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은 딴지일보 시절 같이 일하던 친구다. '레인'이란 필명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던 여기자였는데, 어느 해던가 훌쩍 회사를 그만두고 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수 개월이 지나서 이대 앞에 조그만 까페를 열었다. 나름대로 그가 가진 느낌 만큼의 모냥을 낸 까페는 그래도 동네에서 사람들이 죽쑤고 앉아 쉬고 갈만한 장소가 되었다. 나는 그곳을 지나다니는 일이 별로 없어 여태 서너 번이나 갔을 뿐이지만 오가는 길이라도 있다면 아마도 더 갔을 것이다. 다만 아쉽다면 소주와 소주할 만한 안주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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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트리 raintree
-비가 오는 나무


...야릇한 감성을 자극하는 단어다. 이대 입구에 있는 여행카페 <레인트리>를 방문해 주인장 ‘레인(한지은)’에게 그 의미를 물었다.

인도에서는 레인트리라고 불리는 나무가 있어요. 원래부터 그런 이름은 아닌데, 사람들은 ‘레인트리’라고 부르죠. 커다란 나무줄기에서 가느다란 뿌리들이 내려와서 묘한 숲을 이룹니다. 인도는 가끔 국지성 비가 쏟아지는데, 비가 오면 사람들은 그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해요. 비가 그치고 사람들이 나무 밑을 떠난 뒤에도 나무의 줄기에 맺혔던 빗방울들이 바람에 후두둑 떨어지면 마치 나무에서 비가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레인트리’라고 부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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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레인트리’, 어울리는 구석이 있다. 인도의 어느 신화나 전설 속의 한 장면에서 나올법하다. <레인트리> 카페는 여행자들의 휴게소다. 고단한 육체를 쉬는 곳이지만 무엇보다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꿈의 여정으로 안내하는 쉼터이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는 약간 고단하다.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계단 10여개를 올라가고 삐걱거리는 작은 나무문을 열어야 <레인트리>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레인트리 안에 안착하면 온전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목마르면 음료를 마실 수 있고, 배고프면 샌드위치도 나온다. 테이블 곳곳에 놓인 사진첩은 앉아서 떠나는 여행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풍부하다. 졸리면 담요를 덮고 낮잠을 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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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은 8개월여의 배낭여행을 마치고 이곳에 여행카페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편안한 안식처로 즐겁게 수다도 떨면서 유쾌한 한 때를 보낼 수 있는 여유로운 동남아 카페를 상상해 만들었다고 한다.

2004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만히 앉아서 서른을 맞이하기는 억울했어요. 그래서 12월 달에 여행을 떠났죠. 스물아홉의 마지막 밤을 사막에서 보냈는데, 전 그밤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인도에서 시작해서 네팔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까지 갔어요. 그리고 돌아와 동남아에서 보았던 카페들을 생각하며 2005년 10월에 <레인트리>를 오픈했습니다.


여행카페라는 컨셉에 맞춰 다양한 여행 흔적들이 곳곳에 감추어져 있다. 연꽃줄기로 만든 돗자리의 감촉도 새롭고, 남태평양 해파리 모양의 전등갓이 뿜는 연한 붉은 불빛도 색다르다. 옆자리와 경계를 둘 수 있게 쳐놓은 커튼은 마치 인도의 무희들이 얼굴을 가릴 때 나타나는 묘한 실루엣처럼 눈을 즐겁게 한다. 책장에 줄줄이 늘어서 있는 책들은 대부분 여행관련 가이드북이나 기행서들이다. 두껍게 쌓여있는 사진첩에는 그가 다닌 여행지 풍경들이 있고, 벽에 있는 액자에서도 여기저기서 만난 사람들 모습이 손님들의 눈길을 끌었다. 얼마전에는 단골손님이 몽골에 다녀오신 후 이곳에서 몽골사진전도 열었다고 한다.

학교 근처라서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죠. 여행에 대해 많은 걸 물어오기도 해요. 그때그때마다 여행팁도 알려주고 배낭여행에 필요한 루트도 짜면서 같이 수다를 떨다보면 어느새 손님과도 꽤 친해지죠.


여행 자문만 해주는 게 아니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손님들과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2월에는 겨울산에 가려고 했는데, 태안 사태를 보고 서해로 자원봉사를 가겠다고 한다. 작년에는 카페 개설 2주년 기념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50여 일 동안 다녀왔다. 손님들의 반응도 좋다. 여행 모집은 카페에서 직접 받기도 하지만 인터넷 카페에서도 받고 있다.

레인트리의 인터넷 카페에는 매일 한두건의 글들이 올라온다. 카페를 다녀간 후 소감을 적은 짧은 방명록서부터 여행을 다녀온 이들의 사진들까지 올라오는 글은 다양하다. 가끔 레인트리 쥔장들(레인,레오)의 자잘한 생활글도 찾아오는 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톡톡 튀는 글이 생활밀착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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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레오가 손님께 신청곡 하나를 받아 왔습니다.

레오; 노라조 라는 가수가 있어?
레인; 음.... 머리 이상한 사람 말하는거 아냐? 머리 삼각김밥으로 잘랐다가 뭐 그런 사람 있잖아.. 근데 왜?
레오; 손님이 노라조 노래 틀어달래.
레인; 헉... 그 사람 노래 댄스곡아니야? 음... 좀 가게랑 안 어울릴텐데 어쩌지?
레오; 니가 알아서 해. 난 몰라~
레인; 그럼 레인트리는 가요를 잘 틀지 않으니까 듣고 싶으신 곡 있으면 한 곡만 틀어드리겠다고...말씀드리고 곡목 알아와.
레오; 응
(손님께 물으러 간 레오...)
레인; 제목 알아왔어?
레오; 어
레인; 뭐야?
레오; 영어제목인데... 돈 노 와이.. 라고 하셨나?
레인; 어?
레오; 아 몰라. 돈 노 와이... 라고 하셨어.
레인; 음.............................................  ㅜㅠ
        노라조가 아니라 노라존스라고 하신거지? 응?

'노라조의 돈노와이...'   

한참을 웃어도 계속 웃긴 걸 어쩌냐구요..



레인트리 카페 주소는 http://www.caferaintree.co.kr/ 이다. 허가를 받고 회원가입이 되는 곳이다. 까다롭겠지만 그만큼 회원들에 대한 서비스는 남다르다. 어떤 서비스인지는 가입해 보고 직접 경험해 보시길^^

레인은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즐겼다. 방학만 되면 가방 하나 메고 가출(허락받은)을 하고 방학이 끝날 즈음에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며칠이고 묵으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다시 마음에 신호가 오면 정처 없이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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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배낭여행 첫 여행지라서 많이 힘들었어요. 가뜩이나 이상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죠. 사소한 문제로 현지인들과 다투면 마음도 몸도 피곤하죠. 그렇게 다니다가 네팔로 넘어갔어요. 같은 지역이고 국경 하나만 넘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달랐어요.


여전히 인도에 대한 환상 혹은 몰이해가 깊다. 인도여행 전문가들은 이런 의식을 경계한다. 지나친 환상이 깨지면 극도의 부정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인에게도 인도는 그런 충격을 주었던 곳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사소한 일들이고 소소한 추억으로 남아있단다.

인도를 거쳐 찾아간 네팔은 그에게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가 네팔에 들어갔을 때는 네팔은 내전 중이었다. 내전 사실을 모르고 들어갔던 레오도 거리 곳곳에 붙어 있는 한국어 안내판을 보고 계획을 정정했다. 그렇다고 네팔에 들어왔는데 안나푸르나에 안 가볼 수 없었다.

트래킹을 마치고 어느 마을에서 밤늦게 숙소를 못 찾고 거리를 헤매고 있었어요. 사람도 없고 무섭기도 하고… 그런데 어느 할머니 한 분이 저희 손을 잡고 현지 사람들이 머무는 여인숙으로 데려다 주는 거예요. 여인숙 주인장은 아라비아 숫자도 몰라서 돈을 죽 늘어놓고 가져가라고 했더니 슬쩍 50루피만 챙기는 거예요. 인도에서는 원래 3명이서 묵을 때는 보통 200루피 정도 줬는데 말이죠. 이걸 보고 ‘아 이곳 사람들은 참 순박하고 착하구나’ 라는 걸 느꼈죠.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정말 편한 여행이었어요.


네팔은 1996년부터 시작된 북부의 마오주의 반군과의 내전으로 1만3천여 명의 생명을 잃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정부와 마오반군은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이전까지 안나푸르나를 여행하는 여행객들은 입구에서 정부군이 요구하는 입장료를 내고 다시 트래킹 중간 반군에게 통행료를 또 내는 일이 비일비재였다. 이제 안나푸르나에서 통행료를 두 번(정부군과 반군) 지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할 때 저와 레오, 그리고 젊은 친구와 젊은 이스라엘 여성 이렇게 넷이서 출발했어요. 그런데 이스라엘 여성이 정말 산을 못 타더군요. 자신도 너무 힘들어하더니 도저히 안 되겠다며 돌아갔어요. 우리를 따라온 헬퍼를 그녀에게 붙여서 돌려보냈죠. 나중에 들은 얘긴데 돌아가던 중에 그녀는 반군을 만났어요. 통행료로 2,000루피를 요구하는데 울면서 사정하니까 얼마 깎아주고, 다시 구급약과 식량을 넘겨주니까 더 깎아주고, 여자고 학생이니까 봐달라고 사정하니까 또 깎아줘서 800루피를 줬다네요. 영수증도 끊어주는데, 또 다른 반군에 걸리면 이걸 보여주라고 하더랍니다.


우리나라도 오래전에 내전을 겪었지만 내전은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일인가. 물론 다민족 국가인 네팔은 좀 다른 경우지만 자칫하면 큰 변을 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사히 돌아온 지금은 그런 일도 추억이 된다. 지금도 가끔 그 이스라엘 여성과 메일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안나푸르나에서 만난 파란색은 그냥 파란색이 아니었어요. 초록색도 흔히 보는 초록색이 아니었죠. 이제 어디서도 그런 색깔을 볼 수가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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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나 네팔, 동남아의 여러 나라들은 하나같이 아직 덜 개발된 곳이고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그에 비해 유럽여행은 도시적인 세련미가 넘치는 여행이었다. 작년에 다녀온 유럽여행에 대해 물었다.

독일로 들어가서 캠핑카를 렌트하고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모나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위스 다시 독일 프랑크프루트에 반납하고 영국에서 일주일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전체 50일 일정이었죠. 사실 유럽여행은 처음이었어요.


유럽은 2만6천개의 오토 캠핑장을 가지고 있을 만큼 캠핑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 캠핑카를 대여해서 돌아다니다 보면 보통의 여행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유럽여행 계획을 짤 때도 대도시보다는 시골이나 지방소도시를 중심으로 루트를 짰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파리나 로마 등 대도시는 대도시 나름의 매력이 있더군요. 파리에서는 유람선을 타며 아름다운 파리를 보았고, 영국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를 보았죠. 라이언 긱스를 눈앞에서 본 경험은 잊지 못할 거예요.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영국에서 공연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런던에서 <라이언 킹>을 보고 그 규모와 공연의 내용에 감동해 눈물을 펑펑 흘렸다. 이렇게 여행을 좋아하는 레인의 다음 여행지는 멕시코 ‘칸쿤’과 남미의 여러 나라란다. 항상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니 배낭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에게도 할 말이 많다.

자신이 여행자인 것을 잊지 말아야죠. 하도 세상이 흉흉해서 배낭여행 가면서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자주 들어요. 사고는 스스로 여행자인 것을 망각한 순간에 찾아와요. 여행자로서 겸손한 자세로 사람과 자연을 대해야죠. 좀 가난한 나라에 가서는 스스로 선진국에서 왔다는 우월감에 빠져, 은연중 현지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이러면  소소한 다툼들이 많이 일어나요. 그 사람들도 소심한 복수를 하죠. 살짝 때리고 도망가거나 거스름돈을 일부러 잘못 거슬러 준다던가 하는 거죠.


세상에 여행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떤 이는 여행을 휴식으로 가고, 누구는 즐기기 위해 가고, 누구는 배움의 연장으로 여긴다. 누구나 지금 생활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여행에서 채우고 싶어 한다. 작은 일탈을 꿈꾸는 것이다. 떠남이 간절한데 막상 길을 찾지 못한 마음의 방랑자들은 이곳 <레인트리>를 찾아가 보자. 이국적인 카페에 앉아 외국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을 보면서 라씨 한잔을 들이키면 마음안에 휴식이 풍만해질 것이다. 웃음이 좋은 주인장과 여행 이야기를 하다보면 금세 마음은 지구 반대편 어느 카페에 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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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V/인터뷰 부엉이, 사진 원미동





Posted by 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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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3 11:0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스스로 여행자인 걸 잊지 말아야 한다...가슴에 와 닿는 말이네요
    • 2008.06.23 11:32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까페에 찾아가 보세요~ 요즘은 낮에만 있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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