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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손놀림이 주는 짜릿함 - 장애인펜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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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손놀림이 주는 짜릿함, 검객 스카라무슈가 되어

휠체어펜싱은 빠르다. 흡사 전광석화의 속도로 상대방을 찔러 포인트를 따낸다. 매우 신사적이지만 무승부란 없다. 여기 재빠른 손놀림의 검객 승부사들이 있다. 그 칼끝에 흐르는 긴장과 전율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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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7일 경기도 동두천시 시민회관 내 실내체육관에서는 제2회 전국휠체어펜싱선수권대회가 있었다.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있지는 않았지만 주최측과 선수단 그리고 선수들의 가족이나 친지들로 단촐하지만 가족 행사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주최 측에 의한 개막행사가 치러지고, 바로 삐스트(펜싱경기장)마다 두 사람의 선수가 휠체어를 타고 경기 준비를 하고 있었다. 휠체어가 바닥에 고정이 되고 두 선수가 자리에 앉았다. 마주 보는 두 선수는 이미 서로를 알고 있다는 듯, 웃고는 있었지만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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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가르드! 알레! 낯설지만 경쾌한 불어의 경기용어가 경기의 시작을 알리자, 휘릭! 하며 한 편에서 순식간에 칼을 날렸다. 챙! 짧지만 강렬한 금속성의 소리가 귀를 두드렸다. 이윽고 득점을 알리는 사인이 들어오고, 두 선수는 바로 준비 자세로 들어갔다. 순식간이었다. 시작과 득점, 준비 자세가 반복이 되고, 경기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었으며, 수분 내에 승패가 갈렸다. 승자는 기쁨의 환호를 질렀고, 패자는 패배를 아쉬어 하지만 상대방을 축하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비록 경기에서는 적으로 승부를 갈라야 했지만, 경기가 끝나면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처럼 서로를 걱정해주고 독려하기도 했다.

“펜싱의 매력이요? 역시 빠른 손놀림이죠. 이겼을 때는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기뻐요. 물론 지금처럼 졌을 때는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상대를 인정하게 되어요. 그만큼 그 선수가 연습과 훈련을 많이 한 대가죠.”

매일 두 시간씩 연습을 한다는 김성환 씨(26세, 뇌병변 2급)는 울산장애인복지관에서 일을 하던 중 주변의 권유로 휠체어펜싱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막 한 경기에서 패배를 하고 코치로부터 지도를 받았지만 그의 얼굴에서 실망감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자신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 여러 대회에 나가 대여섯 개의 메달을 따낸 실력이지만 경기에 질 때도 있는 것이다.

“꿈은 당연히 열심히 훈련해서 국가대표로 나가는 것이지요. 세계 무대에 당당히 나가서 우승을 하는 것이 꿈이에요.”

이전 경기의 승패를 겸허히 받아들이던 그는 다음 경기에서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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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펜싱은 런던의 스토크 맨데빌 병원의 국립척수장애센터 소장인 L.구트만 경(Sir Lauding Guttman)에 의해 1948년 소개되었고, 이후 1960년 제1회 로마 장애인올림픽(파랄림픽, Paralympics) 대회에서 트랙경기, 필드경기, 역도, 스누커, 농구, 수영 등과 함께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우리나라엔 1986년 한국소아마비협회에서 스포츠 활동을 하던 장애인들로부터 시작이 되었으며, 1988년 서울장애인대회를 유치한 후 장애인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당시에 국내 미보급된 장애인올림픽 종목을 육성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이 되었다. 이후 1996년 한국휠체어펜싱동우회가 조직되어 휠체어펜싱 선수를 육성하고 지도하면서 각종 대회에 선수들을 출전시켰으며, 그 10년만인 지난 2006년 4월 대한장애인펜싱협회가 정식 출범하게 되었다.

휠체어펜싱은 기본적으로 일반 펜싱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적용되는 경기 규칙 또한 국제펜싱연맹(F.I.E : The Federation Internationale d'Escrime)의 룰에 따라 이루어진다. 단지 휠체어펜싱경기는 신체적인 장애로 인해 활동의 제한이 있으므로 따로 국제휠체어펜싱연맹(I.W.F.C International Wheelchair Fencing Committee)의 룰을 첨삭하여 적용을 받는다.

펜싱은 칼을 가진 두 명의 경기자가 ‘찌르기’와 ‘베기’의 기술로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로 많은 종목이 그렇지만 본래 풋워크(footwork)가 매우 중요한 운동종목이다. 전진과 후진, 공격과 방어 등 모든 기술의 기본이 되는 것이 풋워크이다. 하지만 장애인펜싱의 경우는 하체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므로 휠체어를 사용하여 프레임이라는 고정 장치에 의해 일정한 거리를 두어 자리를 고정시킨 후, 풋워크가 배제된 상태에서 상체의 움직임과 빠른 손기술, 그리고 순발력에 의해 경기가 진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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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펜싱 역시 일반 펜싱과 같이 플뢰레, 에페, 사브르 세 가지 종목으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한 선수 당 두 종목을 선택하여 경기를 치룰 수 있다. 먼저 플뢰레는 칼끝이 상체의 얼굴과 팔을 제외한 몸통면에 닿아야만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유효면이고, 에페의 경우 일반 펜싱은 전신이 유효면인데 비하여, 휠체어펜싱에서는 휠체어 및 고정 장치 등 신체 이외의 불필요한 접촉면이 발생할 수 있기에 메탈 에이프런이라는 앞치마를 두르고 경기하며, 마스크와 장갑을 포함한 상체 모두가 득점할 수 있는 유효면이다.

경기의 방식에 있어 플뢰레와 에페는 ‘찌르기’ 공격만이 가능하며, 사브르는 ‘베기’ 공격도 사용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플뢰레란 종목에서 공격권과 방어권을 인정하는 공방이론의 법칙인데, 공격권을 먼저 얻은 자가 공격을 하여 성공하였을 때에만 득점을 인정한다. 이에 비해 에페와 사브르는 자유롭게 공격과 방어가 이뤄지며, 언제든 공격하여 칼끝이 유효면에 접촉하기만 하면 득점을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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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체어펜싱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는 국제등급분류위원회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등급분류라는 절차를 통해 세 가지 등급으로 분류되어 경기를 갖는다. 선수마다 장애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좀 더 평등한 조건에서 경기를 치루기 위해서 A,B,C(경한장애, 중한장애, 심한장애) 세 등급으로 나눈다.

경기는 먼저 5점을 득점한 선수가 승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3분 내에 득점을 하여야 한다. 3분이 모두 경과한 상황에서는 고득점자가 승리한다. 3분 경과 후에도 양 선수가 득점이 없거나 동점일 경우 1분의 연장전이 주어지는데,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엔 추첨으로 승부를 결정한다.

휠체어펜싱은 비록 휠체어에 의해 하체가 고정되어 있지만, 경기 신호와 동시에 빠른 판단에 의한 공격기술로 득점을 할 수 있는 경기로, 비교적 득점의 시간이 타 종목에 비해 상당히 빠르다. 또한 상체의 움직임이 활발하여 바디워크(bodywork)가 중요한 기술로 대두되는데, 역시 순간적인 판단에 의한 손놀림 기술과 본능적으로 따라 움직이는 바디워크가 득점의 관건이다. 결국 득점과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습과 훈련만이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문의 : 대한장애인펜싱협회 02-997-1074  홈페이지 http://wfencing.kosa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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