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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사실 잘 모르는 그릇이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하나 얻어걸렸다. 요리를 잘 한다거나 또 좋아한다거나... 뭐 그렇게 말할 처지나 형편 수준도 안 되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 먹을 만 하게는 하는 편이라... 그릇이나 뭐 식기 그런 거에 조금 관심이 가는 편이다. 암튼 핑크색 타진냄비가 내게로 왔다.
대충 보면 삼각뿔 모냥을 하고 있는 이 냄비는('타진'의 의미가 냄비라는 뜻이라니 결국 '역전앞'이나 '모래사장'이나 '타진냄비'나... 그래도 하나도 안 이상하고 어색하지 않으니...) 약간의 깊이감이 있는 그릇에 삼각뿔의 뚜껑으로, 재료의 수분만으로 조리를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모로코의 전통 그릇이라니 물이 부족한 건조한 기후의 나라에서 발달할 만한 그릇이라 하겠다.
조리에 대한 별다른 사전 지식없이... 볶음탕용 닭 한 마리를 사서 감자를 깔고 양파를 썰어놓고 액간의 물을 부은 후 뚜껑을 닫고 끓이기 시작했다. 절대로 강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중불과 약불을 이용하여 끓어 넘치지 않도록 해야하며 뚜껑에 의한 약간의 압력과 순환되는 수증기로 음식을 익혀내는 것이다. 하지만 내 타진냄비는 뚜껑에 구멍이 없는 것으로 압력을 못 버티고 끓어 넘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뚜껑을 열어 증기를 빼내야 했다. 구멍이 없는 것을 써보진 않았으므로 어떤 것이 더 낫다고 아직은 판단을 못하겠다.
적당히 조리가 되었다고 판단해서 내어놓은 닭볶음탕... 뭐 양념 찜닭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 보기엔 제법 요리스러워 보인다.
닭의 수분과 기름, 그리고 감자와 양파의 수분으로 닭이 익었다. 물론 물을 전혀 안 넣은 것은 아니다.
닭다리살을 벗겨보았다. 뽀얀 속살이 기름이 쏙 빠져 담백하고 부드럽다. 다만 우리네 닭볶음탕에 비해 양념이나 간이 더 배이는 느낌이랄까... 강한 양념의 음식보다는 담백하게 재료 그대로의 맛을 즐기는 요리에 적당할 듯... 다음엔 통삼겹찜 내지 보쌈을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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