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때문이다. 아침에 찔끔, 출근길에 누군가는 보았을 내 눈물은... 레몬때문이다. 레몬은 구연산을 지 몸의 5% 이상 함유하고 있는 과일로 무지 시다. 그 신 맛을 담은 음료를 난 오늘 전철역옆의 편의점에서 사서 헐렁한 코트 주머니에 끼고 목이 탈 때마다 한 모금씩 들이부었다. 그 생경스러운 신맛은 눈을 깜짝거리게하고, 적어도 한 번은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레몬때문이다. 레몬을 아주 조금은 먹었을 눈물은 적당히 짭잘하다.
그가 나를 보고 친구란다. 나보다 네살이나 많은 그는 나와는 대학동창이다. 나는 그보다 한 발 먼저 야학이란 곳에 들어섰지만, 그가 더 그곳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는 남았고 나는 떠났다. 한참을 떠나서 있다가는 가끔은 그를 만났다. 내가 그를 부르는 일은 없었는데, 고맙게도 그는 사람들과 함께면 나를 불렀다. 그러면 나는 무슨 님이라도 만나는 양 반가워서 그와 함께 했다.
어제 또 그는 집으로 가는 나를 불렀다. 그리고 나는 최면에 빠진 '얼굴없는 미녀'처럼 전철에서 내렸다. 말을 하자니 내가 무슨 그를 사랑하는 것처럼 비쳐질까 생각도 해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랑한다면 그가 나를 친구로 보듯이 나도 꼭 그만큼만 사랑하는지 모른다.
어렵지는 않지만 그와의 자리는 1년에 한번쯤인 것 같다.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을 잊고 사는 나로서는 그마저도 다행이다. 적어도 그는 나를 1년에 두어번은 불러주고, 나는 한 번쯤은 만나고 나머지는 거절하게 된다. 아마도 남은 1년중 그를 한 번은 더 만나지 않을까 싶다. 그가 나를 어제 친구라고 불렀다. 그저 1년에 한 번 옆에서 술에 취해 있을 뿐인데...
그는 말이 많고 말을 잘한다. 내가 그와 말싸움에서 지쳐 떨어지기는 해도 단 한 번도 이긴 적은 없다. 그렇게 그는 말에서 지구력도 강하고 재치도 많고 순발력이 좋다. 그래도 나도 이만큼 살면서 늘었다면 말일진대, 그는 나보다 더 능하다. 바람은 딱 네 살만큼만 더 잘하는 거였으면 좋겠다. 말 빼고 그 나머지는 모르겠다.
아니다, 그 나머지 중 한 가지가 더 있다면 내가 여태 그를 만나서 그의 취한 모습을 보지못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한 때 술하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주당이었건만, 그가 취한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헌데 늘 사람들은 나보다 멀쩡하다.
오랜만에 본 그는 머리칼이 길었다. 기억에는 그의 긴머리는 등짝 중간쯤에까지 내려가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록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한예술 하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회사에 다닌다. 그래도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은 회사에 다니는 그는 내가 평소에 담배를 안피듯이 그저 머리를 자르지 않을 뿐이라고 한다. 그건 기르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명대사가 있다. 설경구... '비겁한 변명입니다...' 나도 담배를 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를 넣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보고픈 사람이 있다면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마냥 넣고 다니며 보고싶을 때마다 꺼내 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애도 아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여전히 미련을 못버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무가지에서 강풀의 '바보'가 다시 연재를 시작했다. 난 순수하지 못한 '바보'다.
늘 그랬듯이 난 취하고 그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는 12시가 넘어서 그 맛있었던 2차의 통닭구이를 마치고 미련없이 나를 떠났다. 늘 그런식이다. 그는 나를 불러내고는 추억에 빠뜨려놓고 아픈 기억마저 생각나게 하고는 유유히 떠나간다. 추억이 많은 사람은 외로운 거라고 취하면 주절대는 나를 불러놓고는, 그 후유증으로 며칠은 아파할 건데... 떳떳하게 도망을 간다.
그래도
난
아프지만
친구라고 불러줘서
고맙다.
태용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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