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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영화를 보러 갔다

거미 여인의 키스 Kiss of the spider woman, 윌리엄 허트 William Hurt, 라울 줄리아 Raul Julia, 소냐 브라가 Sonia Br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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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미 여인의 키스 Kiss of the spider woman]는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1985년에 개봉하였습니다.

소설 ‘거미 여인의 키스’는 아르헨티나의 마뉴엘 푸이그 Manuel Puig 라는 작가가 썼는데요, 동성애와 반정부적인 내용으로 정작 조국인 아르헨티나에선 출간을 하지 못했구요, 1976년에 스페인에서 처음 발표되었다고 합니다.

 

 

 

 

 

영화 작품 이후에는 1992년에는 뮤지컬로 제작되어 공연을 시작하였구요, 그 이듬해인 1993년에는 브로드웨이에 진출하여 토니상을 7개나 받았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94년에 연극으로 공연이 되었구요, 최근 2015년에 대학로 연극으로 공연을 한 바 있습니다. 국내 영화관 개봉은 제가 잘 모르겠는데요, 1995년에 비디오로 출시되었다는 신문기사가 있네요. 현재 DVD로 구할 수 가 있습니다.

본 작품을 알게 된 지는 아마도 개봉년도였던 1985년이지 않나 싶습니다. 당시 저희 집에서는 형님이 ‘스크린’이라는 영화 잡지를 구독하고 있었습니다. 매우 대중적인 취향의 영화 잡지였는데요, 해외 유명 아이돌 여배우들의 최신 화보를 접할 수 가 있었지요. 뭐 소피 마르소나 브룩 쉴즈, 피비 케이츠, 다이안 레인, 제니퍼 빌즈 등이 그들입니다.

그리고 잡지 후반부에는 비교적 깊은 내용의 기사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거미 여인의 키스’는 여기에서 처음 보았던 것 같네요. 헌데 그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어린 시절의 저로서는 좀 받아들이기 어려운 소재의 내용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게 제목만 각인되었던 그 작품을 언젠가는 보리라 막연히 생각만 해두었던 것 같네요.

 

 

 

 

짧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브라질 형무소의 한 감방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 감방에는 두 죄수가 갇혀있는데요, 한 사람은 아동 성추행범으로 형을 살고 있는 동성애자 루이스 몰리나, 그리고 한 사람은 정치범인 발렌틴 아레기입니다.

남자의 몸이지만 여성 성을 가진 몰리나는 남자다운 발렌틴의 호감을 얻고자 자신이 본 영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발렌틴은 몰리나의 영화 이야기가 썩 달갑지는 않습니다만, 무료한 수형생활을 보내는 데 시간 떼우기로 그저 적당한 듯합니다.

근데 사실 몰리나는 형무소장과 정보국 형사의 끄나풀로 자신의 석방을 조건으로 정치범 발렌틴의 정보를 얻기 위해 접근한 것이죠. 하지만 이를 모르는 발렌틴은 자신에게 헌신적인 몰리나에게 차츰 맘을 열게 됩니다. 몰리나 역시 이런 발렌틴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됩니다.

결국 몰리나는 가석방 후 발렌틴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그들의 단체와 접선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접촉한 순간 뒤쫓던 형사에게 발각이 되어, 오해를 한 단체 사람, 즉 발렌틴의 여친 리디아의 총격에 의해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발렌틴 역시 감옥 의무실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대충 줄거리는 이런데요. 이 짧은 내용으론 별 감흥이 없죠? 아마도 영화를 보더라도 한 번 봐서는 느끼는 바가 적을 듯합니다. 원작 소설을 본 후라면 영화를 감상하기가 더 쉬울 듯 하구요.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직접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본 영화의 감독은 작가와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 출신인 헥터 바벤코라는 브라질 감독이 만들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감독이죠?

해서 좀 살펴보니까, 브라질에서 작품 활동을 했지만,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입니다. 거미 여인의 키스의 성공으로 잠깐 미국에서 활동을 했으나, 곧 브라질로 돌아왔습니다.

원작 소설에서는 배경이 아르헨티나이지만 영화에서는 감독의 활동 무대였던 브라질이 되고 있습니다. 영화 안에서도 브라질 국기가 있는 형무소장 사무실이 나오구요. 감방씬은 베라 크루즈의 폐쇄된 교도소를 보수하여 촬영이 되었구요, 감옥 밖의 장면은 브라질 상 파울루 시내를 배경으로 촬영이 되었습니다.

촬영은 1983년 10월에서 84년 3월 사이에 진행이 되었다고 하구요, 본래 60일 일정으로 계획했습니다만, 세트 구성에 시간이 많이 걸려 100일 이상 촬영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미국과 브라질의 합작품으로 기록이 되어있네요.

헥터 바벤코 감독은 2016년 7월 13일 사망하였습니다.

 

 

 

 

동성애자 루이스 몰리나를 연기한 윌리엄 허트 William Hurt 입니다.

윌리엄 허트는 꽤 알려진 헐리우드의 배우로 여러 장르의 작품에 출연을 하였지요. 개인적으로 섹시한 바람둥이 변호사로 나왔던 ‘보디 히트’가 생각납니다. 여주인공 캐서린 터너와의 러브신이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죠.

그리고 ‘작은 신의 아이들’, ‘브로드캐스트 뉴스’, ‘스모크’, ‘로스트 인 스페이스’, ‘다크 시티’, ‘A.I.’, ‘폭력의 역사’ 등이 생각나는군요. 이밖에도 수십 편의 작품에 주조연으로 출연했습니다. 최근에는 어벤저스 영화에서 썬더볼트 장군으로 나왔습니다.

1950년 생으로 본 작품으로 찍을 때의 나이는 30대 중반이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본 작품의 주연배우인 윌리엄 허트와 라울 줄리아는 노개런티로 출연을 했다고 합니다. 단지 항공비와 숙박비만 지불되었다고 하네요. 아마도 좋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그 대가가 충분하다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촬영 초기 리허설을 하면서 자신의 배역의 케미를 맞추기가 어려웠는지, 윌리엄 허트는 감독에게 라울과 배역을 바꿔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근데 배역을 바꿔서 해보니까 너무 잘 맞는 거에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하자고 다시 제안을 했죠. 하지만 바벤코 감독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윌리엄 허트는 배역 교체의 실험이 자신의 연기에는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그런지 윌리엄 허트는 이 ‘남자의 몸에 갇힌 여성’의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뭐 개런티 안 받은 게 하나도 아깝지 않죠.

 

 

미국 책인 ‘아카데미: 그 비공식적인 역사’라는 책에 따르면, 동성애자인 루이스 몰리나 역을 버트 랭카스터에게 제안했다고 합니다. 근데 그러기엔 버트 랭카스터는 나이가 좀 많죠. 1913년생이니까 윌리엄 허트보다 무려 37세가 많습니다. 결국 감독은 훨씬 젊고 잘생긴 윌리엄 허트를 선택하게 되었죠. 아마도 버트 랭카스터가 캐스팅 되었다면 발렌틴 역을 했던 라울 줄리아가 연기하기가 힘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네요.

처음에 헥터 바벤코 감독은 윌리엄 허트의 능력에 확신을 갖지 못했었다고 합니다. 뉴욕에서 처음 윌리엄 허트를 만났을 때, 남미인인 감독의 눈에 윌리엄 허트는 영락없는 미국인이었습니다. 절대로 그가 몰리나 역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죠. 그런데 대본을 절반 쯤 읽었을 때 허트는 한 마리의 상처를 입은 새가 되어 있음을 감독은 눈치 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독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결국 그는 확신을 가질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정치범 발렌틴 아레기를 연기한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라울 줄리아에 대해서입니다.

저는 이 배우를 ‘로메로’라는 영화에서 처음 봤는데요, 엘살바도르의 해방신학자이자 카톨릭 대주교였던 오스카르 아르눌포 로메로의 군사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을 그린 영화입니다. 1989년작이니까 거미 여인의 키스가 공개된 지 5년만의 작품이네요.

라울 줄리아는 1940년 생으로 상대 배우였던 윌리엄 허트보다 열 살이 많네요. 1994년에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푸에르토리코 태생의 배우로 산 후안의 나이트 클럽에서 연기를 하던 중 여기서 미국의 배우인 오손 빈에게서 뉴욕에 가볼 것을 권고받습니다. 그리하여 미국 땅을 밟게 된 라울 줄리아는 연극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후 TV 드라마에 진출을 하였고, 1971년 ‘백색공포’라는 영화에서 알 파치노와 함께 주연으로서 연기를 하게 됩니다.

세익스피어 작품의 배우로도 연극무대나 TV, 영화 등에 주역으로 출연하였구요, 영미권에는 세익스피어 작품 배우라고 하면 좀 알아주는 경향이 있죠. 아무튼 이후로 주로 주연급의 배우로 헐리우드에서 활동을 하였습니다.

재밌는 것은 아담스 패밀리나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가벼운 작품에도출연을 했다는 점입니다. 아담스 패밀리에서는 가장 아빠인 고메즈 아담스 역을, 그리고 스트리트 파이터에서는 바이슨 역을 연기했습니다. 두 작품 다 봤는데, 내용이 잘 생각이 나질 않네요.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쟝 끌로드 반담과 함께

 

로메로 신부나 정치범 발렌틴의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배역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뭐 영화는 가볍지만 연기에 가벼운 배역이란 존재하겠습니까. 배역을 가리지 않고 연기하는 것이 진정한 "배우의 즈응신"이 아닐까요? 연기 인생 40년의 개그콘서트 김정자 여사가 떠오르네요(언제적 개그를...).

라울 줄리아는 발렌틴 아레기를 연기하기 위해 체중 감량을 했다는군요. 라울 줄리아 역시 연기력에서는 윌리엄 허트 못치 않는 평가를 받는 사람인데요, 이 둘은 일요일도 쉬지 않고 내내 연기와 싸움을 했다고 합니다. 감방 스튜디오에서는 스탭들이 모두 퇴근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후로 수 시간을 둘이서 리허설을 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이에 제작자인 데이빗 와이즈먼은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서로 두 사람의 영혼에 빠져 연기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어요.' 라고 극찬하였습니다.

 

 

 

 

다음은 본 영화에서 히로인인 소냐 브라가입니다.

소냐는 본 작품에서 세 개의 배역을 연기합니다. 그것은 몰리나가 얘기하는 영화 속의 여주인공인 레니 라마종이라는 프랑스 가수, 발렌틴의 현실의 연인인 마타,

그리고 역시 영화 속의 영화죠, 본 영화의 타이틀롤인, 거미 여인이 되겠습니다.

소냐 브라가는 브라질 태생의 배우로 라울 줄리아와는 같은 해에 태어났습니다.

소냐는 본 영화 촬영 시 영어를 할 줄 몰라서 영어 발음을 그대로 암기하여 연기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어색하기도 합니다.

당시 브라질에서는 이미 주조연급의 배우였고, 거미 여인의 키스 이후로 미국에 진출하여 여러 영화에 주조연으로 출연을 하였습니다. 최근까지도 연기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소냐는 영화에서 몰리나가 얘기하는 영화 속의 여주인공으로 처음 출현을 합니다.

그 영화는 ‘그녀의 진정한 영광, Her Real Glory’라는 제목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세계 2차 대전 중에 나치에 의해 제작되었던 영화로 전쟁 중 일어난 남녀의 로맨스를 빙자한 나치의 선전 영화였습니다.

여기서 여주인공 레니 라마종으로 소냐가 나옵니다만, 몰리나는 자신과 레니를 동일 시 합니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인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즉 영화 속에서 프랑스 가수인 레니가 나치 장교인 버너를 사랑하지만, 현실 감방에서 동성애자인 자신이 지극히 남자다운 발렌틴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죠.

 

몰리나는 자신이 얘기하는 이야기 속의 인물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후반부에 나오는 거미 여인 영화에서도 역시 몰리나는 자신을 거미 여인에 대입합니다. 본래 거미 여인은 본 작품의 안무가로 활동한 마라 보바라는 사람이 캐스팅되었다고 합니다. 근데 마지막 순간에 소냐가 감독에게 제안을 합니다. 거미 여인은 영화 속 첫 번째 영화의 히로인인 레니 라마종과 발렌틴의 연인인 마타와 동일선상에 놓인 캐릭터인데 얼굴이 다른 사람이 연기를 하면 관객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였죠.

사실 마라 보바를 영화에 부른 이도 소냐인데 이게 참 난감하게 되었죠. 여기서 보바는 실망을 하지만 소냐의 말이 맞다고 인정을 하고 안무가로서 영화에 참여를 합니다. 아름다운 양보가 아닐 수 없죠?

 

하지만 윌리엄 허트의 섬세한 몸짓 연기에서 그녀의 작업은 작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이 되었습니다. 윌리엄 허트의 여성성 연기지도를 한 것이죠. 그리고 이 작품에서 몰리나는 주인공이면서 레니 라마종과 마타, 또 거미 여인과도 연결이 되는 중요한 인물인데요, 몰리나는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여주인공을 자신과 동일 시 합니다.

즉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발렌틴과의 사랑을 상상 속에서 그려보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레니 라마종이나 거미 여인은 몰리나의 페르소나이고, 마타 역시 마지막 장면에서는 모습은 마타로 보이지만 어쩌면 몰리나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에 보바는 윌리엄 허트의 몸짓과 움직임의 특징을 그대로 소냐가 연기할 수 있게끔 지도하여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제목인 ‘거미 여인의 키스’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사실 '거미 여인' 장면은 본 영화 러닝 타임에 비해 아주 짧게 나옵니다. 영화 내내 흐르는 주제는 정치범 발렌틴을 향한 몰리나의 사랑입니다.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숭고한 것며, 여기서 거미 여인의 키스는 그 사랑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나치 장교 버너를 사랑한 프랑스 여가수 레니 라마종, 섬에 표류한 남자-그것은 발렌틴으로 그려지죠-를 구해 그의 상처를 보듬는 거미 여인, 마지막 발렌틴의 혼몽 속에서 나타나는 연인 마타는 모두 몰리나의 분신으로 볼 수 있습니다.

‘거미 여인의 키스’는 상대편에 서있는 발렌틴에게도 역시,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었지만 마지막으로 가는 그 길에서, 거미 여인이자, 현실의 연인인 마타이자, 유일하게 감방에서 그에게 위로를 주었던 몰리나와의 치명적인 유혹과 사랑을 동시에 설명해주는...

 

"짧지만 행복한 꿈"

 

 

바로 그것이 아닐까요?

유튜브에 전작 영상이 올라 있네요. 언제 내려질지는 모르지만 말이죠.

자막이 없어서... 아쉽습니다만...

 

www.youtube.com/watch?v=f3KKd6XsD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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