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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성물기행

[性物紀行] 도봉산 여성봉(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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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추계곡 입구. 버스정류장은 '느티나무' 였는데, 길 건너편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다.


2004년인가... 송추계곡엘 간 적이 있다. 기억으론 오봉(五奉)과 송추계곡 같은 이름은 생각이 나는데 ‘여성봉’이란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 걸로 봐선 그때는 아예 몰랐거나 주의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가보다. 이번 성물기행을 생각하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여성봉이란 참으로 리얼하게도 생겼다. 그리고 송추에선 꽤나 알려진 코스였다. 허나 나처럼 산을 타는 사람이 아니거나 어쩌다 몇 년에 한 번 유원지에 들르는 사람 같은 경우는 여성봉이 어떤 모양을 가졌는지, 왜 산봉의 이름이 여성봉인지 듣고도 궁금해 하질 않는다. [성물기행]의 목적은 여기에 둔다. 알게 모르게 주변에 산재해 있는 기이한 모양을 하고 있는 괴석과 기암이나 의도적으로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라도 성기숭배의 의미를 갖거나 상징하는 구조물에 대한 만남이다. 그렇게 일단 만나나 보자. 그렇다고 굳이 우리가 그것들을 숭배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게 활용되길 바란다.  

애초에 ‘여성봉’이란 이름을 들었다면 아주 완만하고 단아한 산 정상을 상상했을 것 같다. 그리 어렵지 않은 등산로에 어쩌면 어머니의 젖가슴 같이 푸근한 이미지를 가진 산봉우리를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사전에 찾아본 여성봉은 여자의 성기를 고스란히 바위에 새겨놓은 것 같은 모양을 가졌다. 상상을 해보시라 하늘을 향해 가랑이를 벌린 여자의 성기를... 아마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란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민망하여 그런 온건한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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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안내도. 송추남능선을 오르면 여성봉을 만날 수가 있다. 지도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다.



여성봉을 오르는 길은 그다지 어려운 등산로는 아니다. 하지만 산길이란 평지가 아니어서 똑바른 길이 없기에 울퉁불퉁, 오르락내리락, 꾸불꾸불, 경사로와 완만한 길... 쉽지만은 않은 길이다. 때문에 만약에 여성봉을 찾는다면 등산화나 수건, 물, 가벼운 옷차림 등 기본적인 산행복장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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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계단에 깔려 있는 고무매트. 하산길에 완충 작용을 하여 무릎 보호에 도움이 된다.


도봉산의 한 자락인 오봉에 이어진 여성봉은 크게는 북한산 국립공원에 포함이 된다. 북한산 국립공원엔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라는 세 개의 정상을 가져 삼각산이라 불리기도 하는 북한산과 자운봉을 주봉으로 하는 도봉산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앞서 얘기했듯 여성봉은 도봉산의 자락이다. 어디로 올라가든 등산로로 연경이야 되겠지만, 유원지로 유명한 송추코스로 오르면 가장 빨리 찾아볼 수 있다. 다행히도 송추유원지에 들어 산 방향으로 오르면 중간 중간 친절한 이정표가 방향을 알리고 있어 유원지만 찾는다면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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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정표씨 


송추유원지를 가는 가장 보편적인 교통편은 불광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의정부를 가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통일로 방향으로 진행을 하다 요즘 공사가 한창인 은평 뉴타운 지역을 지나면 송추로 가는 표지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진관사를 지나 의정부 가는 길로 가다보면 우측으로 송추유원지가 나온다. 노선번호 100호인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탄다면 송추 I.C.에서 빠져나와 의정부 방향으로 가면 된다. 새로 생긴 주차장은 승용차 기준 하루종일 2,000원이니 기름값이 부담스럽지 않다면 몰고 가볼 만 하겠다.

유원지 입구에서 약 10여분을 걸으니 오봉탐방지원센터가 나왔다. 센터의 연세가 좀 있어 뵈는 직원이 “안녕하세요~”하면서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혹여 여성봉에 대한 이야기나 어떤 에피소드라도 들을까 싶어 센터 안을 들어갔다.

글쎄요... 여성봉에 대한 유래나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은 없습니다. 단순히 암봉의 모양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보여지구요, 사실 송추지구가 군사지역에서 풀려나서 등산객이 찾게 된지도 90년대 이후라 이름이 생겼다면 그 이후가 될런지도 모릅니다. 그전엔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었던 지역이니까요... 저희 공단에서 각 국립공원마다 유래에 대한 정리를 많이 합니다. 근데 아쉽게도 이곳의 오봉이나 여성봉에 대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산을 다니시는 분들 중 오봉과 연결지어 뭔가 있을 것 같다고 추측은 하시는 경우는 더러 있습니다만... 들리는 얘기에는 예전과 지금의 여성봉이 다르다고, 변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무수히 사람들이 다니는데 그대로 있기에는 무리가 있겠지요...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누가 보아도 뻔히 그 생김이 여성의 그것과 닮아 있음인데, 아무런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이 없다니... 그렇다면 90년대 이전엔 사람들의 발길이 전연 없었다는 것일까? 그 이전시대 사람들은 이 도봉산 자락을 오르는 일이 없었을까? 좀 천천히 시간을 두고 알아볼 일이다.

센터에서 여성봉까지는 1.8킬로미터. 보통 사람의 등산길이라면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평소 산을 멀찌감치 바라보기만 하는 나로선 절대 불가능했다. 오르는 길은 숨이 차서 몇 번을 쉬었다. 태양은 안개 속에 가려져 뜨거운 볕을 뿜어내지는 않았지만 날은 도리어 후텁지근해서 더 안 좋은 듯 했다. 다행이도 중간 중간 암벽이 있는 곳에선 선한 바람이 들이대서 땀을 식혀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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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째 쉬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평소에 운동을 좀 해두는 건데...
이렇게 땀을 빼고나면 1,2키로는 금새 빠진다.


얼마나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여성봉에 오를 수 있었다. 이미 여러 등산객들이 정상의 너른 바위에 터를 잡고 싸가지고 온 도시락과 막걸리로 갈증을 채우고 있었다. 얼결에 그 틈에 끼여 밥 한공기와 막걸리 석 잔을 얻어 마셨다. 나야 본래 산을 타는 사람은 아니지만 산행에서 생기는 이런 우연한 만남은 신선하고 즐겁다. 물론 혼자인 내 쪽에서야 다소 서먹하지만 말이다. 산정에서 마시는 막걸리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난 보답으로 그들의 단체 사진을 찍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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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암봉 고지의 입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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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어주는 여성봉 정상.

사실 흔히 보는 여성봉의 사진은 정상이 아니었다. 여성 성기 모양을 가파르고 좁은 바윗길을 오르면 너른 바위가 있고 그 끝에 커다란 바위가 얹어 있다. 어떤 특별한 것을 상상케 하는 모양은 아니었다. 그리고 특별한 이름을 가진 것도 아니다. 하긴 여성봉이란 이름을 갖게하는 강력한 부속물이 바로 아래 있거늘 무슨 이름을 가진들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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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오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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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엔 기왕에 있는 여성 성기를 닮은 암봉이라면 그 상대인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만약에 오봉이 그것이라면 형국이 좋지 않다. 하나의 여성을 다섯 놈이 노리고 있는 흉측한 꼴이 아닌가. 게다가 오봉은 그다지 남근스럽지 않다. 오히려 여성봉이 낳은 다섯 놈의 사내 아이라면 그것이 더 그럴 듯한 전설일 게다. 어쩌면 남성을 겪지 못한 어떤 여인네의 한이 서린 산정이라면 그래서 부끄러움도 물리치고 하늘을 향해 가랑이 벌리고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달래주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이를 먼저 알아챘던 것일까? 여성봉을 향한 한 나뭇가지를 귀두 모양으로 깍아낸 한 등산객의 지나친 재치가 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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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사진은 다소 민망스러울 수 있으니 미리 염두를 하고 열어보시길 바란다.
    




* 본 포스트는 연애통신(www.yonae.com)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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