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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을 먹기 시작한 건 실로 10년이 되지 않는 듯하다. 어려서부터 고기란 것을 잘 먹지 못한 탓이 큰 데다, 지금 먹는 고기란 것들도 죄다 술먹고 배운지라, 기름진 고기가 있으면 으레 술이 따라 오기 마련이다. 또 술 안주에 고기 만한 것도 없을 듯 싶다. 특히 소주가 쵝오!
족발로 유명한 동네나 가게를 몇군데 가보았다. 처음 기억나는 것은 장충동. 족발집이 모여있기로 유명하고 요즘식의 족발이 최초로 나온 곳으로 알려져 있다. 언날인가. 마당놀이 공짜표가 생겨 친구 부부와 장충체육관을 갔다가 늘어서있는 줄에 기겁을 해 관람을 포기하고, 에따 그 유명하다는 족발이나 먹고가자해서 가게 되었다. 겨우 살만 발라먹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다소 퍽퍽했던 것 같다.
이후로 친구들과 족발집을 다닌 일은 없는 것 같다. 족발을 좋아하거나 하질 않은데다 찾는 친구도 없더라. 그러던 중 만화책 만드는 걸 업으로 삼고 있는 친구한 녀석이 족발을 잘 먹었는데 자기 아버님이 자주 다니시던 족발집이라며 신용산역 부근에 있는 '용호족발(사진 아래)'이란 곳을 가끔 데리고 갔다. 그집은 얇게 편육을 내어 먹기가 수월했고, 한약을 같이 넣어 잡내가 별로 없고 향이 좋았다. 그러면서 가끔 족발이 생각났다.
나이가 들면서 가끔은 입보다도 몸이 먼저 부르는 경우가 생겼다. 내 기분인지는 모르지만 그랬다. 그럼 괜시리 주변에 인물을 꼬드겨 족발을 먹으러 가자했다. 가는 김에 맛있는 곳으로 가는 게 낫겠다싶어 인터넷을 뒤지다보니 몇 군데 나오드라. 해서 간곳이 공덕시장(사진 아래) 족발골목. 싼맛에 말랑말랑한 족발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단점은 무지 시끄럽다는 거. 먹으러만 가야쓰겠다.
남대문시장에도 족발집이 여럿 있다. 족발만 보자면 공덕 시장이 낫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여긴 덜 시끄러워 이야기하기엔 낫다. 공덕보다 쪼끔 비싼걸로 기억된다.
현재 내가 생각하는 맛있는 족발집은 종로 낙원동 쪽에 있는 '장군족발(사진 아래)'이다. 두께도 좋고 고기맛도 말랑말랑한 게 전혀 질기지도 않다. 고기 잡내도 없는데다 다른 향도 크게 없어 내 먹기엔 아주 좋다. 껍질이 너무 말캉거리는 게 흠이라면 흠... 장단점이 있는 거다. 팍팍한 살코기에는 껍질이 쫀쫀 낫고, 말랑말랑한 살코기에는 껍질이 좀 질겅거리고...
껍질은 수퍼에서 파는 족발도 나름 맛이 좋다. 쫀득한 게 존디기 같으면서도 물컹거리지않고 씹는 맛이 좋다. 먹기좋게 적당히 굳어있는... 그래서 수퍼용 족발(사진 아래)도 가끔은 사먹는다.
동네 수퍼에서 발견한 슬라이스 족발과 25도짜리 진로... 반가운 마음에 냉큼 사가지고 와서 마셨다. 으아~ 싸하드라...
회사 앞에 아주 유명한 족발집이 있다. 오향족발이라고 중국요리에 쓰이는 오향 재료를 가지고 족발을 삶는데 그 맛이 참 오묘하다 했다. 근무를 마치고 가면 늘 줄이 쫙 늘어서는 바람에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매번 줄을 서다 포기를 하곤 했는데, 기분이 몹시 좋지않던 어느 날 남은 근무시간을 재끼고 일찌감치 술을 마시러 가는 김에 들러보니 자리가 있었다. 한 다섯시쯤 되었나보다. 근데 아쉽게도 그냥저냥 맛은 있게 먹은 것 같은데 술을 폭주하는 바람에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이 없다. 그날 술에 취해 거리를 막 헤매다 집에 들어갔는데 담날 무지 피곤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뒤로 아직까지 가보질 못했는데, 누군가 일찌감치 줄을 대신 서준다면 가볼만 하지만... 우째... 다시 기분이 몹시 안좋은 날이 생기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다. 요즘 포장도 되는 것 같던데... 그냥 사가는 게 나을지도...
이렇게 밖에서 족발을 먹고다니니, 게다가 그래도 맛있다고 이름난 곳을 몇군데 다니다 보니 배달 족발이 영 아니더라. 마트 족발도 보기에만 좋았지 별 맛은 없고... 그저 쫀득한 족발이 생각나면 수퍼족발을 사다먹는 게 더 낫더란 생각이 들었다.
서설이 긴데, 이번 집도 타이틀이 오향족발이다. 그래도 족발 먹는 사람들이 손꼽는 집 중 하나로 서소문 오향족발에 비해 꿀릴 것이 없다는 대문점이다. 그래서... 작심을 하고 찾아가 보았다. 얼마나 맛있을까나 하고 말이다.
가격은 보시다시피 아주 착한 편이다. 요즘처럼 너나 할 것 없이 가격이 오르고 있는 시기에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들리는 소문엔 오향장육보다는 족발이 만두는 군만두가 맛있다고 했다. 모르지 내가 들은 소문만 그런지... 아무튼지 그 맛있다는 오향족발을 주문하여 보았다.
사비스로 나오는 에... 굴탕 정도 되려나... 걸죽~하다. 맛은 뭐 울면국물같다.
공덕시장에 비하면 턱없이 적어보이는 양인데... 뭐 안주로 먹기엔 적당하다. 오이와 양배추, 부추양념간장 그리고 오향재료(회향, 계피, 산초, 정향, 진피)를 넣고 삶은 물을 굳힌 짠슬 덩어리가 함께 나온다.
근데 이거 입으로 먹는 거는 알겠는데... 어찌 먹어야할지 아리까리하다... 그래 지나는 사장님에게 물어봤다.
족발에 짠슬을 조금 얹고 오이 얹고 양베추 얹고 양념장 얹고... 향이 진하고 좀 짠편이다. 그냥 족발만 먹어도 간이 된다. 말랑말랑한 시청앞 족발에 비해 이곳은 굳어있는 편이다.
나중엔 귀찮아서 양념장에만 먹었다. 흠... 절대 비교는 안되겠지만, 개인적으론 말랑말랑한 시청앞 오향족발이 나았다. 오향만 본다면 그렇고 여전히 장군족발이 제일 낫다. 내가 가본 가게 중에는... 밀이다.
만두가 맛보고 싶어서 뭘 먹을까 하다가 내심 고소한 군만두가 먹고싶었는데, 동행한 친구가 찐만두를 시켰다.
바람이 불면 너풀거릴 것 같은 만두피다. 사실 족발을 먼저 먹어놔서 그다지 맛있게 먹지는 못한 것 같다. 맛도 잘 기억이 안나고...
진한 향내의 오향족발... 색다른 맛이긴 했으나... 내 입맛에는 그냥 족발이나 한방족발이 낫다. 그래도 뭐 친구들이랑 어쩌다 색다른 맛을 즐기러 갈 만은 했다는...
좋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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