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윈드로드는 먼저 인터뷰를 한 가이드 작가 전명윤을 통해 소개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패키지 여행자에게는 낯설지만, 자유 배낭 여행자들에겐 쉴 장소와 서로 간 정보와 교류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 게스트하우스이다. 해외의 게스트하우스는 국내의 여러 배낭여행자들의 이야기와 블로그 등을 통하여 어느 정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으나, 국내의 게스트하우스는 어떤 모습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대상이 내국인이 아닌 외국 여행자들인지라 우리들에게는 공개되거나 알려질 여지가 그리 없었던 까닭일 것이다.
해서 성대 부근의 ‘윈드로드 게스트하우스(Windroad Guesthouse)’의 박홍진 매니저와 그곳에서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한 독일여행자와의 이야기를 통해서 국내의 게스트하우스는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한국을 찾은 외국 배낭여행자들은 어떤 감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가볍게나마 알아보았다. 게스트하우스 윈드로드를 찾은 때는 2007년 6월의 어느 날이었다.
먼저 윈드로드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소개한다면?
성대 앞에서 오픈한 지 3년째다. 그전엔 대학로 쪽에 있었는데 그곳은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이리 옮겼다. 그곳에서 2년 정도 했으니까 합하면 5년이 될 것이다. 객실이 꽉 차면 35명 정도가 숙박을 하는데, 트윈이 8개, 싱글이 4개 정도 있으며, 거실에서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도미토리가 있다. 그리고 아래층에 취사실이 따로 있다.
게스트하우스란 어떤 곳인가?
게스트하우스란 배낭여행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을 하면서 다른 나라 여행객들을 만나 정보를 교류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곳이다. 그러면서 자기 집과 같이 편안한 숙소를 지향하는 곳이다. 하루 숙박료가 싱글룸 기본이 24,000원인데,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게스트하우스는 그저 하룻밤을 묵고 마는 여관이나 모텔과는 다르다. 모텔에서는 여행정보를 교류하고 자유로운 여행자들끼리의 만남을 갖기가 어렵다. 시설이야 당연히 모텔이 좋겠지만 모텔에서 여행정보를 얻고 여행자끼리 자유롭게 만날 수는 없는 것이다. 일전에 한국 사람이 친구 외국인 여행자를 데려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모텔보다 못하다고 도로 나가 버렸다. 결국 다음날 외국여행자가 혼자 다시 왔다. 여행자가 모텔방에서 혼자 무얼 얻을 수 있으며 무얼 하겠는가. 여행자들은 중간기착지로서 한국에 왔으니 정보가 많이 필요한데 모텔에서 그런 것을 얻을 수 있겠나. 게다가 한국문화를 이해시키는 데도 모텔이 도움이 될까. 한국 모텔의 성적 자유로움(?)을 알리고자 하는 거라면 모를까. 자유여행자들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게스트하우스는 여행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그런 역할에 대해서는 서울시관광협회에서도 인정을 한다. 여기 스태프들은 찾아오는 외국인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게스트하우스 대표자 모임 역시 그러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수는 얼마나 되는가?
서울에는 40~50여개 정도의 게스트하우스가 있고 잘 알려진 곳은 20여개 정도 있다. 이곳 대학로에도 3군데 정도 있다.
윈드로드 게스트하우스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가?
아침 9시부터 일과가 시작되어 자정 12시까지 게스트하우스의 공식 업무시간이다. 세 명의 스태프가 시간을 분담해서 활동하고 있다. 오전 오후에는 한국 스태프 위주로 활동하고 있고 밤에는 외국인 스태프가 있다. 외국인이 손님으로 왔다가 자진해서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독일인 스태프가 활동중이다. 그전에 미국인 여행자가 활동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갔다. 스태프는 낮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가고 싶은 곳을 관광 다니고 밤에는 숙식이 무료다. 한국인 스태프의 경우는 외국인들과 접하면서 회화능력을 키울 수 있고 외국인의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으니까 문화체험 형식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주요 업무는 여행자 손님을 상대하고 게스트하우스를 관리하며, 그 외의 다른 업무는 인터넷 전화예약이나 여행 상담을 하기도 한다.
한국스태프나 이곳을 오가는 한국인들은 외국인과 쉽게 친구가 된다. 처음에는 무뚝뚝하고 답답해 보이지만 한 번 사귀게 되면 참 친절하고 상대방에게 잘해주는 게 한국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 스태프들도 외국인들과 친구로서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가끔 저녁에는 여행객들끼리 간단하게 술 한 잔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교류도 한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파티를 하는데 ‘코리안 바비큐 파티’라고 가스버너에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친해지고 시간이 맞으면 창경궁 같은 고궁을 함께 가기도 한다.
윈드로드 게스트하우스는 시설로 보면 그저 가격이 싼 자취방 수준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여행자들은 이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 이유는 게스트하우스엔 현재 진행형의 여행자와 그들의 살아있는 정보 또 인간적인 교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은 외국인 여행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대부분 일본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을 오거나, 중국 들렀다가 한국에 오는 여행객도 있다. 한국은 일종의 경유지 개념인 셈이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서 하루 이틀 정도 머물려다가 일주일 열흘 정도 머무는 경우도 있다. 사실 여행자들은 한국은 여행으로서의 변별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직접 한국에 와서 여행을 해본 외국인들은 생각 이상으로 한국이 발전하였고, 관광지로서의 매력도 있다고 말한다. 여행자들의 얘기를 들으면 중국은 도둑이 많은데 비해 우리나라는 치안이 잘 되어 있어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영어 강사를 하기 위해 오는 사람도 꽤 있다. 일본에서도 영어 강사를 하는 사람이 꽤 있는데, 지난 4~5월에는 비수기인데도 꽤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 찾아왔다. 이유는 일본의 황금주간에 휴가를 맞아 그곳에 영어강사로 있던 이들이 한국으로 많이 여행을 온 까닭이라고 생각한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전에 프랑스 사람이 묵은 적이 있다. 여행을 떠나며 가방을 돌아올 때까지 맡아달라고 했다. 장기 여행자의 경우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그는 가방을 우리 스태프에게 맡기지 않고 자기가 묶던 방에 놔두고 나간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그 가방을 일본인 여행객이 다른 짐들과 함께 들고 나간 것이다. 그것을 까맣게 모르고 돌아온 프랑스인이 가방이 사라졌다면서 우리가 훔친 거라고 화를 내면서 따지고 들었다. 우리로서는 우리에게 맡기지 않은 가방을 우리가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경찰을 부르겠다고 생난리를 쳤는데, 나중에 가방을 잘못 가지고 간 일본인이 연락을 해와 모든 오해가 풀렸다. 프랑스인이 미안해하며 어찌나 사과를 하는지...... 이런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라 대개는 자기 부주위로 짐을 잃어버리고서는 다른 이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우리에게 생떼를 쓰는 경우가 있다. 손님들끼리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하고 별일이 다 다 있다.
매니저 본인도 여행을 많이 다녀보았을 텐데, 가 본 곳 중 인상 깊었던 곳은?
내 경우는 미국의 시애틀이 인상 깊다. 그곳에 선배가 있어서 세 번 정도 찾아갔는데, 시애틀의 모습에선 늘 우울함이 묻어있다. 거기 있는 동안 비가 많이 왔는데, 그렇다고 많은 비가 오는 것은 아니고 보슬보슬 비가 오는 정도다. 사람들도 비를 그냥 맞고 다닌다. 도시의 공기도 좋고 깨끗하다. 난 그런 느낌이 좋다. 사실 미국에 대해선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데 시애틀은 왠지 나에게 맞는다.
많은 자유여행자들이 태국을 좋아하는데 나로서는 사실 태국은 별로다. 워낙 더운 곳인데다 내가 더운 곳에 있으면 두통이 오는 체질이고, 관광객들에 대한 호객행위도 부담스럽고, 돈을 너무 밝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개인 적으론 그렇다.
외국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국내 여행지는 어디가 있나?
가장 많이 찾는 곳이 DMZ다. DMZ에 대한 관심이 높고 그곳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한다. 또 북한에 대한 생각을 묻기도 하고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질문해 온다. 심지어는 북한에 가봤냐 그런 질문을 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학생 중심의 배낭여행객들이라 그런지 시사나 정치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리고 의외로 한국 음식도 잘 알고 좋아한다. 비빔밥, 제육볶음이나 김치, 불고기 등이 인기 있다. 요즘에는 매운 음식도 참 잘 먹는다.
김밥을 먹고 있는 한 여행자. 그는 김밥의 맛이 'goo~d'이란다.
게스트하우스에선 여행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나 서비스엔 무엇이 있는가
여관이나 모텔은 그저 숙박만을 해결하는 곳이지만, 게스트하우스는 손님들의 여행 편의를 위한 서비스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권 교환이나 예매, 관광지 예약 등을 도와준다. 한국의 전통거리가 보고 싶다고 물어온다면 보통 호텔이나 관광기관에서는 인사동 같은 곳을 추천하고는 하지만 사실 인사동을 한국의 전통거리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재미있는 관광지는 될 것이지만 거기서 진짜 한국을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차라리 시골의 어느 동네를 가르쳐주고 거기에 가보라고 한다.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음식 역시 그저 보통의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가는 평범한 식당을 알려줌으로써 한국에 대해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거기서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제육볶음 같은 것을 먹으면서 한국 사람들의 꾸미지 않은 생활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이곳에 오는 여행자들은 시설의 좋고 나쁨을 따지는 여행객은 별로 없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원하는 기본적인 요구는 그런 것이 아니다. 여기에 아무리 좋은 TV가 있으면 뭐할까? 좋은 여행에 TV는 별 소용이 없다.
관광업종에 있으면서 우리의 관광유치 정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글쎄... 아무래도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많은 것 같다. ‘여행’이 아니라 ‘관광’ 위주의 정책을 펼친다고 본다. 하지만 실은 관광보다는 여행이라는 개념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본다. 한국을 중간 경유지가 아니라 여행목적으로 방문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유여행자 같은 직접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여행이 되어야 한다. 인사동만 봐도 그렇다. 인사동 한 번 가면 다시는 가지 않는다. 작위적인 그런 곳에 가는 것보다 전통 양식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외국여행자들이 여행하기 편한 것이 아니다. 사실 버스 하나 갈아타는 것도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전철이나 버스 환승하려면 어려워하고 하지 않나? 그러니 외국인들은 어떻게 느끼겠나.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부터 외국여행자의 시선으로 다가서야 할 것이다.
간단히 개인 신상을 얘기해준다면?
내 이름은 마커스다. 나이는 21살. 독일에서 왔다.
한국에 온 지는 얼마나 되었는가?
지난 4월 16일 한국에 들어왔다. 3개월간 한국에 머물다가 중국으로 넘어갈 생각이다.
마커스는 어떻게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는가.
친구가 3개월 동안 한국에 있었다. 그 친구의 말에 따르면 서울이 유럽과 비슷하다고 했다. 하이테크 산업이나 거리의 풍경 등. 그리고 아시아의 강국으로서 배울 게 많다고 했다. 또 한국어도 배우기 쉽다는 조언도 있었다. 한국을 잘 알고 싶어서 왔다.
한국말은 잘 하나?
아직 인사말 정도다.
마커스가 본 한국의 모습 중에 인상 깊은 점이나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얘기해달라.
고층빌딩 등의 모습에서 한국의 발전상을 보았고 유럽과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고궁이나 음식이 마음에 들었다. 보통 유럽은 10대 넘어가서 청소년이나 되어야 휴대전화를 가지게 되는데 여기는 초등학교 아이들도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는 게 놀랍다. 또 학교가 끝나면 여기저기 학원으로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도 흥미롭다. 또 온라인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데 스타크래프트를 일상적으로 즐기는 많은 수의 한국 사람들의 모습도 재밌다.
한국을 많이 다녀보았나. 한국의 여행지 중 인상 깊은 곳은?
사실 한 달 반 정도 머물렀지만 여행을 많이 다니지는 못했다. 경복궁과 북한산 국립공원이 좋았다. 앞으로도 서울에만 머물 계획이다.
한국 이후의 여행 계획은 어떤가?
중국에 가서는 기차를 타고 여행도 하면서 독일의 집까지 돌아갈 계획이다. 지금 여행의 시작은 독일에서 호주로 그리고 피지, 다음 한국에 왔다. 이제 한국을 거쳐 중국을 지나 러시아를 방문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국 음식을 많이 먹어보았는가? 좋아하는 음식은?
그 뭣이냐? 국수에 브라운빈 소스를 얹어 비벼먹는 거...(아마도 짜장면을 말하는 듯) 그거 맛있다. 그리고 비빔밥도 맛있다. 고추장을 넣어서 비벼먹는 것을 좋아한다. 김치도 좋아한다. 참 맛있다. 어느 음식이나 좋아하는 편인데 순대나 쥐포는 못 먹겠더라. 나랑은 안 맞는 것 같다.
유럽인들이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것에 많은 관심과 논란이 있는 듯하다.
마커스 개인은 개고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직 먹어보지는 못 했지만, 식탁에 있는 고기라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나 양, 닭, 돼지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호주에선 캥거루도 먹는다. 물론 내가 직접 동물을 죽여서 먹어야 한다면 쉽게 먹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고기는 식탁에 있는 것이라면 먹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볼 수도 먹을 수도 없는 음식이니, 기회가 된다면 먹어 보고 싶다.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즐거운 여행하길 바라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길 빈다.
윈드로드 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
www.backpackerkorea.net
by TRAV/인터뷰 진행 부엉이/사진 및 편집 원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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