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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하나 샀다. 거의 메일 인터넷 쇼핑몰에서 메일이 오는데, 그것들을 대충 둘러보는 것이 나의 일상 중 하나이다. 그러다 맘에 드는 물건이 가격도 맞으면 불쑥 구입하는 것 또한 그 일상 중의 재미이다.
검은 바탕에 오렌지색의 글자가 박힌 이 모자를 산 이유는 장 미쉘 바스키아의 오토그래프와 화상이 수놓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천재적인 그래피티 화가라는 바스키아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를 그린 영화를 본 일도 없지만 왠지 멋드러지지 않은가.
그가 앤디워홀과 연애를 했건 코카인에 빠져 요절을 했건 크게 나와는 상관이 없이 그저 이 모자에 박힌 그의 이름이 멋있어 보였다. 게다가 이 모자에는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온 글귀가 옆쪽에 새겨져 있는데, 그것이 바로 'Life Doesn't Frighten Me'라는 말이다.
난 첨에는 이 글귀가 바스키아의 유언이나 혹은 그의 낙서 중 하나인 것으로만 생각했다. 괜스레 멋드러진 분위기의 말에, 또는 나 역시 평소 세상일이나 혹은 내 일상에서 나를 '화들짝'이나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란 거의 없기에, 왠지 나라도 언젠가 했던 말이었지 않았나 싶어 공감이 갔던 것이다.
그래도 이 모자를 쓰고 다닌다면 누군가 그게 무슨말이냐? 라고 묻는다면 정확히는 알려줘야 할 것 같고 또한 나도 쪽팔리지 않을 것 같아.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작품에는 이런 말이 없었고, 또한 이런 유언도 남기지는 않은 채 죽었다. 그러다면 이 말과 바스키아와의 관계는 무엇인가. 그렇게 궁금해 하던 중 결정적인 이미지를 하나 발견했다.
Life Doesn't Frightne Me... 결과적으로 말하다면 이 말은 바스키아의 것은 아니었다. 보시다시피 이 이미지는 책표지인데, 미국의 여류 흑인 작가인 마야 앙겔루의 시집이다. 그리고 타이틀인 이 말은 그녀의 시 중에 하나인 것이다. 그리고 공룡그림은 앙겔루의 시에 나오는 싯구 중 한 부분을 표현한 것이다. 즉 앙겔루의 시집에 바스키아의 그림이 쓰인 것이다(아니면 바스키아 생전에 작업을 했던 것인지). 어찌되었건 궁금증은 풀렸지만 바스키아의 것이 아니란 사실이 약간 실망스럽다. 하지만 마야 앙겔루란 인물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시 전문을 찾아보게도 하였으니...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여기 그 시 전문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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