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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못다한 이야기

일상다반사, 어제의 주행기(酒行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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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사줘... 친구의 메신저가 또로롱 올랐다. 1차만 한다면... 나는 답했고, 이후 저녁이 되어 녀석과 만났다. 뭐 먹을까? 종로3가에 수육전골이 있고, 다동쪽 가면 스테이크에 소세지 볶어주는 곳이 있어, 아니면 청파동에 돼지막창 파는 곳이 있는데, 너 대구막창 먹어봤니? 난 안먹어봤는데 먹어보고 싶다. 뭐 멀리 가기 그러면 저쪽으로 가면 감자탕 파는 곳도 있어. 뭐 먹을까... 니가 골라라. 난 수다스럽게도 녀석에게 제안을 했고, 녀석은 조금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수육전골 먹으러 가자. 했다. 종로로 가려면 전철을 타는 것이 편했다. 근데 녀석은 걸어가자 한다. 종로까지? 그랬더니 뭐 멀지도 않잖아, 천천히 걸어가지 뭐. 뭐, 그러자. 해서 둘은 시청에서 종로까지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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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보도로 가려는 녀석을 붙잡아 땅위로 가자 했다. 저녁바람이 약간 차기는 했으나 추운 것은 아니었고 지하세계는 답답하다. 덕수궁 앞에서 시청앞 광장으로 건너가는데 노래가 흘러나왔다. 힘없지만 감미로운 동물원의 노래였다. 내 뜨거운 가슴이 너의 부드러운 가슴에 닿길 원해~ 맨살로 닿는다고 생각하니 꽤 야한 가사다. 설마 동물원이 진짜로 나와서 하는 것일까 했더니 진짜 동물원이 맞다. 시청앞엔 요즘 문화 행사가 참 많다. 다들 먹고 살 만한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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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은 노래 한 곡을 부르더니 사운드 체크를 했다. 자리에 사람들이 거의 없는 걸로 봐선 아직 행사는 시작하지 않았고 동물원은 리허설을 하는가보다. 친구는 이거나 볼까 망설였고, 난 니맘대로 해 했다가 그냥 가자며 보챘다. 오랜만에 그들의 공연을 볼 기회지만 애초에 예상못한 일이라 그냥 술을 먹기로 난 선택을 했다. 녀석은 좀 주춤거리드니 이내 내 주장에 따랐다. 난 말이지 요즘 사람 많은 곳이 싫어. 부대끼고 사는 게 힘들어졌어. 공연도 좋지만 난 그냥 집에서 턴테이블이라도 편하게 한 번 돌려 듣고 싶어. 듣거나 말거나 난 혼자 주절거렸고, 녀석은 여진히 아쉬운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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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앞 광장은 텅 비어있었다. 멀리 남산타워가 보였는데 등을 켜서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난 후배에게 빌린 카메라로 초저녁 야경을 담았고 친구도 니가 찍으니깐 나도 찍고 싶네 그러면서 지 폰카로 따라 찍고 있었다. 종로로 가는 길은 약간은 지루했다. 야 여기 전에 니가 말했던 그집 찾았냐? 뭐? 막창집? 글쎄 저기 주차장 있는데였던것 같은데... 못찾겠다. 왜 막창 먹을래? 아냐... 목적지는 수육전골집이었지만 녀석과 난 보이는 것에 생각나는 것에 좌지우지 흔들리고 있었다. 다동을 지나 청계천을 지나 종로 YMCA 앞을 지났다. 결국 또 여기로군... 졸업 이후 친구들을 만나면 으레 종로 YMCA앞이었다. 별다른 단골집 하나 없이 다녔으니 딱히 어디서 만날 곳도 없었다. 그냥 어디서 볼까? 물으면 그냥 YMCA하고 짧게 답하는 것이 우리 친구들이었다. YMCA를 지나 피맛골로 지날 무렵이었나... 와사등 혹은 전봇대집이라고 부르던 막걸리집이 생각났다. 거기 얼마전에 불났대. 아 그렇구나 그래서 바꾼거로구나! 녀석의 소식에 난 언젠가 인터넷을 통해 보았던 그 집의 바뀐 환경을 아는 척 했다. 거기나 가볼까? 애초에는 수육전골집을 가기로 했던 것을 발걸음을 잘못 옮기는 바람에 목적지가 바뀌었다. 뭐 어때 술만 먹으면 되지. 피맛골 골목을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호객행위를 한다. 주인 아저씨 같은 남자가 들어오라고 한다. 이것 저것 서비스 많이 준단다. 내키지 않는다. 오라는 데는 별로 가고 싶지가 않다. 하지만 예쁜 아가씨가 나와서 들어오라고 하는 데는 아가씨 얼굴 봐서라도 들어가고 싶다. 근데 마음만 동요할 뿐 우리의 발걸음은 그냥 와사등을 향했다. 미안! 이쁜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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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난 곳은 입구와 그 좌측으로 예전에 주방이었던 부분이다. 이제 주방은 가게의 중간 부분으로 옮겨졌고 저 안쪽은 아직은 예전 그대로이나 화재를 입었던 곳이 이와 같이 간이 창살로 담과 문을 만들고 간이 탁자에 간이 의자 간이 접이식 비닐 지붕을 얹었다. 아아.. 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간이식 주점이라니... 하지만 그냥 여기 간이식에 앉아 먹기로 했다. 더 잘 되려고 그런 걸 거에요. 녀석과 나는 우리를 기억할지도 모르는 아줌마와 아는 척을 했다. 아줌마도 그 수많은 왔다간 사람중에 이런 녀석들이 있었나싶으면서도 반갑게 대해준다. 다 그런거지 뭐 그런거야 아 그러길래... 윤항기씨는 미국에서 목사를 한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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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자 예전엔 고갈비로 불렀던 이갈비 이면수갈비가 나왔다. 동시에 막걸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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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엔 주전자로 주더니 요즘은 양푼으로 바뀌었나보다. 아주 오래 전 다녀가고 불나기 전에 한 번 다녀가고 어제 또 몇달만에 다녀간 것이니 바뀌어도 안바뀌어도 사실 그다지 실감은 없다. 선선한 날씨에 차가운 막걸리를 마셨다. 마시다 보니 조금 추운 듯 몸이 움추려들었다. 사발은 양푼 안의 막걸리 위를 떠다녔다. 사발은 바다를 꿈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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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사발은 지 안에 품은 곡차를 언능 마셔주기를 기다렸다. 자, 어서 날 가지라구... 이거 뭐 3류소설도 아니고... 오냐 마셔주마. 마침 목도 마르고 마침 배고 고프고 해서 벌컥 들이키고 열심히 뼈도 없는 갈비를 뜯었다. 아, 이 고소한 기름의 유혹이라니... 기름에 바싹 튀겨진 이면수의 겉살은 쫀쫀하기도 하고 바삭하기도 하다. 기름에 빠져 축축한 껍질은 안먹기로 했다. 언능 먹고 수육 먹으러 가자. 인마 거기 양이 많아 여기서 먹고가면 못먹어... 난 가본 것처럼 말했다. 작은 거 먹으면 되잖아. 작은 게 그렇다니깐... 시큼털털한 막걸리는 절반정도 남았고 이갈비는 껍질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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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새로운 안주로 두부를 주문했다. 생두부를 뜨거운 물에 데쳐 고추가루와 간장으로 만든 양념장을 얹은 것이다. 여기서는 첨 먹어보는 안주인데 그런대로 내 입맛에는 맞다. 양파와 오이도 함께 있어 아삭한 맛도 느낄 수가 있다. 두부를 먹으면서 무슨 얘길 했는지는 기억이 없다. 아직까진 취하지는 않았는데, 기억이 없다. 점점 뇌세포 숫자가 줄어드나보다. 막걸리가 다 비워지고 우짜까 물으니 이만 일어나잔다. 각자의 가격은 모르지만 합이 19,000원. 1차만 하기로 했지만 막걸리 양푼 하나로는 니나네나 성에 차질 않았다. 그럼 뭐 별 수 없다. 애초부터 반드시 그러자는 약속은 없었으니 2차 가야지. 2차는 뭔가 뜨거운 국물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수육전골을 먹으러 가기는 그랬다. 처음부터 거기를 갔어야 했는데, 목표를 정하고도 그냥 뜬구름처럼 떠다니다가는 만나는 산중턱에 걸터앉은 꼴이 되어 버렸다. 냐 우리 식객 가서 뜨거운 오뎅탕에 소주나 마시자. 어디 단골이라도 하나 만들어야지 나중에 또 떠다니지 않지... 야, 내가 있잖아 생각해본 게 있는데, 왜 있잖아 정책실패나 자연적으루다가 뭔가 많이 생산되어 똥깞이 되는 때가 있잖아, 요즘 고구마가 똥값이라드라, 문어도 또 풍년이래... 이럴 때 이런 거 싼값으로 사다가 보관했다가 나중에 비싸지면 파는거야. 이런 내말에, 그거 보관하는 데 돈이 더 들겠다고 녀석은 핀잔을 주었다. 그러면, 비빔밥 전문점 같은 걸 하는 거야. 이런 때 문어비빔밥, 고구마비빔밥 같은 거를 파는 거지. 비싸면 안돼, 5천원 정도... 쌀도 좋은 거 쓰고, 박리다매로 가는 거야. 밥만 맛있어도 음식점은 성공할 수 있어. 내가 있잖아 차 하나 사가지고 시골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채소나 그런 음식재료를 직접 사가지고 오는 거야 산지서 사면 쌀 거 아냐... 난 당장 할 생각도 없는 식당 얘기로 식객으로 가는 시간의 여백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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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짜우짜 하다가 알게 된 식객... 이곳을 1차로 찾아간 경우는 없었다. 목적대로 오뎅탕과 소주를 주문했다. 기본 안주는 양배추 샐러드와 미역무침, 갓김치가 나왔다. 식객의 음식은 맛은 거칠지만 깔끔한 편이다. 식재료를 마땅한 걸 쓰고 조미료를 넣지 않는다. 소주는 내가 먹기엔 처음처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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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을 만들어서 끓이는지 오뎅탕은 생각보다 늦게 나왔다. 국물은 탁해보이나 맛은 그리 진하지는 않고 매콤하고 칼칼하기만 했다. 얇은 걸레오뎅은 문제 없었지만 두께가 있는 오뎅은 충분히 불지가 않아 속이 좀 단단했다. 오뎅은 말이지 충분히 불어서 말랑말랑한 게 좋아. 어? 만두도 있네... 친구가 묻지도 않는 말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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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탕이 나오니 이제 제대로 술상이 되었다. 친구는 국자를 가지고 뭐라 이야기 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뇌세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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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뜨거운 오뎅국물을 후루룩 숟갈로 연거퍼 떠마셨다. 겨울엔 오뎅국물 최고야... 친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게 나 때문은 아니고 그 자신 때문이겠지만. 난 일부러라도 떠들어댔다. 얼마전 장인을 모시고 진주를 갔다거나 결혼전보다 질량감이 더해진 아내, 지난 주일 실수로 쓸어버린 우담바라... 등 시키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술술 내뱉었다. 친구는 우울해보이고 아무 말도 없으면 너무 심심하고 적막하다. 어색하고 싸하다. 식객에선 소주 두 병을 마셨다. 적당히 올랐지만 집에 가야한다. 벌써 2차가 아닌가? 나가자. 오뎅탕 13,000원 소주 두 병 합이 19,000원. 이미 해가 저버린, 캄캄하지만 거리의 불빛으로 충분히 밝은 인사동 거리를 덜취한 두놈이 걸었다. 어, 어디라고? 아, 그래 나도 아까 리허설할 때 조금 봤어... 시청앞에서 공연을 본다는 친구 후배의 전화가 왔다. 녀석은 한참을 통화하더니 갈꺼냐? 그런다. 그럼 가지 오냐? 난 시큰둥하게 답했다. 아직 시간 남았잖아. 한 잔 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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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오뎅국물이 제격이다. 인사동의 거리 한 모퉁이에 차려진 포장마차에 앉았다. 전어는 속는 것 같아 못사먹겠어. 산지에선 몇백원밖에 안하는 거 음식점에서 몇마리 놓고 몇 만원 받는다 이거지. 몇 년 전만 해도 돈만원이면 먹었거든. 몇 시간 전에 거리에서 투덜거린 나는 매뉴판에 있는 전어를 보자 전어가 먹고 싶어졌다. 전어 어떻게 나오는 거에요? 친구가 포장마차 아줌마에게 묻자 전어 지금 없어요라고 답한다. 에... 그럼... 대합구이 이거 먹자. 나 이거 전에부터 먹고 싶었어. 내가 그러자 GAP 모자를 쓴 친구는 두말 않고 주문했다. 포장마차의 풍경은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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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얼마만에 먹는 거냐. 지난 번에 너랑 인성이랑 만났을 때 원래 이거 먹고 싶은 거였거든... 근데 찌개로 나왔잖아. 내가 주문을 잘못한 거지만, 냐... 맛있겠다. 오랜만에 먹는 대합구이는 맛있었다. 매콤한 양념에 졸깃한 대합살... 흰쌀밥 한 입 먹어주고 싶다. 이렇게 포장마차에서 대합구이에 소주를 마시고 있는데 어디선가 망개떡을 외친다. 아... 추억의 망개떡. 예전에 아저씨들이 유리함을 어깨에 메고 다니며 팔던... 그 달디 단 기억.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노년의 아저씨들이 망개떡 장수를 불렀다.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온 망개떡 장수는 예전의 그 유리함을 들고 다니지는 않았다. 조그만 박스에 다섯 개씩 들어 오천원을 받는다. 노년의 아저씨는 몇 상자를 사더니 동석한 친구들에게 나워주고 하나는 까서 먹는다. 사고싶었는데 사지지가 않았다. 사고싶으면 그냥 사면 되는 것인데, 조금 비싼 거 같아, 사서 가져가면 낼이나 먹을 거 같은데 시간지나면 맛이 없지는 않을까? 친구 녀석이 한번 쑤셔주면 지를 텐데... 기타등등의 생각이 지갑을 열게 하지 않았다.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아저씨들간의 매매는 이루어졌고 망개떡 장수 아저씨는 포장마차를 떠났다. 망개떡을 산 아저씨는 깐 상자에서 떡이 남자 포장마차 아줌마에게 주었다. 아마 더 남았거나 다른 상자를 깠다면 내게도 망개떡 하나 정도는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슈렉의 고양이처럼 망개떡이라도 계속 주시해보는 건데... 미친놈 그냥 사서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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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에서는 참이슬을 두 병 마셨다. 처음처럼보다 맛이 강하다 싶었는데 먼저 번에 나온 20.1도짜리였다. 0. 몇 도의 차이를 느끼다니 참... 나도 술 많이 마셔댔다. 스코어는 막걸리 한양푼, 소주 네 병, 차수는 3차. 그다지 취했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마누라님의 성화 전화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대합구이 만원, 소주 두 병, 합이 16,000원. 소주 한 병을 더 마셨다면 19,000원 트리플이다. 더 마실까 생각도 했지만 버스가 살아있을 때 집에 가야 다음날 일도 하겠다 싶어 아쉬움과 꼬심의 눈길을 보내 친구를 일부러 외면했다. 지금 생각하니 잘했다싶다. 현재 머릿속이 휘청, 약간의 두통, 한강에 가지 않을 정도의 우울증, 삐쳐있는 마누라님의 감정이 남아있다. 친구 녀석은 오늘 아이의 생일이라 바쁘단다. 삐쳐있을 거 같은 마누라님은 방금 메신저로 오늘 회식이란다. 아, 이따가는 이마트에 들러 내 인생에 돌발적으로 나타난 우리집 개인 돌발이 사료나 사들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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