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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화양연화]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양조위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또는 장만옥을 좋아해서도 아니고, 혹은 왕가위를 좋아해서 역시 아니다-하지만 양조위는 좋아하는 배우임에는 틀림이 없다. 단지 극중 양조위, 챠오가 왜 앙코르와트에 갔는가, 거기서 무슨 짓을 했는가가 궁금했을 따름이었다.

앙코르와트가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 중 하나가 안젤리나 졸리의 라라표 뽕브라가 멋진 [툼레이더]요, 또 하나가 본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화양연화]다. 필자는 어제 이 두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제법 떠들썩하고 시끄럽고 게걸스러운 영화인 [툼레이더]는 졸면서 보았는데, 많이 정돈되고 다소 느슨한 분위기의 영화인 화양연화는 두눈이 말똥말똥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눈 깜박거리는 거 외에는 눈을 감은 일이 없으니, 참으로 원더걸즈가 엉덩이를 흔들면서 '아이러니~' 하듯이 아이러니하다.

하여 오늘 필자가 할 얘기는 애초에 말했듯이 양조위가 왜 앙코르와트에 갔는가, 덜렁 마지막 배경을 차지한 앙코르와트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고찰해보았으면 좋았겠지만은, 별로 분석적이지 못한 나의 뇌 탓에 그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나는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아름다운 만옥씨'에 대하여 썰을 풀어볼까 한다.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아름다운 만옥씨의 아름다운 차이나드레스'에 대하여 얘기를 하려고 한다.

필자는 영화를 보던 중 문득 전과 다른 단아하고 아름다운 게다가 매력적인 만옥씨의 모습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이전까지의 만옥씨에 대한 이미지는 이랬다. [폴리스스토리]에서 성룡의 귀엽지만 말이 많은 애인, [아비정전]에서의 순진한 매표원, [첨밀밀]에서의 소박한 본토 처녀 등 그밖에도 장만옥이 출연한 영화는 많았지만 필자의 기억력이 짧으니 딱 거기까지다. 이랬던 그녀가... 아름다운 원숙미의 여인으로 다가왔다. 왜? 어떻게?

그것은 바로 고데기로 정숙하게 말아 올린 복고풍의 머리와 그녀의 연약해 보이지만 늘씬한 바디라인이 꼼짝없이 드러나는 화려한 무늬의 차이나 드레스 때문이었다. 결국 오늘 필자가 할 얘기는 바로 아름다운 만옥씨가 화양연화에서 입은 거의 매씬마다 바뀌는 아름다운 '차이나 드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련다. 단, 본 필자 중국 복식에 대하여는 깜깜이니 그저 개인적인 감상만 정리해보려 한다.




1. 만남(1962년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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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보러온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장면에서 만옥씨는 화려한 장미꽃이 그려진 드레스를 입었다. 장미꽃은 화려하지만 파스텔톤의 하늘색 바탕에 핑크색 장미는 그녀의 말이 적고 단아한 성품을 잘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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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같은 날 이사를 한다. 이삿날 만옥씨는 베이지색 바탕에 다소 어두운 느낌의 쑥색과 고동색의 체크무늬 드레스를 입는다. 이는 어쩌면 먼지가 많이 날 이삿날이니까 뭐가 묻어도 표가 잘 안나게 하기 위한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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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후 공항으로 남편을 마중나가는 만옥씨.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무늬의 드레스는 주홍색만 아니면 야전 유격대 군복 무늬라 해도 좋을 듯 싶다. 개인적으론 별로 맘에 안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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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두 사람(자신의 남편과 차우의 처)의 바람을 눈치채기 전, 주인집 식구와 마작을 즐기는 남편곁 지키는 만옥씨. 차우의 처가 묘하게 남편의 곁을 스쳐 지난다. 붉은색과 파란색의 소용돌이 무늬의 드레스가 앞으로 전개될 네 사람의 사이를 암시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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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허물 같은 세로 줄 무늬의 드레스. 출장가는 남편에게 직장의 사장님의 애인과 부인의 선물을 챙겨달라는 주문을 하는 만옥씨다. 남편은 뱀허물 벗듯이 해외로 나가버리고 그녀는 늘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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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의 만옥씨. 사장의 부인에게 늦는다고 전화를 하고 그의 애인과의 저녁약속을 예약해주는 친절한 만옥씨. 조명에 의해 그녀의 얼굴은 밝게 빛나지만 그런 일을 처리해주는 만옥씨의 가슴은 그녀가 입은 드레스처럼 어두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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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통을 들고나오는 만옥씨. 각각의 다른 색을 줄무늬가 있는 드레스. 다소 칙칙해 보이나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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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을 선보이던 날. 사람들과 만옥씨는 테이블에 어울려 놀기 보다는 이렇게 가만이 신문의 연재소설 읽기를 좋아한다. 이는 후에 차우와 만남의 연결고리가 된다. 어쩌면 텅비어있을 그녀의 마음속 처럼 무늬가 없는 솔리드 스타일의 옅은 쑥색 드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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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차우를 만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 어쩌면 얘기할 상대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소설에 대하여 얘기를 하다. 무늬는 다소 단조롭지만 다뜻한 질감의 드레스. 그녀의 마음에 온기가 들어오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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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의 책을 돌려주다. 차츰 다른 두 사람의 관계가 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의심이 가고 있다. 밝은 연두의 사각형 무늬 드레스. 단색이지만 화려한 색감의 이 드레스는 아무나 소화할 수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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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국수씬. 이전에도 국수를 살 때의 그 드레스. 그렇다면 이 드레스는 국수용 주문용이란 말인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하지만 이 드레스는 이후에도 몇 번 나온다.

여전히 고독한 만옥씨. 다음 화면은 아내의  거짓을 알게된 차오가 분노의 만두를 씹어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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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국수 드레스도 역시 나왔던 드레스 신문보던 드레스이다. 불빛에 반사되는 보색이 묘한 슬픔을 준다. 차우의 표정 반기는 표정으로 지나지만 만옥씨는 그저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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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봤던 장미꽃 드레스. 이제 새옷이 떨어졌는가... 돌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앞서 잠깐 나와 그런지 식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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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밤의 국수씬. 앞서 나왔던 드레스. 확실하다. 이제 그녀는 새로 입을 옷이 떨어진게다. 이쯤에서 서로는 의심의 끈을 당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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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렇지. 새옷이 없을리가 없어... 시스루룩이 가미된 호피 혹은 얼룩말 무늬의 가로줄의 넓은 검은 스트라이프 드레스. 다소 마른 체형의 그녀를 보완하기도 한다.





2. 확인 그리고 새로운 만남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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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상대에 대한 의심이 확인이 되는 날,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다. 이 드레스는 시작의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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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로운 드레스가 나온는 게 참으로 반갑다. 차우와의 두번째 만남. 그 '둘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적어도 당신들과는 다르겠지. 이후 둘의 만남은 잦아진다. 그리고 입었던 다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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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식사를 하다. 조금은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두 사람. 겨자소스를 주는 차우와 그것을 잘도 찍어 먹는 만옥씨. 가슴의 노란 꽃이 더 화려했다면 어땠을까... 그녀의 가슴에도 이제 다시 꽃이 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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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왜 안했느냐며 따져묻는 만옥씨. 이미 그녀의 마음은 다른 곳으로 가고 있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야... 하지만 우린 그들과는 다른데 어떡해... 아직은 차우의 손길을 피하는 만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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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을 찾은 두 사람. 차마 들어가지는 못하고... 장미가 새겨진 붉은 색의 시스루 드레스. 이 드레스를 입고 포즈르 취한 만옥씨가 보고 싶었다. 아주 고혹적인 이미지가 상상이 된다. 붉디 붉은 만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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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은 차우가 앓아 누웠다. 문병온 친구에게서 얻은 정보는 참깨죽을 먹고 싶어한다는 것. 그렇지 죽을 쑬려면 젛어야 한다. 소용돌이처럼 젛어라. 하지만 정작 죽을 끓일 때 드레스는 이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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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에 빠지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차우. 그의 곁에서 아이디어를 내주는 만옥씨.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한 집에 있던 둘은 주인이 돌아오자 만옥씨는 나오지 못하고 차우의 집에서 갇혀지내는 꼴이 되어 버린다. 다음날 회사도 결근하고... 그녀의 머리 속은 드레스의 무늬처럼 어지러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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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따로 작업실을 얻은 차우에게 다가가지도 떨어지지도 못하는 만옥씨. 선택은 그녀의 드레스 색처럼 둘 중의 하나였다. 검은 장미가 새겨진 하얀 드레스에 붉은색 코트가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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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모습이 안 이쁜 사람이 어디있겠냐만, 만옥씨는 더 이쁘다.  그녀의 드레스 만큼이나 화사한 웃음을 보이는 만옥씨. 작업실은 둘만의 장소이고, 그들은 다른 두 사람과는 다른 방식의 사랑을 한다. 아직은 그것을 부정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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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의 공간에서 그녀는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드레스는 이전에 나왔던 것이지만,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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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새로 장만한 드레스가 나왔다. 꽃무니가 사선으로 배치된 심플한 디자인의 드레스. 하지만 만옥씨는 가슴이 아프다. 잦은 외출로 차우와의 관계가 들통날 위험에 처해있다. 주인 아줌마, 그런 건 대충 묻어주지 왜 쿠사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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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의 곁은 갈 수 없는 만옥씨. 드레스의 풀잎이 마치 커다란 눈물이 뚝뚝 떨어진 자욱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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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이 드레스가 가장 맘에 든다. 아.. 차우를 못만난 게 며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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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고하는 차우. 나 역시 그들과 같았다고 고백하는 차우와 이별연습을 하는 만옥씨. 만옥씨는 두번째 그의 어깨에서 흐느껴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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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꼭잡은 손을 놓지 않지만 이별을 예감한다. 설마 이것이 마지막은 아니겠지...






3. 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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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이제 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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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다렸고, 그녀는 찾아왔다. 그런데 왜 둘은 만나지 못한 것일까. 차우는 일부러 더 오래 기다리지 않았던 것일까? 설마 티켓이 더 없었던 거야? 환하게 웃던 웃음의 기억을 지우는 화사한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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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싱가폴. 차우의 집에 찾아간 만옥씨. 그녀는 그의 흔적을 가져가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간다. 만남은 없었다. 목소리만 확인했다. 차갑지만은 않은 쪽빛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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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홍콩. 다시 찾은 옛날의 아파트. 만옥씨는 예전의 집주인에게서 아파트를 인수한다. 나무색 드레스는 비밀을 봉인한 만옥씨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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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부르는 만옥씨. 일상적인 식탁보와도 같은 이미지의 드레스. 시간은 감정을 무디게 만든다. 다만... 그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야... 만옥씨.




무지 많이 억지지만 만옥씨의 극중 인물인 첸부인의 차이나 드레스를 통하여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을 그려보았다. 당시 홍콩의 모든 부인네들이 차이나드레스를 입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영화의 의상담당은 이를 염두하고 만옥씨에게 옷을 입혔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무엇을 입든 이미지는 상상하는 자의 몫이니 모두 필자의 과한 공상일 수도 있다. 어쨌든 영화에서 만옥씨는 그녀의 몸에 매우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드레스 퍼레이드를 보여주고 있다. 굳이 옷걸이가 좋음을 탓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이나 말이다. 굿이에요 굿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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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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