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그래서 길면 5년 아니면 짧으면 3년 정도만 '지오'에서 일을 하고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전향을 하려고 맘을 다지고 있었는데, 그 일로 조금 앞당겨지게 된 것입니다.



그가 지오를 그만두고 바로 작업에 들어간 것이 <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였다. 1998년에 책이 나왔는데 5만부가 나갔다고 하니 꽤나 팔린 셈이다. 당시 기자들의 추천서로도 선정이 되고 했고 베스트셀러로 성공하기는 했지만, 이후 그는 딜렘마에 빠지게 되었다. 책이 성공하고 난 후 3개 방송사에서 그가 다녀간 오지마을들을 두세 번씩 훑고 다녔는데, 이후 그 마을들은 더 이상 오지마을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애초의 의도는 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간직하고 픈 마음에 책을 지었는데 오히려 그게 독이 되어 오지마을을 더 빨리 사라지게 만들었단다. 방송을 보고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장사를 하게 되고 평범한 농가가 민박을 하게 되고 하면서 오지마을은 점점 관광지화 되었던 것이다. 결국은 오지마을은 더이상 오지마을이 아니었다.

사실은 오지마을 2편을 준비하고 꽤 진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그 모습을 보고는 마음을 다쳐 안타깝지만 과감하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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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그가 작업을 한 것은 우리 나라에서 사라져가는 토종지기들인 <꾼>과 <장이>에 대하여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후로 이 일을 시작한 지 10년 될 때까지 우리들의 사라져가는 옛것의 문화를 다룰 것을 마음 먹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들이 <사라져가는 이 땅의 서정과 풍경>, <이색마을 이색기행>, <옛집기행> 등이다.

<옛집기행>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작업은 일단 마감을 했다. 그는 일단 그가 스스로 약속했던 바를 지켰다. 10년 동안 우리 것을 찾는 다는 것. 하지만 계속 반복적으로 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나오고 하니 독자들은 식상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옛집기행>을 끝으로 스스로 했던 약속의 짐을 벗고 자유롭게 내고 싶은 책을 내겠다 생각을 했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전 책과는 달리 이후로는 에세이 성격이 강한, 그리고 이제는 길의 방향을 국외로 돌렸다.

그리하여 나온 책이 티벳의 차마고도를 이야기하는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길-티베트 차마고도를 따라가다>이다. 최근 방송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여행지가 바로 차마고도 아닌가? 그는 차마고도에서 무엇을 느꼈던 것일까?

지난 10년동안 우리 나라의 오지와 사라지는 문화에 대해서 살펴보았지요. 앞으로 10년은 그 시선을 해외로 옮기는 것입니다. 그것도 역시 오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 풍경에 대한 이야기에요.

차마고도는 티벳에서도 잘 가지 않는 지역이에요.  얼마전 한 방송사에서 방영을 했는데 저도 그 취재팀을 만난 일이 있어요. 그분들 정말 고생했고 잘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1년 넘게 취재를 하고 작업을 했는데, 한 달이 채 못되게 있었던 저로서는 사실 차마고도를 이야기하는 게 부끄러울 수가 있어요.

'트래블게릴라'라는 자유여행 커뮤니티의 제안으로 차마고도를 가게 되었는데 저는 그곳에서 가는 곳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사람 하나하나에 감동을 느꼈어요. 처음엔 책을 쓸 마음이 없었는데, 가는 곳마다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고, 8일만에 라싸에 도착해 동행한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저는 혼자 남았지요. 하지만 라싸에 오는 것까지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어요. 그래서 티벳의 처음부터 끝까지는 가야겠다는 생각에서 혼자서 시가체에 가서 2박3일간 머물다가  또 간체에 가서 머물다가 그렇게 왔습니다.

차마고도에 대해 사람들이 모르는 게 많아요. 유럽이나 중국에서 차마고도의 인기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차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에요. 라싸에서 차마고도 여행을 신청하는 사람의 분포를 보면 유럽인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중국, 일본인 순입니다. 50~60% 정도가 유럽이라고 합니다만, 나라별 인구로 보면 중국이 제일 많을 것 같아요. 특히 독일에서는 차마고도는 일종의 로망같은 곳이고 유럽의 많은 여행자들에게 핵심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 차마고도입니다.

어떤 분이 차마고도를 다녀와서 실망했다는 말을 제게 전했습니다. 책에서 본 풍경이랑 다르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풍경은 1년 열두 달 매일 보여지는 풍경은 아니라는 겁니다. 만약에 그 분이 그 풍경을 보시려고 한다면 그런 모습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보통의 여행자는 그렇게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것입니다. 제한된 시간이 지나면 빨리 일정을 진행해야 하기에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하기 때문이죠. 결국 문제는 여행자가 무엇을 느끼냐가 관건입니다.

해발 4000여미터의 비포장길을 가면서 오체투지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눈부시도록 하얀 빙하를 보고... 저는 그런 풍경만으로 눈물이 났습니다. 물론 그 분도 그런 장면을 보았을 텐데... 아마도 이게 관점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어요.

공중파 방영 이후 차마고도에 대한 기대수치가 많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방송은 1년 내내 거기서 작업을 한 것인만큼 방송에서 보여진 모습과 실제로 가서 볼 수 있는 모습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연히 멋진 광경을 목격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풍경을 접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가지 팁을 알려드린다면 차마고도의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주위엔 사찰이 많아요. 사찰 사원은 티벳문화의 핵심이지요. 이것을 빼놓고는 차마고도 역시 말이 되지 않으니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차마고도... 중국의 차와 티벳의 말을 거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가장 오래된 무역로... 해발 4000미터의 고지에 형성된 그 원시적인 풍경은 시인의 감성을 낚아채기에 충분했으리라... 그렇다면 그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까?

몽골의 알타이 쪽으로 다녀와서 책을 낼 생각이에요. 일전에 고비까지 몽골을 종단을 했는데, 이번에는 울란바토르에서 알타이쪽으로 갈 생각입니다. 근데 불행하게도 그곳에 다녀온 여행정보가 전혀없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알타이 여행 정보가 없는 거에요. 이윤기 교수의 '알타이 신화기행'이  있지만 알타이 핵심도시까지는 못가고 그 근처에까지만 가서 쓴 것이라 내용이 좀 부족합니다. 알타이에 제대로 다녀온 여행자를 찾을 수 없어요. 일본의 한 여행자가 알타이를 다녀왔는데, 고비나 울란바토르와는 엄청나게 다르다고 해요. 한국사람이 거의 가보지 않은 곳이라 제게는 매력적입니다. 전혀 자료도 찾아볼 수 없고,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말이죠.

그리고 제가 몸담고 있는 '붉은여행가동맹'이 생각하고 있는 곳은 남미쪽이에요. 우리는 체게바라식 여행을 생각하고 있어요. 체게바라가 혁명에 뛰어들기 전에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는 사진기를 하나 메고 갔는데, 가는 곳마다 항상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의 사진에 보면 낡은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는 사진을 볼 수 있는데, 항상 다닐 때마다 사진을 찍어요. 여행을 다니면서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 풍경 등을 접하면서 혁명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물론 우리의 여행은 혁명가를 꿈꾸는 건 아닙니다. '붉은여행가동맹'은 모두 세 명인데 시를 쓰고 있지요. 우리는 여행을 통해서 지적인 깨달음, 깨우침을 길 위에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쿠바여행을 가서 각자가 분야는 다르지만 따로따로 다니면서 글을 쓰는 것을 생각중이에요.

하지만 개인적으론 앞서 얘기했듯이 앞으로 10년은 아시아의 숨겨진 장소를 찾아다닐 예정이에요.



그는 모국어인 한국어밖에 못한다고 한다. 물론 차마고도에서 티벳에서 혹은 몽골에서 아무리 만국 공통어라지만 영어가 잘 통할 리는 없다. 그럼 그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취재를 할 수 있는 것인가.

실은 그 문제가 가장 많이 걸리기는 해요. 영어도 잘 못해요. 한국어 빼고는 할 수 있는 언어가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보다 중요한 것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티벳에서는 가이드가 있었지만, 몽골을 다니면서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사람들 틈에서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으로 보이는 풍경 자체가 언어라고 느꼈어요. 아마도 그곳에서는 영어를 쓸 수 있는 사람도 별로 통하지 않을 것이죠. 언어가 아닌 것으로 교감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교감을 나누다 보면 결국 이해가 됩니다. 물론 시간은 좀 걸리겠죠.

티벳의 차마고도를 여행할 때, 길이 막히는 바람에 어떤 마을에 너댓시간 정도 머무를 때가 있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사현장에서 발을 구르고 있을 때 저는 혼자 마을을 천천히 돌아다녔어요. 근데 나를 바라보고 있던 어떤 할머니가 입에 손을 가져가시길래 첨엔 담배를 달라는 건 줄 알고 담배를 드렸는데 손을 저으면서 아니라고 하는 거죠. 나중에 알고 봤더니 길이 막힌 지 오래되었을 텐데 배고프지 않느냐며 밥을 먹으러 따라오라는 거였어요. 먹을 걸 주겠다는 몸짓이었죠. 할머니를 따라간 집에서 티벳빵과 야크버터차를 먹을 수 있었는데, 남들은 야크버터차가 느끼해서 못먹겠다고 하는데, 저는 10잔 이상 마셨어요. 그동안 무슨 말을 나눌 수가 없으니 그냥 표정과 손으로만 이야기를 했죠. 그때 내 주머니에 우리나라 돈이 있었어요. 중국돈을 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할머니가 돈을 바라고 해준게 아니었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우리나라 돈이 한 장 있어서 할머니를 드렸어요. 처음에는 돈을 보지도 않고 안받으려고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자세히 손으로 가르키면서 돈을 보여드렸더니 할머니가 웃으시는 거에요. 중국돈이면 받지 않았을 텐데 어차피 여기서는 쓸 수 없는 우리나라돈이니깐 선물로 생각하고 받으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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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0년을 부유하고서 또다시 10년을 아시아의 오지를 떠돈다고 한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을 테고, 이전만큼 몸도 잘 안움지여질 법도 하다. 아아... 나라면 벌써 정착을 꿈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템포를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작년에 결혼도 했고...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올해로 여행을 시작한 지는 13년차가 되는데, 재작년까지는 여행을 너무 타이트하게 했다는 생각이었어요. 정리할 시간도 없이 여행가고 다시 책 쓰고... 작년까지 3년동안 한 해에 책을 두권씩 냈어요. 그럴 때는 3개월에서 5개월 동안 앉아서 책만 써요. 여행을 다녀와서 책 쓰고 그런 작업을 너무 빡빡하게만 해온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약간 템포를 조정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빡빡하게 다니고 싶지는 않고, 여행을 즐기면서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여태 여행을 즐겼을까 생각하면 자신할 수는 없고, 이제부터는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답게 다녀보자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고정적인 수입만 있어도 여유롭게 다닐 수 있을 건데...

몽골 갔을 때부터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사람들과 재미있게 여행하자는 생각을 한 게 몽골여행이었죠. 가장 감동을 준 건 티벳여행이었는데 11년동안 여행을 하면서 그렇게 여행을 즐겁게 다닌 적이 없어요. 이번엔 일 때문에 가는 거지만 그때의 그 기분을 유지하면서 다녀오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몽골 여행은 보다 획기적인 시도를 보여줄 계획입니다. 일종의 아포리즘 형식의 책이 낼 생각인데, 단순한 포토에세이가 아닌 테마를 정해서 문학적 철학적 사상을 담는 글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가 작년에 결혼을 했단다. 우리 나이로 마흔에... 결혼이 점점 늦어지기는 하지만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그가 만난 이는 누구였을까. 그리고 그는 어떻게 결혼에 골인을 했을까나...

여행 다니고, 시쓰고, 자유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결혼 못한게 아니라, 사실은 스스로 경제적인 능력이 안됐기 때문에 결혼이 늦어진 거죠. 

두 번째 시집을 내고나서 장문의 편지를 보내온 독자가 있었어요. 나름 느끼는 바를 메일로 보내왔는데, 절절하게 보내온 글이 좋아 밥이나 한 번 먹자고 해서 만나기 시작했어요. 만나다 보니가 마음에 들어 프로포즈를 했지요.

당시 시를 청탁받은 문예잡지에 청혼을 하는 시를 써서 그 잡지를 보여줬어요. 한 시간 정도를 우는 거에요. 허락의 눈물이었죠.

재밌는 건 좀 편하게 여행이란 걸 다녀보자고 신혼여행을 패키지로 갔어요. 그리고 남들 다가는 방콕/파타야를요 해보니까 패키지는 제겐 안밪더라구요. 그때 당시 책작업 끝내고 다른 작업이 걸려 있어서 시간을 오래 낼 수도 없어서 그냥 평범한 데 있다가 왔는데, 호텔에서 수영 좀 하고 편하게 쉬었다가 오려고 했는데, 가이드가 가만 두지 않더라구요. 허허허.



그는 잡지사에 근무를 했지만 등단을 했고 '시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여행작가'라는 이름으로 더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시인'과 '여행작가'라는 두 가지의 이름이 그에겐 어떤 의미일까.

많은 분들이 물어옵니다. 사실 시만 써서 먹고 살 수 있다면 들어앉아서 시만 쓰고 싶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생활은 70%가 여행입니다. 한때는 월 40만원으로 생활한 적도 있어요. 어쩔 수가 없잖아요, 시로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첫시집을 내고 두 번째 시집을 내는데 10년이 걸렸어요. 여행 때문에 여행보다 더 좋아하는 시를 도외시 해왔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습니다. 세 번째 시집은 한 5년안에 내볼까 생각중이에요.



그는 현재 인기블로거로 미디어다음에서 자주 그의 글을 볼 수가 있으며, 하루에도 수많은 독자들의 방문이 이루어진다. 그에게 블로그는 무엇인가. 그리고 '구름과연어혹은우기의여인숙'은 무엇인가.

전에는 홈페이지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홈페이지도 아는 사람이 만들어준건데 내 마음대로 하기가 어려운 거에요. 제가 글만 쓰지 그런 환경은 잘 할 줄 모르거든요. 그래서 블로그를 만들게 된거죠.

블로그는 저에겐 밑그림을 그리는 장소이죠. 차마고도 책도 블로그에서 작업을 했죠. 물론 완전한 상태는 아니고 후에 많이 고치기는 했지만, 틈틈이 자료를 작성해 모아두는 창고 역할도 하고 독자들을 바로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구름과연어혹은우기의여인숙'은 예전 홈페이지도 그 이름이었고, 지금은 안가지고 다니지만 명함에도 찍어놓고 했어요. 나름대로 저를 표현하는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원래는 시제목이에요. 제목을 지을 때만 해도 구름과 연어, 연어와 우기, 우기와 여인숙 뭐 하나 연결되는 구석이 없었죠. 일단 '여인숙'은 사람이 쉬는 공간, 가난한 여행자의 휴식처, 오지나 낯설고 후미진 곳을 떠도는 여행자들이 머무는 숙소지요. '구름'은 제일 많이 쓰는 저의 메타포입니다. 특히 두번째 시집에서는 모든 시에 구름을 넣었어요. 어떤 특정한 의미를 생각해서라기보다는 '아 이 시인은 구름을 많이 쓰네...'라는 느낌을 주고 싶은 거였죠. '연어'는, 구름이 정처없이 떠도는 거라면 연어는 회귀성의 의미를 담고 있는 거구요. '우기'는 계절의 하나로 제가 비를 좋아해서 집어 넣었어요. 떠돌고... 돌아오고... 계절은 우기와 같고... 그리고 머물고... 여러 가지 의미를 거창하게 붙여보면 그렇습니다만... 단순히 생각하면 내가 좋아하는 시에서 짧게 따온 단어에 불과합니다.



다시 여행으로 돌아가보자. 그는 10여년을 여행을 그것도 혼자나 둘이 다녔다. 지금까지 여행중 힘들었던 곳은 없었을까?

우리 나라를 다녔을 때가 힘들었요. 오지 마을 다녔을 때는 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였는데 너무 벅찬 주제를 가지고 2년 동안 취재를 하다보니 한번 나가면 보름을 꼬박 다니기도 했어요. 국내는 어디서 보름을 꼬박 있다가 오는 게 쉽지 않아요. 당시 사진가랑 같이 다니는데 그때만 해도 운전을 못할 때라 사진가만 운전을 하는데 사진가도 짜증을 내고...

오지를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 모든 군에 전화를 해서 오지마을 리스트를 작성하니까 180군데가 되고, 읍사무소, 면사무소를 전화해 확인해서 50곳을 추렸지요. 리스트를 가지고 다니는데 그중에 성공한 곳 18군데가 책에 실렸어요. 30곳 정도만 오지마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길을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가서 마을을 만나거나 일부러 다르게 찾아가서 만난 마을들도 있었죠. 물론 실패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식으로 여행지를 찾아다니는 거다 보니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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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행에 프로다. 좋은 여행은 어떤 것일까라는 바보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여행 자체는 무조건 좋아요. 설사 바가지를 쓰고, 가이드가 마음에 안들고, 안좋은 일들이 있어도 그 여행 자체로 충분히 할 만한 여행이라고 봅니다. 결론은 나쁜 여행은 없죠. 그 중에 좋은 여행이 뭐냐고 한다면 이제는 개별여행을 떠나는 거죠. 자기 입맛에 맞는 여행을, 딱히 비싸면 비싼만큼의 이유가 있습니다.

자기가 보고자 한 것이 있다면 예를 들면, 내가 앙코르와트를 가기로 했다고 한다면 패키지든 자유여행이든 우선 가서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후에 스스로 여행의 진화를 경험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그는 우리 나라의 남들이 가보지 않는 동네를 골라 돌아다녔다. 우리 나라 여행지 즐기기 위한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

책에 안나온 곳을 가보는 것이에요. 여행은 그렇게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이에요. 집밖을 나오는 순간 거기서부터 여행이죠. 이왕 여행을 할 거면 스스로 만들어가는 여행을 해야 합니다. 국내 여행마저 패키지를 가는 건 사실 이해가 잘 가지 않아요. 조금 유명한 관광지를 가면 사람으로 북적거립니다. 것두 좋지만 그런 걸 피하고 싶다면 전 섬 여행을 권하고 싶어요. 제가 다니면서 느끼는 건데, 뭍에서 멀리 떨어진 섬을 찾아가면 자연송에서 멋진 풍경을 만나고, 인심도 좋고 옛날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아요. 좀더 자연적으로 문화적으로 모든 면에서 있어서 흔하지 않은 것을 만나고 싶다면 섬여행을 추천합니다.

섬에 가면 무엇보다 좋은 점은 우연성이에요. 섬에서 폭풍 때문에 갇힌 적이 세 번 있는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처음에는 안절부절 하다가 결국은 포기하게 되는데, 그 순간부터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죠. 모든 걸 포기했을 때 새롭게 들어오는 풍경들, 포기하고 나서 사람들을 만나면 또 다른 색다른 만남이 이루어져요. 여행이라는 것이... 오늘의 풍경을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날과 똑같은 구름과 바람과 풍경을 다시 만날 수는 없어요. 같은 곳을 두번세번 간다고 해도 항상 그 여행이 첫여행이고 마지막 여행이에요.




그의 말은 옳다. 어느 시간도 다시 오는 시간은 없고, 변하지 않는 풍경은 없다. 어떠한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딱 그 시간에 딱 그 것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여행에서 무엇을 찾아보아야 할 것인가.

관심의 폭을 넓히면 새로운 것이 보여요. 어떤 곳을 가던지 다양한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민속적인 부분, 문화적인 부분, 의식주와 관련된 부분... 인물이면 인물, 자연이면 자연, 풍경이면 풍경... 머리 속에 다 같이 가지고 있으면 어디를 가더라도 다 보인다는 거죠.

어떤 오지마을을 갔는데 생태적인 풍경과 마을의 풍경이 함께 들어오는 거에요. 저는 집구경할 때 내부도 함께 들여다 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가까이 가보는 거죠. 어떤 집을 보면 옛날 가구들이 참 많이 있는데, 그런 걸 보면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굳이 사진으로 못담아도 눈으로 본 것만으로도 참 좋습니다.

옛날 집에서는 옛날 기구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주변의 생태적인 것까지 신경 쓰면 새로운 사실이 보여요. 어떤 사람은 사찰곤충만 찍은 사람도 있는데, 사찰내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의 생태를 보면 신기한 것을 볼 수도 있어요. 집안에도 집곤충의 세계가 있어요. 외부의 침입이 있다면 이들끼리 연합해서 그것을 몰아내기도 합니다. 이 얼마나 신기한 사실인가요.

요즘 이끼 작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에 이끼의 종류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도 무수히 많아요. 이런 작은 것도 관심이 없으면 보이지 않아요. 분야별로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면서 여행을 다니면 특히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요.

몽골에 가서도 길거리의 꽃, 도마뱀, 독수리 등 야생 동물들에 관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었는데, 같이 갔던 사람들이 그 모습으로 보고 신기해 했지요. 왜 그런걸 찍냐고 말이죠... 티벳가서도 참새가 짝짓기 하는 사진을 찍고 그랬는데... 티벳의 참새를 지금 어디가서 보겠냐구요...




블로거이고 여행작가이고 시인인 이용한... 그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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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연어혹은우기의여인숙으로 -> http://gurum.tistory.com/ 




인터뷰 및 사진 원미동,부엉이(www.tourz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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