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하 작가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그를 알지 못했다. 그전까지 그저 '위대한 캣츠비'라는 만화를 겨우 중간의 한 회분만 보았을 뿐이었다. 그가 섭외되고 그의 '캣츠비'를 몰라서 한꺼번에 보게 되었다. 의인화된 여러 동물 캐릭터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슴시린 대사나 지문, 그리고 산뜻하고 뛰어난 그림체에 나는 반했다. 그는 숙고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작품이 많지가 않다. 나온 작품들은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 그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고 그의 작품에 대해선 더욱 그러하기에 난 이 인터뷰에서 사진을 담당했다. 당시 사용한 카메라는 지금은 쓰지도 않지만 아까워서 냉큼 팔아먹지도 못하는 파나소닉 LC-1이라는 카메라다. 나름 독특한 색감을 표현해주는 이놈을 결국엔 어디에도 넘기지 않을테지만, 또 그닥 쓸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아 아쉽다. 인터뷰는 만화엔 나름 일가견이 있는 팬더 이성주와 나중에 드라마틱 기자로 일을 했던 최원택이 진행했다. 강도하 작가를 만난 건 2005년 가을 무렵이었다.
최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한 만화가 완결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그 완결 소식이 적지 않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첫연재부터 범상치 않은 그림솜씨와 파격적인 소재 및 이야기 전개로 주목을 받던 만화 '위대한 캣츠비' .
'위대한 캣츠비'의 작가 강도하씨를 미디어몹이 만나봤습니다.
사실 미디어몹은 강도하 작가와는 지난 해 9월... 그러니까 캣츠비 연재 초반에 만화가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하에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2004년 9월 23일 강도하 작가 인터뷰 (interviewer 펜더)
그때의 인연을 되살려 펜더기자도 이번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다시 찾아간 강도하 작가의 자택에서 이루어진 인터뷰는 우선 펜더기자와 강도하작가의 안부묻기부터 시작되었습니다.
(※ 여기서 강은 '강도하 작가', 펜은 '펜더 기자', 몹은 '미디어몹 편집국'입니다.)
펜 : 강작가님이 운영하던 악진(akzine)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강 : 악진… 작년에 5년간 관리 잘해서 예술 상 받았지만(악진관련 한겨레 신문기사) 지금은 관리 못하고 있어요. 상 받고 나서 그 다음달부터 멈춰버린거니까… 갑자기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니까 감당이 안되는 거예요. 모든 사람들이 봐주길 바라는 만화가 아닌데 모든 사람들이 와서 보니까 사이트가 폭주 하는 거예요. 봐야될 사람들도 못 보는 꼴이 되니까…
또 나중에는 작품들이 너무 많이 쇄도하다 보니까 감당이 안되는 거죠. 지금 생각이 많은데… 몇 군데서 같이 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그때 생각은, 우선 캣츠비 끝난 다음에 해야 겠다 생각해서 지금은 방치 상태에요.
펜 : 만화계가 요즘은 움찔하는 거 같아요. 뭐랄까 부활의 기세가 보인다고 할까요? 더이상 이대로 안된다는 느낌도 많이 들고…
강 : 바닥치기 해야죠. 바닥을 한 번 딛고… 올라갈 땐 힘으로 올라가야 되는데… 그냥 튕겨 올라가면 안되거든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저 자신이 바닥으로 완전히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냥 망했다는 게 아니라 망했다는 말이 없을 지경으로 완벽하게 망하길 원한 적도 있어요. 위험한 발언이긴 한데 이 정도면 바닥치기 한다고 하지는 않을꺼야. 고때 전혀 다른 힘들이 한번 쫙 만화계를 올렸음 좋겠다… 어정쩡하게 죽네 사네 하는 흉한 꼴 보이는 것 보단..
펜 : 언제 대본소 작가분들을 만나봤거든요. 중국쪽으로 작업을 했는데 만화작가들이 한글을 모르니까. 막 돌격해서 검들고 싸워야 하는 장면에서 얼싸 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그려서 곤혹스러워 했다는 일도 있다고… 콘티 작가들도 수입이 거의 사분의 일로 줄었다고.
강 : 그래도 수고비가 떨어졌다고 해도 잡지연재작가들의 흥망과는 비교가 안될꺼예요. 잡지 연재작가들에게 ‘전업’이란 단어가 너무 심각하게 느껴지는 거죠. 얼마 전에 아내랑(풀하우스의 작가 원수연) 새벽 세 시쯤 야식집에 우동집에 손잡고 걸어 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거의 동시에 서로에게 “요즘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라고 말한 게 ‘전업’이예요.
솔직히 우리는 전업 못해요. 전업 못하는 사람들 입에서 나온 심각한 ‘전업’이란 단어인데. 저랑 아내랑 나이차는 좀 나지만 데뷔년도가 똑같은데… 지금 한 18년 만화 그렸는데, 돈 보고 만화 안 그린 건 분명 한데, 돈에 대한 개념없이 (열정을) 쏟아부었는데 이렇게 보람 없을 수가 없다는 거죠.
또 연재할 곳이 없다라는 것이 이 18년된 작가 둘에게 너무 당황스럽다는 거죠. 연재 매체 자체가 없다는 게. 독자가 없는 거야… 그런데 독자들은 용케 만화들을 보고 있잖아요. 그리고 그 공간은 대부분 무료예요. 그렇게 되면 또 작가들에게는 용이한 원고 수급이라는게 불가능하게 되고… 참 보람이 없어요.
몹 : 이제 캣츠비 이야기를… 연재를 끝내셨는데 감회가 어떠신지
강 : 너무 기쁘죠. 작품 엔딩을 끝내는 경험은 너무 너무 많죠. 지금까지 안 알려진 작품 해서 40여 편 되니까… 그런데 이번 작품 만의 끝내는 즐거움이 따로 있더군요, 아시겠지만 이 만화(캣츠비)가 제 딴에는 가장 대중적인 만화였거든요. 딱 1년 연재한 셈인데…
"너무 기쁘죠~"
펜 :
일년 전에 인터뷰 했을 때 강풀 강도영씨 때문에 자극을 받아서 양영순씨와 함께 극화를 시도하셨는데 양영순씨는 천일이 끝나서 삼반이조에 들어갔고 이제 강도하씨는 캣츠비가 끝났습니다. 극화를 끝내고 나신 느낌이나 뭐 그런 게 있으시다면…강 : 지금 영순이 삼반이조도 우여곡절이 되게 많긴 한데 그 모습이 디게 이뻐보이고. 서로 갖고있는 고민을 털어놓으니까요. 시놉시스부터 나오면 서로 읽어보게 해요. 그래서 옛날 같으면 한 잡지에 속한 작가들이 갖고 있는 공동운명 비슷한 것을 갖고 있어요, 지금 각 연재하는 곳은 틀리지만 포털이라는 공간에 속해있다는 거죠.
그리고 소위 말해서 긴호흡의 만화를 그리는 속성을 꽁트 에세이 만화 그리는 사람들은 좀 아직 이해를 못해요. 단 한 번의 헛발질과 실수가 장편호흡에서는 허리 동강을 내게 되요. 간혹 연재중에 인터뷰가 있었는데 “요즘 기분이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요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하루 숨을 못쉬겠다…’ 라고 대답을 했어요.
예를 들께요. 작품 다 보셨잖아요? 나중에 어떤 상황이신지 아시겠지만 작품 중반쯤에 하운두가 여기서 요 대사를 할까 저 대사를 할까… 그 선택을 하는데 정말 막 두근대는 거예요. 여기서 하면 대사를 하면 사람들이 눈치채겠구나. 여기서 대사를 하면 나중에 요 시퀀스에서 크게 엉키겠구나… 그렇게 되면 다 엎어야 되고 다 틀어버려야 되니까… 어차피 콘티에 엔딩은 나와 있고… 그러니까 매회 연재 할 때 조마조마한 거예요.
갈등과 번민의 공간... 작업실
그러니까 여기서 몽부인 옷을 좀 갈아입어야 하는데 요번엔 이쯤에서 힌트를 주자. 여기 (목 부분을 가리키며) 깃털을 일부러 입히자 그리고 말투를 조금 친화된 말투로 선정하자. 이 비밀의 방 시퀀스에서는 좀 더 도발적으로 가서, 이것이 과연 하운두가 캣츠비에게 만든 상상속의 시퀀스인지 실제 존재할 수도 있는 시퀀스인지 딱 중간에 다릴 걸치는 거예요. 현실 감이 있을 법도 하면서 이건 가상인 거죠.
마치 티비 프로그램 '결혼과 전쟁'처럼 굉장히 리얼리티가 있으면서도 “설마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할 정도로 충격적인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건 물론 현실에 극적 전개가 가미 되어 있죠. 아마 실제 이야기는 그보다는 조금 건조했을 거예요.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개조를 했을 텐데… 캣츠비할 때 바로 그런 느낌이 들었죠.
굉장히 조마조마한 거예요. 어디까지가 현실감이 느껴지고 어디까지가 비현실적인 상황인지 그 용인치를 제가 판단해야하는데 잘 모르는 상황이었던 거죠. 그런데 이제 장편에서 그 긴장의 끈을 잠깐 놓치고 헛발질 하는 순간 작품이 진행될 이유가 없어져요. 예를 들면 열혈 강호처럼 끝편에 갈리는 게 아니라… 내년에는 이래야지 이럴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작가마다 각자 엔딩을 정해놓고 가는 작가와 느슨하게 잡고 가는 작가, 또 짧은 기간이지만 하고 싶은 얘기 다 풀어놓고 “누구든 다 이해시키겠어.” 라고 하는 강도영이 같은 스타일도 있고… 저 같은 경우는 보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에 따라서 달리 보이고 또 같은 컨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이 캣츠비가 남녀노소가 읽을 때 반응이 다 다르길 바랬거든요.
여자가 볼 때는 이런 부분이 보이고 같은 남자라도 뭐 20대가 보는 것과 30대가 보는 것이 약간 다르게 느껴지길 바랬고, 경험의 폭, 만화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 딱 아는 만화의 기호 또 영화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편집의 느낌들을 이 작가가 이렇게 소화시켰구나 하는 것을 흥미를 갖고 봐주길 원했어요.
또 후반부에는 웹 만화에서 보여줄수 있는 그림의 밀도를 내가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한 퀘스쳔을 받았죠. 그래서 4부부터는 주 2회에서 1회로 줄여버렸어요 대신 그림을 더 길게 그렸어요. 그래서 이번 일은… 아내 수연씨가 “당신 수고했어 당신 참 좋은 일한 거야.” 라고 이야길 하길래 제가 어떻게 받아쳤냐면은 “난 만화계에 선물 하나 한 거야.” 왜냐면 지금 생각해보니 뻔뻔한 얘긴데 진짜 그런 심정이었어요. 이 작품하면서 일년 동안 돈 십원도 안 받은 셈이니까요.
근데, 가끔… 다시 만화 안 그리고 싶다는 심정이 들어요. 지금 많은 동료작가들이 만화를 안그려요. 그 좋은 필력과 경력들 갖구요. 그런 광경 볼 때마다 저도 느껴요. 실제로 한국 만화계가 너무 혐오스럽고… 그런데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미친 척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차리 벌어진 거 “좋다! 까짓 것 나머지 3,4,5부는 진짜 미친 척 하고 내 멋대로 한 번 해보겠다!” 한 거죠.
펜 : 작년에 2권까지 나온 상황, 그러니까 4부부터 필체가 확 바뀌지 않습니까? 그때부터 놀랬던 것이 영화적 앵글이나 색감이 굉장히 많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좋은 배경을 넣은 데다가 거기에 의미를 밀도 있게 중첩시키고, 그렇게 아마 4권 분량이겠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심리적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세 명의 관계로 밀도있게 파고드는 게 웹 만화에서 한계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걱정되는 건 이 다음 작품이거든요. 이제 웹에서 해보실만한 건 다 한 것 아닌가요?
강 : 아니, 아니예요. 차기작이 한 6개 정도 남았는데… 돈 많이 주시면 미디어몹에도 할께요. (일동 웃음)
솔직히 말해 만화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실험’에 대한, ‘실험’이라는 말이 갖는 스트레스가 저에겐 특별히 있어요. 예전에 활동했을 때부터 실험작가라는 닉네임이 붙던 작품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 닉네임이 힘을 주는 게 아니라 항상 옭아매는 또 한정짓는 표현으로 쓰였기 때문에 소위 말해서 제 만화를 실험만화라는 명칭으로 명명 하지 않길 원했거든요.
이번 캣츠비의 경우 그 실험이 ‘적절하게’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캣츠비에서 달동네는… 제가 항상 문제제기 하는 게 뭐냐면 캐릭터가 있으면 캐릭터의 병풍 역할에 머무는 게 배경이었어요. 길거리면 허공에 간판 몇 개 달려 있고 구름 그리면 길거리고… 말 그대로 인물들이 어디 존재하는가 정도의 병풍이었다면 제가 생각하는 배경은 캐릭터와 비중이 똑같이 잡힌 거였어요.
자기 목소리를 내는 배경들
배경들과 교감하는 등장인물
캐릭터가 아파하면 그 공간도 아파하고 캐릭터 심경이 바뀌면 공간도 점점 바뀌는 거예요. 건물이 철거가 시작 되거나 눈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 방풍막을 치거나 그늘이 지거나 하늘이 너무 청명해지거나… ‘하늘이 높다’ 라고 하운두가 말을 하거나 2부 넘어갈 즈음에 하운두가 가을 하늘 보고 ‘와 하늘 높다’ 라고 하는 의미는 또 다른 의미고…
놀이터의 목마들 나오는 시퀀스에서는 지금까지 보여준 느낌 한 번 이미지로 정리해주면서 아직 공개되지 않은 관계에 대한 암시로서의 의미. 목마가 눈물을 흘리잖아요.
그게 하운두의 눈물인지, 선인지, 캣츠비인지, 페르수의 눈물인지에 대해서는… (잠시 침묵) 모르겠어요.
펜 :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많았거든요. 3부 넘어가면서 제작과정을 보여주셨어요. 어떤 달동네에서 어떤 시퀀스로 어떻게 찍었다는 것을… 비평을 해줄 매체가 없었다는 게 아쉬웠거든요. 이걸 어떤 의미로 만들었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몇 가지만 독자들에게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백조… 오리타고 노는 것을 영상언어로 물을 이야기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집어넣으셨는지… 물가에서 놀던 그런 것…
강 : 엔딩까지 각 회마다 진행되는 이야기라던가 시퀀스 배경공간들을 굉장히 치밀하게 짜놓은게 있는데, 벽에 붙여놓고 작업하다 인터뷰나 손님들이 오면 보지 말라고 다 가리면서 이야기했어요. 이번 작품에서 가장 고맙고 즐겁고 행복했던 점이 내가 원하는대로 그렸다는 것. 절대 흔들리지 않고 처음에 원안대로 옆 안보고 꾸준히 가서 골인 통과한 거예요.
사실 장편 연재할 때는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하는 유혹이 많아요 그런데 그 유혹들 이겨내고 원안대로 만들었구나 하는 이 후련함 이 보람. 어느 작품이든 이젠 흔들림없이 원안대로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나라 만화에서 원안대로 하는 만화가 상당히 드물거든요. 그래서 이 원안대로 해냈다, 승리했다는 쾌감은 있어요.
대신 중간 중간 유일하게 비워놨던 게 페르수와 하운두의 대학시절 일주일을 어떻게 묘사할까. 일주일 동안 전달하고자 하는게 있는데 이부분 만큼은 모호하게 살짝 빠트리고 시작을 했어요.
이런 안도 있었어요. 술집에서 촬영 소스로 사용하는 홍대 술집 골목 이쁜 데가 있었는데 누군가 구토를 하고, 있을,법한 허름한 리어카가 있고, 그 옆에는 바로 대학생들이 술 마시는 대포집이 있는데, 만약 여기서 하운두랑 페르수랑 술 먹은 김에 서로 키스를 하는데 바로 옆에서 캣츠비가 구토를 하고 있는 장면.
그런데 이미 그땐 하운두가 캣츠비에게 페르수를 완전히 넘긴 뒤에요. 하운두 하고 페르수 둘다 술이 떡이 된 김에 키스를 한 거예요. 이 시퀀스를 구상해놓고 봤을 때 너무 슬픈 거예요. 이 모자란 슬픔이라는 게 이렇게 참 잔인하구나… 중년이 할 수 있는 실수가 아닌 젊음이… 젊기 때문에 저지를 수 있는 여러 가지 형태를 한 시퀀스로 덩어리로 만들어 일주일을 바쁘게 묘사해볼까… 하는 이런 위기가 있었어요.
지금 말씀드리는 것처럼 만약 그렇게 했다면… 이 장면 자체는 예쁘죠. 그런데 뒤는 완전히 수습이 안되요. 그래서 철저히 고립된 하운두만의 고독을 그려보자는 마음으로, 그때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강의하던 때였는데 종강 파티는 엠티로 가자 해서 춘천으로 엠티가는 내내 기차안이건 뭐건 셔터만 눌러댔어요.
춘천 엠티에서 찍은 사진들이
의미심장한 배경들로...
셔터를 누르면서 그 앵글로 그때 찍은 것을 거의 다 쓴 거예요. 돌아다니면서 춘천의 오리배 타는 것도 보고, 닭갈비 먹는 것도 보고, 춘천의 너무 상습적인 공간들을 통해 시각적으로 줄 수 있는 이미지 상징들을 많이 쓴 거예요. 오리 같은 경우 오리가 갖는 태생적한계 같은 것을 쓰고…
몹 : 만화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지지를 얻었다고 언론에서 보도가 됐는데…
강 : 얻었으면 좋겠어요.
몹 : 제가 20대 후반이거든요. 근데 솔직히 제가 보기에 좀 어려웠거든요.
강 : 음… 제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경험의 폭. 그런데 이게 경험의 절대량이 아니라 ‘연애’ 경험의 폭이구요. 회색빛 연애경험과 핑크색 연애경험, 빨간색 연애경험이 있어요. 어떤 사람은 빨간색 연애만 한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한 번도 이성을 차본 적도 없고, 어떤 사람은 한 번도 차여본 적이 없다는 사람도 있어요.
또 어떤 사람은 바로 옆에서 애인에게 배신을 당한 사람도 있어요. 이 사람들이 연애하면 떠올리는 연애의 스펙트럼은 사람마다 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아마 캣츠비를 해독하는데 아마 그런 점이 있었고… 이야기를 해독하는 데 힘들다는 것은 제 책임이예요. 사실 제가 조금 불친절한 부분도 있어요. 경험에 따른 해독 부분은 제 책임이 아니라 독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몹 : 인터넷의 글들을 보면 해석들이 분분하거든요. 어떤 장면에 대한 해석이나 공간에 대한 해석이나 해석이 분분한데요. 독자들에게 어떤 정답을 내려주시는 것을 원하시진 않으시죠? 그러니까 해석들은 다 독자들 저마다에게 열린해석들을…
강 : 열린 해석의 극단을 마지막회라고 봐요. 뭐… 누구나 개운하게 끝내고 싶어해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개운한 엔딩은 결국 정서였거든요. 결국 독자에게 무엇이 남느냐가 엔딩이예요. 그러면 “됐다.” (지금 제가 하는 얘기는 이건 독자가 작가한테 하는 얘기가 아니라 캐릭터들한테 하는 얘기예요.) “너희들 참 용썼네. 젊은 시기에 니들 나름대로 치열하게 보냈구나. 다 그런 거지..” 이런 정도의 감정상태가 독자들로부터 나오면 그게 엔딩인 거지. 뭐 얘가 결국 범인이었습니다. 얘가 얘를 죽였습니다. 이런 정리된 엔딩이 모든 엔딩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끝’ 자도 일부러 싱겁게 달아놨어요.
대신 후반부부터 시각적인 설명. 조각난 하늘을 봤을 때라던가… (강)도영이 같은 경우는 나 아퍼, 정말 아퍼, 내가 얼마나 아픈지 자기는 알아? 내가 얼마나 아픈지 얘기해줄까?... 설명이 끝이 없어요. 사실 정보는 ‘아파’ 하나로 끝나는 것인데, 이것을 이해시키고 그 감정까지 확실히 전달하는 최고의 폭탄주를 먹이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 스토리를 접하면서 감정이입을 하고 공감할 때까지 묘사한다는 거죠.
그런데 저는 그 방법보다는… 작가마다 다른 방법인데… 조각난 하늘을 묘사하면서 그 조각난 하늘이 아파트가 어떤 수직적으로 보여야 하느냐 조각난 하늘 앵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하단부를 넉넉히 잡았어요. 넉넉히 잡고 약간 (손모양을 비틀어) 요렇게 잡았어요. 이게 뭐냐면 한없이 한없이 수직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이미지의 하늘이 점점 좁아지고 눌려가는 느낌으로 그렸거든요.
편안한 앵글로 보고 있으면 딱 요곳과 요곳 사이가 하늘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각도를 비틀어서 보면 한 없이 치고 올라가는 거대한 관짝 같아 보이는 거대한 덩어리에, 또 그림자를 등지고 있죠? 그 덩어리에 빛이 점점 쪼그라드는 그 느낌을 안타까움으로 묘사를 한 거예요. 이렇게 이야기를 통해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저의 불친절한 기질이 이 하나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어떤 느낌이시죠? 예 그 느낌 맞습니다.” 하면서 이렇게 넘겨가는 거죠.
예전엔 “감히 웹툰이!” 라는 말이 많았어요. “감히 웹툰이 어려워? 웹툰이 불친절해? 감히 웹툰이 (해석을) 열어놔?” 라는데 대해서 저는 “아니… 웹툰이기 이전에 만환데요.” 라고 항변하죠. 친절한 만화도 있고 열려있는 만화도 있고 해석이 분분해질 수도 있는데 사람들은 만화를 만화 자체로 안보고 “웹툰이 왜 이래” 라고 문제삼는 부분이 있길래 약간의 반발 심리가 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후반부는 좀 더 노골적으로 이미지들을 강조했죠.
그런 비판도 있었어요 “스토리를 빨리 진행시켜야 하는데 이미지가 너무 과잉이 아니냐”… 인정하죠. 그래도 후반부에는 이미지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들은 되도록 설명을 안했어요.
몹 : 저는 오히려 후반부로 가면서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 확실하게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더 편했습니다. 우선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것이기에 편안했는데… 초반부에서 캣츠비가 활동하는 네모안의 공간안의 캣츠비는 날백수고 굉장히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 네모칸 사이사이에서 캣츠비가 쏟아내는 대사들은 굉장히 현학적이고 어려워서 오히려 저는 이 초반부가 불편했습니다. 이 캣츠비의 현학적인 대사들이 머리에 오고… 이미지는 그냥 보고 판단하면 되는데요.
대사와 나레이션의 부조화...?
강 : 차이밍량 감독의 '애정만세' 엔딩장면에서 보면 여자가 갑자기 대로에 앉더니 카메라를 보고 한 없이 울기시작하거든요. 사람들은 상당히 당혹해 할 수 있는 시퀀스예요. 그렇게 엉엉 울면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요. 진짜 멋진 엔딩이죠. 옛날에 '브로드캐스팅 뉴스'에서 여자 주인공이 집에 귀가해서 잠들기 전에 베개를 무릎에 놓고 엎어져 소리내어 엉엉 울어야 개운하게 자는 것.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인데 엉엉 목 놓아 운다는 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애정만세의 시퀀스 같이 좀 캣츠비의 엔딩을 주고 싶었던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그렇겐 못하고 마지막 엔딩에 “씨급이죠…” 하고 보면 선이 나오잖아요. 거기서 대사가 몇 개 있는데. 사실은 선이 무표정하게 카메라를 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입맛을 다시다는 것으로 끝내고 싶었어요. 원안은 그랬는데 독자들은 창도 갖고 있고
방패도 갖고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차이밍량 영화 '애정만세' 처럼 대사 없이 끝내고 싶었던 엔딩
제 만화가 워낙 배경이 많아요. 일주일 동안 그릴 수 있는 배경량이야 뻔하고… 그래서 밤 새가면서 배경 그려서 업데이트를 했는데 대사가 하나도 없으면 독자들은 그래요. “어 왜 이렇게 만화가 짧아?” 한 장면에서 대사가 너저분하게 많으면 또 “어 너무 길게 그리셨어요.” 라고 해요. 결국 독자들이 포만감을 느끼는 부분은 텍스트 부분이에요.
특히 미장센 한 장면에 담길 수 있는 정보라거나 기호들이 꾹꾹 눌러담겨져 있는 방법을 취한 작품일수록 독자들의 반응은 “뭐야 이거?” 이런 반응이 나오거든요. 미장센에서 기본적으로 롱테이크를 쓰잖아요. 그런데 ‘뭐야 이거’ 이런 반응만 나오면 작가가 소위 만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시각적 미학들을 누가 실험하겠어요. 다들 학습만화 그리는 게 낫지. 적당한 그림과 적당한 문자 텍스트가 조합되길 원하지, 누가 감히… (웃음) 그런 부분에서 소위 말하는 독자의 눈높이… 지금의 독자죠? 앞으로 숙성될 아니면 새로 탄생될 독자가 아닌… 최소한 지금 웹만화라고 인지하고 벌써 작품을 보고 있는 그(독자)들과의 싸움이 있었어요.
펜 : 강도영씨의 경우 벌써 영화사와 네 작품을 계약했고, 강도하씨도 이제 캣츠비를 계약하셨고… 만화가 영상매체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 : 모 인터뷰에서 얘기하긴 했는데… (넘어간 이후론) 제게(내 것이) 아니예요.
펜 : 점점 영화판에서도 검증된 컨텐츠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만화에 주목하고 입도선매로 안 만들더라도 먼저 확보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만화계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세요 부정적으로 생각하세요?
강 :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것마저 없으면 지금 만화계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지금 영화에 대한 관심은 최소한 DVD를 사건 비디오를 사건 극장에서 영화를 보건 최소한 극장에서 영화를 보게 만드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요.
그런데 만화는 단행본 보기 이전에 연재본을 봐야지, 단행본의 비닐포장을 뜯을 권한을 갖는 거예요. 그런데 연재매체가 다 죽어있는 상황에서 만화책 보려고 서점에 간들, 인지가 되어있지 않은 만화를 겉표지만 보고 살 수는 없어요. 그러면 만화에 대해서 만화라는 컨텐츠에 대한 전반과정이 완전히 없다는 거예요. 연재 중간에도 비평이나 홍보를 할 수 있는데…
현재는 단행본이 나온 뒤에야 그 단행본을 팔아야할 의무가 있는 출판사의 주도하에 비평을 빙자한 보도자료가 나올 뿐이지 만화가 생산적으로 소통될 수 있는 곳이 아무 곳도 없는 거죠. 만화가 끝나기 전에 판권이 팔리던 그 자체를 바라보기 전에 현재 만화 상황에서 보면 솔직히 ‘그 자체라도 고맙네’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소한 이런 작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릴 수 있구나 뭐 그렇게 생각하고, 어차피 언어가 다른 장르니까요. 뭘 만들던 간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거예요.
펜 : 걱정되는 것이 캣츠비의 경우 미장센을 살리는 방법으로 제작할 수 있겠지만 강풀씨의 경우 걱정되는 게 작가분도 말씀하셨지만 자신의 주종목은 만화가 아니라 스토리다. 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렇게 되면 강풀씨 만화는 콘티 만화에 그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강 : 어느 회사나 최대 관심사는 조회수가 얼마나 되고 판매량이 얼마나 되느냐거든요. 근데 그네들은 물론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체로 조회수나 판매량이 매표수와 연결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프로듀서와 감독과의 기싸움에서 누가 이기느냐의 결과라고 봐요. 감독은 자기만의 언어가 있겠고 프로듀서는 표를 예상할테고 거기서 컨텐츠를 서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싸움일 텐데, 그 부분에 작가가 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봐요. 작가는 일단 손을 떠나서 그냥 잘해보슈 이렇게 하면 되요.
몹 : 이번 영화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강 : 예. 실사구요. 이미 (관계자분들) 만났어요. 엔딩 나오면 만나자고 했었는데... 그 전까지는 관심가진 감독들이 좀 있었는데 영화관계자들이 “이상하게 캣츠비는 엔딩이 참 중요하네.” 라고 다들 그러데요. 그래서 엔딩 난 다음에 감독을 정해보자는 얘기가 나왔고 다음 주에 아마 만나서 감독 및 배우 설정 이 들어가것 같아요. 근데 제가 원하는 건 순진하게도 감독 누가 한대더라, 배우 누가 한대더라 해서 기사 나오면 단행본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웃음)
펜 : 옛날 김혜린 비천무때 캐스팅 때문에 난리 났었는데 그렇게 이슈되지 않을까요?
강 : 우리 나라의 경우 긍정의 문화죠? 메이저는 긍정이예요. 캣츠비가 메이저에 낄 수가 있느냐… 낄 수 없는 태생을 갖고 있다고 봐요. 우울하죠. 밝음의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도영이의 '아파트'도 판매량 저조하고… '순정만화'가 제일 좋죠. '바보'도 그쪽 계열이고 '타이밍'은 아파트 계열이고… 그 밝음의 문화, 긍정에도 우울이 조금도 들어가면 안되요. 완벽하게 긍정이어야 해요. '광수생각'처럼 이데올로기도 없고…
쉽게 말해 ‘좋은생각’이라는 잡지는 각 병원에 다 있고 군대에 있고 긍정의 문화가 메이저일 수밖에 없어요. 갯츠비를 시작할 때 처음 '언더, 인디, 실험' 그 그늘이 앞으로 작품 생활에 플러스가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 자꾸 옭아맨다는 느낌, 나는 뭔가 할 이야기가 많은데 말이죠. 그런데 외부에선 뭔가 작가에게 붙여줄 아이콘이 필요한 거예요. 너는 이 만화의 작가 너는 이런 작가… 이희재 선생님도 뭐 여러 가지 안하고 싶으시겠어요? 그런데 외부에서 자꾸 리얼리즘 작가라고 못을 박아버리니 다른 걸 못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작가를 명명한다는 것이라는 그 폭력에 조심스럽고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건 명랑만화였어요. 지금도 로보트 만화를 기획하고 있고… 황당 로보트 만환데… 가장 긍정의 문화를 선보여서 저도 실은 그런 사람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처음 캣츠비를 기획했을 때는 요만한 사이즈였어요. 인체비율도 거의 SD 급이었고. 1,2,3화까지 보시면 아시겠지만 색깔도 지금은 매우 복잡하지만 초반엔 단색으로 단순하고… 처음에는 정말 홀가분하게 시작했던 거예요. 니들 생각하는 웹툰을 나도 보여주마 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제가 어디 가겠어요. (웃음)
초반부
중반부
후반부... 점점 커지는 인물 비례
이야기가 점점 꼬여가면서 등신대가 늘어나 5등신, 6등신 지금은 7등신까지 됐는데… 중간 중간 소위 말하는 실험도 들어갔고… 작가가 얼마나 욕심을 조절하지 않았는지를 볼 수 있는 작품이죠.
몹 : 아무래도 소설 위대한 개츠비와 제목이 비슷한데 어떤 연관관계라도…
소설 '위대한 개츠비'
강 : 전혀없어요. 이 얘기는 다른 매체에서도 한 얘긴데 미디어몹에서 조금 디테일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가장 위대하지 않은 놈인데 이런 녀석을 가장 극적인 표현으로 붙일 수 있는 이름이 뭐가 있을까 그 생각을 작품 초기에 하다가 화장실에 들어가 면도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르려는데 개츠비 화장품이 있는 거예요. (일동 웃음)
화장품 '개츠비'
가만있어봐~ 저 G를 C로 바꾸면 어떨까. 캣… 캣… 오호라~ ‘Cat is 비’ 비라는 이름의 고양이구나. 위대한 캣츠비? 가만 있어봐 이름 참 벅차다. 얼마나 위대한 일을 했길래? 소설도 영화도 안 본 상황에서 좋다, 이거 말이 된다. 이렇게 (웃음)
펜 : 18년 작품생활 하시면서 이렇게 주목을 받으신 적이 없었는데 이제 제도권 안에 편입되셨다고 생각하십니까?
강 : 저 초기에 주목 많이 받았어요 (웃음)
펜 : 초기에 주목은 받으셨어도 단행본이 별로 안나왔잖아요. (웃음)
강 : 단행본은 그랬지만 초기에만 해도 제가 한국 명랑만화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았어요. 대학시절이었는데 아기공룡둘리가 전성기였고 김수정 선생님이 일선에서 펜을 놓으실 때 김진태 씨하고 얼마 없었어요. 명랑만화를 이어받을 사람이… 그때 사석에서 나온 얘기가 “명랑만화엔 성수(강도하라는 필명으로 바꾸기 전 본명)가 있잖아!” 였거든요. 그렇게 나름대로 격려도 받고… 그런데 갑자기 언더그라운드 인디 만화를 하겠다니 그분들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겠어요.
그러니까 그때는 언더 막 시작할 즈음이었고 요즘 ‘낸시랭’ 처럼 웬만한 문화잡지에는 다 나왔으니까. 그때 제가 좀 착각했죠. “야 대단한 일 내가 하는구나…” 그런데 그건 아니었고…
아! 제도권 말씀하셨죠. 그 제도권이란 게 한국의 큰 덩어리의 제도권인가요? 만화 제도권인가요? 만화제도권이라면… 우리 나라에 지금 만화 제도권이란 게 없어요. 예를 들어, 만화가 현재 철저하게 대중문화가 아니잖아요. 예전엔 만화방에 죽돌이 죽순이가 살았잖아요. '외인구단' 같은 만화는 전국을 들끓게 했고… 그때는 만화가 대중문화였어요. 시간나면 사람들이 만화방에 갔었고… 그런데 지금은 시간나면 영화를 보잖아요. PDA로 보건, CD로 보건, 극장에서 보건, 온 세상이 영화예요.
그렇게 영화는 누가 봐도 대중문화인데 만화는… 비닐포장을 뜯어 만화책을 사는 모험을 감행하는 사람들은 매니아들이지 대중이라고 보기 힘들어요. 만화는 즉 매니아 문화에요. 만화는 대중문화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순간 바닥치기를 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런 매니아 문화 중에서 소위 주목받는 작품을 했다고 해서 그게 뭐… 아무 것도 없어요.
순정만화의 경우 박희정이네, 강경옥이네 하는 작가분들은 독자들이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믿고 본다는 말이죠. 그런데 남자독자들은 절대 그런 거 없어요. 재미없으면 “내가 니꺼 왜봐.” 이래요. 남자들은 작가까지 사랑하는 문화가 없어요. 작품이 아니다 싶으면 완전 돌아서서 개취급해요. ‘너 왜 이러니?’ 이러면서. 그런데 순정만화는 독자들이 응원을 한단 말이예요.
그런데 요즘 순정만화도 남자만화처럼 되고 있어요. 천계영씨, 최근 신작 몇 권 나왔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한 때는 만화계를 이끌어갈 인물로 주목 받았는데… 이제는 만화에서 작가 이름도 의미가 없고 연재하는 매체도 의미가 없어졌어요. 옛날에는 메이저 출판사들의 만화잡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독자들이 보지도 않고…
그러니까 지금은 작가가 친정이라고 생각하는 공간이 없어져버린 거예요. 좋게 말해 홀로서기 라고는 하지만 고아가 된 거예요. 다 각개전투로 독자가 있는 곳으로 뛰어들어가 싸워야 되요. “야 나 신작이야 좀 봐줘” 이렇게 말이죠.
온라인에서 시작한 작가들의 특징은 일단 친근함이 무기예요. 만화를 내 놓은 다음에 독자들과 친해지는 것이 아니라 만화와 동시에 말을 거는 친구들이예요. 이런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과 어쩌다 마감할 때 “애독자 카드나 좀 볼까?” 하는 오프라인 작가들과는 차이가 좀 있어요. 독자들과 장난치면서 서로 답변도 하는 작가들과 오프라인에서 연재하는 작가들의 갭 때문에 온라인에 오프라인 작가들이 못들어가는 상황이예요.
첫번째는 원고료 정책이 안 되어 있는데 내가 왜 들어가느냐. 또 가봤자 찌질이들한테 공격받는데 내가 왜 들어가느냐 그리고 기자들이 와서 라면도 끓여주고 서포팅 해주던 문화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칼같이 자기가 업데이트 해야 하는 문화를 견디지 못하는 거에요.
오프라인의 경우 독자들이 출판사를 욕했거든요. 작가는 보호를 받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업데이트하는 사람들이 만화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예요. 그러다 보니까 더더욱 오프라인작가들은 더 끼어들 틈이 없는거예요. 왜 실력있는 작가들이 없겠어요.
저한테 전화와요. 웹 만화 어떻게 해야 하느냐구요. 그냥 하던대로 하라고… 제가 잘 그려서가 아니라 그림 잘그리는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몹 : 위대한 캣츠비의 주인공들이 동물들인데요. 아트 슈피겔만의 쥐 같은 경우는 유태인은 쥐, 독일인들은 고양이, 이렇게 표현했는데 캣츠비 캐릭터들에게 동물성을 부여한게 의미가 있으신지?
아트 슈피겔만의 '쥐'
강 : 슈피겔만도 그랬겠지만 미키마우스 보면 어떤 생각드세요? 도날드 덕 보면… 도날덕 보면 성질괄괄한 남자구나, 미키마우스는 순동이고, 세상 무난하게 산다, 플루토는 너는 왜 미키마우스 밑에 있는지 모르겠다... (웃음) 보편화시키는 과정이에요. 동물로 표현한다는 것은.
캣츠비를 예를 들어 붉은 머리에 콧날 좀 세우고 눈썹 진하게 하면 혹은 지적으로 보이게 안경을 쓰면 이렇게 꾸민 백수라면… 감정이 이입 안 되죠. 그러면 이건 안경 쓰고 붉은 머리에 콧날 갸름한 남자이야기가 되요. 그게 아니라 미키마우스처럼 누가 봐도 “나 같네.” 하운두 보면 “아 나한테도 이런 친구 있었어. 이 친구 꼭 그 친구 같애.” 이렇게 감정이입을 시킬 수 있는 극단적인 시각화잖아요. 각 동물들의 속성을 표면화하는 거죠. 각 캐릭터들을 표현화하는 데 있어서 특정한 인물로 보이는 것을, 한정지어지는 것을 막고자 보편화시키는 거예요. 누구나 감정이입을 시킬 수 있도록.
몹 : 3부 8화 마지막에 ‘위대한 캣츠비’는 상징과 은유, 연출을 통해 사랑이야기를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일부 장면의 상징적 텍스트, 성적 은유는 사랑의 환희와 그림자를 표현하기 위한 만화적 장치일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글을 집어넣으셨는데요. 독자들로 하여금 무엇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런 글을 집어넣으신 건가요?
3부 8화 마지막에 첨부된 글
강 : 제가 쓴 게 아닙니다. 그것 때문에 창피해서… 해명을 하고 싶었는데 '미디어다음' 쪽 분들 체면도 있고 해서… 그때 왜 그랬냐면요 미디어다음 기존 독자들의 텃세일 수도 있고, 엠파스 작품들이 갑자기 나타나니까. 이게 뭐야 이런 게 왜 있어, ‘왜 19금이라도 표시하지 않았나요’ 하고 엄청나게 공격을 했어요. "미디어다음 뭐하는 곳이야!" 이러고…
그러니까 미디어다음측에서 너무 시달려서 저한테 글 좀 써달라고 요청을 한 거죠. 그래서 제 말투로 제가 글을 쓰면서, 어떤 독자한테는 ‘작가 또 현학적으로 노네’ 이런 반응이 나올 정도로 짧게 썼어요.
뭐 “만화의 미학이라는 건…” 이렇게 썼는데 (웃음) 관계자가 원하는 건 이런 소동을 잠재울수 있는 거였는데 제 글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만화는 그렇게 보는 게 아니란다 쪽의 글이었기 때문에 관리자 분 중 한 분이 써서 올린 거예요. 누군 내가 썼다고 하는데 그 글을 보니까 마음이 울렁울렁한 거예요. 글이 문광부에서 쓴 듯한 글이어서. 그런데 효과가 있던 게 이 글 뒤로는 좀 잠잠해지더라구요. (웃음)
몹 : 첫장면에서 페르수가 캣츠비를 떠날 때, '참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오잖아요. 저렇게 현실적인 여자가… 물론 페르수도 그동안 극적인 경험들을 했을 텐데 대부분 캣츠비는 하운두를 통해서 전해 듣긴 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페르수가 다시 돌아온 것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 : 그게 작가쪽에서 준비한 말이 많아요. 제일 시달렸던 부분이 마지막 회였어요. 독자들이 다 알아버린 상태니까… 다들 창작자가 된 거예요. “이제는 이걸 알려주시겠죠. 아마? 요 상황은 빼먹으셨네요. 요건 설명해주셔야죠?” 이런 것들이 저에겐 너무 고문이었어요. 아마 그렇게 되면 마지막 회는 몇 부로 나눠 그렸어야 할 꺼예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까 애정만세 얘기했지만 오히려 진짜 홍상수가 즐겨쓰는 방법인데 갑자기 난데없이 신문지를 깔고 창문 연다거나 그런 거 많죠. 각 작품마다 홍상수식 시퀀스가 있어요. 저는 시퀀스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한숨) 독자들이 말하는 현실성과 내가 말하는 현실성의 갭이 있구나, 그런데 저는 그 갭에 있어서는 독자들이 이겼다고 봐요.
설명을 해주길 기대하는 부분이 많아졌다는 것은 작가가 설명을 해서 어차피 그들은 여러 가지 해석들을 만들어 냈다는 거죠… 심지어 '캣츠비에 대한 해석'이라는 제목의 글들도 웹사이트에 돌아다녀요. 취미가 되어버렸는데.. 매일 매일 '캣츠비'를 검색해서 블로그의 글들을 읽는 재미에 빠져들었어요. 그들의 다양한 해석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저는 반대로 생각하기를, 자신감을 얻은 거죠.
그러니까 제가 생각했던 부분은 그런 거예요. 얘가 왜 갑자기 앉아서 울음을 터트릴까? 바보처럼. 그러니까 갑자기 맨날 담배가게에 슬리퍼 신고 편한 복장으로 갔던 내가 마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어쩌다 보니 갑자기 양말도 꺼내 신고 운동화끈도 매고 다시 와서 운동화 끈 풀고 양말도 벗고 다시 담배를 펴요.
그럼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 하죠. “왜 그랬어? 나 이해 안가거든? 바로 앞 코앞의 가겐데 왜 그랬어?” 저는 작품을 알고 있어요. 작품을 만든 사람이기에 페르수 심정도 알고 하운두 심정도 알고 다 알아요. 작품에 표현하지 못해 담지 못한 글도 많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은 처음에 캣츠비를 떠날 때의 페르수 심정으로 돌아가보자 구요. 저는 알고 있어요. 하운두가 아주 악마적이지도 나쁜 놈이 아니라고 믿고 있어요. 하운두가 자기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을 뿐이고 그것과 동시에 서툼과 세련됨의 경계에 섰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이 하운두 녀석이 캣츠비를 이용해먹기만 한 것이냐 그건 아니예요. 하운두가 보였던 행동, 그건 독자들 중에는 위선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위선 아니예요. 그건 진심이예요.
그럼 독자들은 또 그래요 “어?! 그건 현실성이 없네? 아니 이건 너무 잔인한 거 아냐? 캣츠비한테는 이러면서 페르수한텐 이랬단 말야? 그리고 또 몽부인 이야기를 캣츠비한테 했다는 거야? 에이 작가 책임지슈!”
저는 이런 반응에 굉장히 당혹스러웠는데 또 각 블로그들은 자기 나름대로 해석들을 해요. 그 해석들의 키(key)는 뭐냐면은 “나는 이해하거든 진정.” 이라는 거예요. 참 표현하기가 힘든 부분인데 그부분들이… 제가 자신있게 이야기하자면 저는 이해가 되요.
때로는 생략한 부분도 있고 독자들 마다 자의적으로 해석한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들은 독자들이 정확하게 해석한 부분도 있어요. 그런데 그 키는 보여지는 글과 상황으로 작품을 해석한 것이 아니라 ‘그럴수도 있지’ 라는 반응을 보인 독자는 아까 담배가게 이야기에서 예를 든 그런 정서를 그 독자만큼은 알고 있다는 거예요.
이 캣츠비가 어려운 것은 놀이터에서 우는 목마가 우는 초현실적인 이미지라거나 캣츠비가 꿈에서 굴다리 표지판에서 '선'이 점프해서 위로 올라갔느냐 내려갔느냐 모호하게 처리한 것은 나중에 '선이 죽었습니다' 아니면 '선은 가상의 인물입니다' '땅에 내려왔다면 선이 다시 돌아오겠군요'… 이 판단을 기대한 게 아니라 그냥 모호한 상태로 처리했기 때문인 거예요. 선이 점프를 딱 한 순간 어떻게 된지 모르는 거죠. 위로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
열린해석을 허용한 시퀀스
그러니까 단순히 프랑스 한국 몇몇 열린영화들의 ‘해석에 대한 열어놓기’, ‘설명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 대한 남겨두기’ 혹은 ‘카메라 워크를 의도적으로 현실적으로 카메라의 존재를 느끼게 해서 이건 영홥니다라는 걸 느끼게 해서 관객들이 현실감을 잃지 않게 만들기’와 같은 여러가지 방법들이 (캣츠비에) 다 혼용되어 있어요.
의도적으로 만화임을 강조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현실성을 주기 위해 현실에서 쓰는 구어체들을 하운두를 통해 쏟아냄으로써 지독하게 소소한 현실성을 주다가 아까도 말씀하셨던 컷과 컷 사이에서의 나레이션에서는 철저하게 바깥으로 내뱉는 말은 일상적인 구어체지만 내면 속의 말은 비일상적인 문어체를 또 구사를 해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조직화된… 거기다가 캣츠비가, 예를 들어서 선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럴 때는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대화에는 지금 대화의 상념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전에 상념이 존재해요. 이 얘길 하면서 머리 속에서 상념은 그 전전 어제의 상념이 계속 울릴 수가 있어요. 그러면 시간도 파괴되고 어긋나는 거예요.
그러면 독자들은 어떤 혼동에 빠지게 되냐면 상황이 나레이션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상황과 맞지 않는 나레이션이거든요? 일부러 시간과 어긋나게 배치를 해요. 그래서 여기 들어가는 나레이션을 따로 추려서 보면 이건 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알수 있죠. “왜 당신은 만화를 쉽게 표현해야지 쉬운 만화마저도 어렵게 꼬아버릴 수 있는 장치를 줍니까”
그러니까 이 부분에서 제가 생각하는 현실과 독자들이 생각하는 현실이 다른 거예요. 독자들이 생각하는 만화에서 기대하는 현실은 이런 구성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건 만화적인 현실이 아니라 그냥 우리들이 사는 현실이예요. 갑자기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그런 것을 실험한 거죠.
펜 : 지면을 통해서 영화를 찍으신 게 아닌가요?
강 : 영화라기보단 기록을 한 거죠. 오히려 전 좀 더 사적인 걸 기록한 것 같아요.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소재를 끄집어 와서 사적인 취향과 사적인 경험과 구성을 한번 해본 게 아닌가…
펜 : 기존에 나온 청춘의 기록이라고 보기에는 과감하게 현학적이고 과감하게 이미지를 너무 많이 사용하신 게 아닌지
몹 : 영화보다는 만화가 표현에 있어서는 자유로운 측면이 있잖아요.
강 : 좀 더 자유로움이 있죠. 오히려 더. 그리고 작가와 더 붙어있어요. 돌에다가 글자 새기는 것처럼 박혀버리죠. 제가 의도했던 것의 흔적으로 다 남아버릴 수밖에 없어요. 영화하는 분들하고 얘기할 때 제가 주장하는 바보 같은 얘기가 “만화가 제일 어려워!” 인데요. 이 말도 안되는 발언에 다행히 동의들을 해주시죠.
몹 : 혼자 감독하고 여러 스텝 역할을 다 하셔야 하는데 그에 따른 애로사항이 있으신지
강 : 어느 순간 배경 한 컷을 12시간 그리고 있어요 미친 짓이죠. 그러다보면 지금 내가 어느 회에 어느 배경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까먹게 되고 그 그림을 그리는 정성에 작품 전체의 리듬이 실종된다는 거죠. 소위 말해서 캣츠비 같은 작품을 할 때면 맨날 일어서야 되요. 그림 하나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요. 그걸 놓치면… 힘들죠.
만화로 배설하지 마라 이런 예길 하죠. 독자들이. 만화는 배설창구가 아니라 소통창구라고 하는데 소통을 했어요. 그러니까 독자들이 고맙다고 하고 그러죠. 그런데 배설하지 말라고 하는데 동의를 못하는 게 영화를 하든, 만화를 하든, 연기를 하든 배설이 없을 수가 있나요? 그럼 학습만화를 보든가... (웃음)
펜 : 학습만화도 어려워요.
강 : 학습만화를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정해진 그림정보와 문자정보를 옮기는 게 최우선이잖아요. 그것을 놓쳐버리고서는 거기서는 사적인 대사들이 있을 수가 없어요.
몹 : 한 명의 독자로서 드리는 좀 어리석은 질문인데요. 하운두가 이야기하는 몽부인의 남편은 가상인물인가요? 실제인물인가요? 실제인물이라면 페르수의 남편 부루독같기도 한데…
강 : 영화 오아시스 보면은 문소리가 깨진 유리에 들어오는 빛이 문소리 눈에는 빛이 움직이다가 나중엔 하얀 꽃으로 바뀌는 장면이 있어요. 그걸 보면 어떤 사람들은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저런 빛이 들어올 수 있어, 각도상 저렇게 빛이 들어올수가 없네 라고 분석해들어가서 치명적인 오류를 지적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어차피 하운두가 거짓말 한 거에요. 거짓말 한 그 범위 안에서 현실적으로 대입해보면 몽부인이 페르수인 건 다 아니까 몽부인의 남편이 부루독이겠구나 라고 연관짓는 것도 저는 허용해요. 맞다고 봐요. 아니면 어차피 거짓이니까 알리바이를 맞추기 위한 구색이었구나 그것도 용인해요.
그러니까 뭐냐면 실제로 봐주길 원하는 건, 아 청춘이 뭐지? 잃을 게 없었던 청춘의 이 시기에 들어가서 할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데… 지엽적인 것에서 이건 말이 되는데 안되는데 그렇게 따지자면 그 비밀의 방은 방 구조상 어디였지까지 들어가요. (웃음) 그러니까 그 독자들의 궁금증이라는 게 어떨 때는 너무 답답해요. 아 이것을 설명해야 하는 것인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요.
몹 : 그런 잘못된 독해들을 통해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거든요.
강 : 그게 좋은 거 같아요. 하나의 컨텐츠가 나오고 독자들끼리 재생산해내는 것이… 물론 소일거리지만 보기 좋은 것 같아요.
몹 : 그것을 통해서 패러디를 만드는 사람도 있고.
강 : 예 맞아요. 디시인사이드 가보면 제 그림 변천사를 올려놓은 사람도 있고… 초반부엔 명랑만화 캐릭터였다가… 제가봐도 너무 민망하더라구요. 뭐 슬램덩크작가 다케히코 이노우에도 1권은 보기 싫을 거예요. 어쩔 수가 없어요.
몹 : 담배를 무척 많이 피우시는데 어느 정도 피우세요?
강 : 하루에 두 갑? 한 갑 반? 작품 끝난 뒤에 많이 줄어들고 있어요. 작품할 때 의자에만 앉아있으니까… 군것질도 안하고, 술도 안마시고, 식사도 하루에 두 끼 정도 하루에 두 시간씩 자고 일을 하는데, 그러니까 유일하게 즐기는 게 담배죠. TV도 못보고… 지금 세상에 드라마 하는 게 뭔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세상과 완전히 담을 쌓은 거예요. 티비를 어떻게 보냐면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백분토론' 그것들을 보지 않고 들어요. 그래서 유일하게 나를 파괴하면서 즐길 수 있는 쾌락은 담배밖에 없어요. 아마 내년 오기 전에 끊을 거예요.
몹 : 작업에 지장있지 않을까요? 끊었다가도 작업을 하게 되면 다시 피우게 되는 경우가 있을 텐데요.
강 : 저는 부부싸움하다가 다시 피우게 된 케이스인데요. 저는 싸움은 적당한 싸움이 없다고 생각해요. 싸움하는 상대와 끝장을 보지 않으면 싸움이 아녜요.
그런데 한 육개월 동안 담배를 안 피운 적이 있었어요. 그냥 녹차마시고 껌씹어도 괜찮았었는데 부부싸움 한 번 하니까 내가 오늘 이사람과 끝장을 볼까 담배를 피울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피우게 됐죠.
몹 : 저번 인터뷰에서 펜더님께서 작품이 너무 밝아 배신 같다는 말에 답변하시길 “강 (씩, 묘한 웃음) : 트릭이죠. 이것도 비밀인데, 3부 넘어가면서 4부부터는...내손에 장을 지지는데, 식스센스, 유주얼 서스펙트 같은...그 이상의 반전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라고 하셨는데…
강 : 아니~ (웃음 반 힐난 반) 그 인터뷰 때문에 저 애먹은 거 아시죠? 인터넷 여기저기에 ‘아 작가가 식스센스 같은 반전 준비한데~’이런 말이 그 인터뷰 때부터 시작한 거예요.
몹 : 저는 그런 어렴풋한 정보를 알고 봤지만 굉장히 재밌게 봤구요. 당시 “첫컷부터 다시 봐야지. 두 친구를 이 세상 최악의 추악한 존재로 보실 거예요.” 라고 하셨는데 그때의 의도가 현재 드러난 엔딩이나 독자들의 반응들과 부합을 하는지요?
강 : 추악한 건 아니었어요. 추악하다고 말씀드렸던 건 (인터뷰할 당시) 그 백수 둘이 너무 알콩달콩사는 모습이 너무 긍정적으로 비춰지는 즈음에 그게 아닌데.. 라는 반박으로 “사실은 추악한 거예요.” 라고 말한 발언이 글자로 정리되다보니까 엔딩에서 굉장히 추악한 것 처럼 보일 수 있는데, 사실은 제가 원한 건 추악한 것보다는… 캣츠비와 하운두가 마치 신혼부부처럼 알콩달콩 살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그게 그런 모습이 아니니까, 참… 아픈 존재죠.
그래서 그걸 밝음의 반대 개념으로 추악하다고 말한 것이지 엔딩까지 추악하게 그리지는 않았아요. 제가 원했던 것은 다들 이유있고 악인이 없게 만들고 싶었어요 악인은 젊다는게 악인이지, 젊음 자체가 저지를 수 있는 우발적 실수들, 통제가 안되는 욕망을 담고 있는 젊음이라는 것이 바로 주인공이예요. 눈에는 안 보이지만.
하운두는 페르수를, 페르수는 캣츠비를 사랑했죠. 캣츠비도 페르수를 사랑했죠. 그런데 사랑해서는 안될 강을 1회서부터 건너버렸던 상태였죠. 그 치유과정이 지루하게 있었죠 그리고 그 치유과정에 '선'이 있었구요.
펜 : 선 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차기작 제목이 '선'… 이라고
강 : 예 ‘아름다운 선’
펜 : 그 ‘선’ 이 그 ‘선’입니까?
강 : 예…
몹 : 많은 독자들이 선 때문에 아쉬워하는데…
강 : '아름다운 선' 은 선이 얼마나 아름다운 여자인지를 보여주는 거예요. 그 '선'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캣츠비에 이은 '청춘 삼부작' 중 하나입니다.
몹 : 이제 위대한 캣츠비가 끝나셨는데... 좀 쌩뚱맞은 질문이지만... 캣츠비는 위대했나요?
강 : 음... 전 위대한 거 같아요. 쉬운 결정도 아닌 것 같고… 결정의 어렵고 쉽고를 떠나서… 진짜 젊은 친구인 것 같아요. 애어른이 아니라…
몹 :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런 결정을 못할 것 같은데…
강 : 며칠 전 신문 인터뷰(한국일보 인터뷰)에서도 웜(warm)이란 단어를 언급했잖아요. “요즘 젊은이들은 다 쿨한데… 캣츠비는 외적으로 볼 때는 쿨한 것 같으면서도 안으로는 웜하지 않느냐” 라는 질문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나도 젊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 쿨하지 않다고, 다만 어떤 게 쿨한지 아는 세대일 뿐이지 쿨한 세대는 아니”라고 대답했어요. 지금부터 태어날 세대가 쿨한 세대죠.
달변에 제스쳐도 다채로운 강도하 작가
어떤 행위나 사고방식이 쿨한지 그 전 세대 사람들은 몰랐는데 이제는 아는 것 뿐이지… 강도하가 하는 작품들은 모두 웜(warm)한 거다. 갖고 있는 감정들은 웜이다. 쿨한 게 뭔지 알 뿐이지 절대 쿨한 세대 아니다. 이런 사람들이 순정만화의 판매수를 올리고 이런 사람들이 캣츠비를 보면서 ‘내 얘기예요.’ 이러는 것이죠. 캣츠비에 대한 독자들의 열광이 하운두 때문은 아니니까요…
아마 이제 태어나는 세대들은 쿨한 세대일 거예요. 그래서 차기작들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는 ‘큐브릭’이라는 작품은 진짜 쿨한 게 뭔지 보여주는 애들의 이야기가 될 거예요.
몹 : 직접 그리신 캐릭터(캣츠비)가 본인과 닮은 것 같은데요. 직접 그리는 작가로서는 어떤 느낌인가요?
강 : 사람들이 '아 이거 작가 경험담이구나' 라는 얘기 할 때 많아요~ 그럴 때 저는 치고 빠지는게, 사기꾼 얘기는 사기꾼만 하는 거 아니고, 살인 이야기는 살인한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듯이 뭐 좀 리얼하다 좀 통한다싶으면 이거 작가 경험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중요한 것은 제 속에 다 있다는 거죠. 그건 부정할 수 없어요.
제 안에는 전형적인 맨도 있고 보수 진보 개혁보수 중도보수 등 별개 다 있어요. 식사를 할 때는 굉장히 보수적이예요. 아버지께서 숫가락 들기 전엔 식사 안돼, 자세 똑바로 해. 이렇게 보수적일 수가 없어요. 그리고 밖에 나가서는 뭐 쾌속좌파죠. 또 만화적인 면에서는 실험적이고…
제 속에는 여린 소녀의감성도 있어요 좀 징그럽지만. 그리고 몽부인 남편으로 나오는 능글능글한 악마기질도 있고... 다 있죠. 그게 다 사람의 욕망인 것 같아요. 난 이런 사람이야라는… 소위 말하는 설정 있잖아요. 그렇게 이미지 메이킹을 하면서 나머지 감정들은 짓눌러 버리는데… 괴롭죠.
강도하 작가 안의 수많은 캐릭터들?
그런데 만화가들에게는 딱 한 가지, 만화할 때 각 캐릭터들이 열 명이나 스무 명이 있으면 그 캐릭터들을 원활하게 끄집어내는 것. 그것만큼은 저는 편한 편이예요. 숨기진 않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각 캐릭터의 설득력이 떨어지니까… 그것 때문에 작가의 개인경험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곤 하죠.
모든 작가는 자기 얘기를 쓴다고들 해요. 그런데 프로들은 자기 얘기 안하거든요. 자기 얘기만 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어떤 친구는 여전히 자기 얘기만 하고 있어요. 그것은 한계가 있죠. 물론 자기 경험담이 작가의 작품 목록쪽에서 초반에서는 봐줄 수 있는 타이틀이지만 다음 타이틀에서 다른 것을 시도해서 터트리지 않으면 곤란하죠.
한 인터뷰에서, '슈퍼 신인등장' 이라는 글을 어떤 독자 블로그에서 읽고 나서 기분 나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저는 “너무 기뻐서 좋아서 날뛰었다… 신인이라는 말을 아무한테나 갖다붙이는 게 아니다. 신선하기 때문에 신인이라고 불러주는 것이다” 라고 대답했어요. 중요한 것은 내놓는 작품마다 신인대접 받는다는 거죠. 제가 아직까지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되는 거니까. 제 욕심은 그거예요. “그 작품 봤어?그 작가 누구야?”라는 반응을 계속 이끌어 내고 싶어요.
몹 일동 :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계속해서 신선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차기작 '아름다운 선'도 기대하겠습니다.
강 : 수고하셨습니다.
* 강도하 작가의 거실에 장식장에 있는 액션피겨들. 12인치 피겨 중 가장 맘에 드는 캐릭터는 '헬레이저'의 '핀헤드'.
※ 위대한 캣츠비 보러 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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