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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성물기행

[性物紀行] 호암산 석구상의 숨겨진 물건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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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산은 삼성산과 함께 관악산에서 나눠지는 지산이다. 그러니깐 크게 보면 삼성산이요, 더 크게 보면 관악산이 된다. 그렇듯이 호암산에 오르면 능선을 따라 삼성산에도 관악산 정상에도 이어진다.

그런데 왜 산 이름이 호암산인가? 이는 산봉우리가 호랑이의 머리를 닮았다 해서 호암산인데, 조선의 태조가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궁궐을 지을 무렵, 밤만 되면 호랑이 꿈을 꾸어 괴로워하였다. 하루는 한 노인이 나타나 지금의 호암산을 가리켜 저 산의 기운이 세서 도성에 위협적이니 그 꼬리가 되는 부분에 절을 지어 기운을 누르라 했다. 그래서 태조는 노인이 일러주는대로 절을 짓고 호압사(虎壓寺)라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또 이런 얘기가 있다. 호암산은 화기(火氣)가 강한 산이라서 그 지산인 호암산에 우물을 파서 물을 저장해두어었고 그 부근에 수신인 해태(해치)상을 만들어 그 화기를 잠재우려 했다는 것이다. 경복궁에 세워둔 해태상도 관악산으로부터 오는 화기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세운 것이라 한다. 아무튼 호암산의 해태상은 호랑이상으로도 의심되고는 했는데, 현재는 개로 판단되어 석구상이라 이름 짓고 그 설명을 석구상 앞에 달아놓았다. 헌데 그 석구상의 물건이 남다르다 하니 살아있는 개도 아니요 돌로 만든 개에 어떤 물건이 달려있을까 두 눈으로 확인하고자 시흥동 호암산을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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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천구청역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금천구청.
     요즘 지자체들은 청사에 너무 신경을 쓰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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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앞에서 마을버스 1번을 타고 벽산아파트5단지로 향한다.


우선 호암산의 석구상을 가장 빠르게 찾는 길은 금천구청역(구 시흥역)에서 하차하여 마을 버스 1번을 타고 벽산아파트 5단지에서 하차 하는 것이다. 그리고 501동을 찾아가면 캅바위 조망명소를 찾아가는 계단이 나오는데, 도로 아래의 터널을 통과해 나오면 호암산을 오르는 산길이 나온다. 이를 따라 줄곧 오르면 칼바위조망명소를 지나 한우물조망명소를 지나 석구상이 나온다. 또 다른 방법은 마을버스를 갈아타기 귀찮을 경우 한 정거장 차이나는 석수역에서 하차를 한 후 한창 아파트 공사가 진행중인 시흥동으로 건너가 바로 보이는 골목으로 쭈욱 들어가면 산언저리라 나오는데 그 길로 따라 올라가면 불영암과 한우물의 뒤편 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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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그대로 칼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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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바위에서 내려다 본 아파트 전경


날을 좋았는데 아침 안개가 자욱하여 하늘을 파래도 도시 전경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칼처럼 예리하게 생긴 바위는 참으로 희한했다. 더욱이 재미있는 사실은 칼바위 옆의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마치 호랑이 머리를 닮아 역시 호암산이란 괜히 지어진 이름이 아니었음을 알려주었다. 실은 산에 오르기 전에도 이미 산 중턱의 바위군에서 호랑이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다 바라보는 자의 몫이니 내 억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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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바위 좌측 인근의 바위. 마치 왼쪽을 바라보고 있는 호랑이의 얼굴 같다.


한우물을 찾으니 전해들은 이야기와는 다른 사실이 안내판에 적혀있었다. 이미 통일신라 시대부터 있었던 석축지가 발견되어 조선시대 이전부터 한우물의 존재는 추측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주변에 또 다른 우물의 흔적이나 산성지가 발견되어 이미 신라시대부터 이곳은 어떤 주요한 요충지였음을 생각할 수 있겠다. 한우물의 한 편 석축에는 석구지(石狗池)라는 표석이 자리하고 있어 이를 토대로 언덕 위에 있는 동물상이 해태나 호랑이가 아닌 개임을 추측할 수 있는 근거로 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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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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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축 한 쪽에 '석구지'라 새겨져 있다.


석구상은 추측한다면 한강 이북인 4대문 안쪽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데, 제일먼저 발견한 석구의 꼬리를 보면 이놈이 정녕 개인지가 조금 의심스럽다. 보자면 호랑이꼬리 같은지라 이전엔 이로써 호랑이라 판단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등산객 중에는 이를 예전부터 들은 대로 그냥 해태상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꼬리만 보면 호랑이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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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구상의 꼬리. 정녕, 개꼬리란 말이냐?


그런데 이 앞으로 와서 돌상의 머리 보니 영락없는 미련한 개의 모양이다. 앞으로 덮여있는 귀와 둥그런 얼굴 형상 아주 단순화된 모습이지만 이건 호랑이나 해태의 모습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마치 유치원생이 그린 개 같다고나 할까? 안내판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해태상으로 전해져 왔지만 한우물의 석축에 석구지라 표기된 돌이 나왔고, 시흥읍지(始興邑誌)에 의하면 호암산 남쪽에 석견 네 마리를 묻어놓았다고 표기가 된 사실을 근거로 이 돌상을 석구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중요한 건 이 돌상, 즉 석구상의 물건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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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구상의 머리. 순하게 생긴 개의 모습으로 앞발이 알증맞게 보인다.


석구상은 전체적으로 환조이지만 부분적으로 보면 보조에 더 가깝다. 특히 물건이 있어야 할 배 부분은 돌로 채워져 있어 이놈의 물건을 확인할 길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낚인 것인가? 놈은 분명히 네 개의 다리가 새겨져 있으며 두 개의 뒷다리 사이에 있어야 할 그 물건이 그만 깎다가 만 돌 속에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만 나는 잠시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천천히 석구상 주위를 돌았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어 석구상의 부분 부분을 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었다. 아니! 저것은 바로... 사람의 그것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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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구상의 옆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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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둘러보는데... 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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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길게 나온 것이 그럼!?


어쩌면 과도한 상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연하게 뻗어 내리다가 살짝 위로 고개를 든 그 모습은 영락없이 사람의 남근을 닮았다.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본다면 개의 뒷다리다. 다리의 끝부분엔 확연히 발가락이 갈라진 갈래도 새겨져 있다. 그렇다면 어찌 나는 개의 뒷다리를 남근으로 보는 것인가? 게다가 두 개씩이나 개의 몸에 달려 있다는 것인가?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수많은 노래와 문학 작품과 조각품과 유물에는 말도 안 되는 신화와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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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서 보면 발이다.


우선 필자는 이렇게 생각해보았다. 이것이 개의 물건이라 이렇게 표현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개의 물건을 유심히 관찰했다면 알 수 있듯이 개의 그것은 윗부분이 배에 붙어있으며, 마음이 동할 때만 뻘건 것이 밖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왜 필자는 이것을 개의 물건도 아닌 사람의 남근으로 파악을 하는 것인가?

요는 이렇다. 순전히 필자의 상상이지만 이 석상을 만든 석공이 되어보았다. 나는 무척이나 익살맞으며 또한 성적인 상상력도 풍부한 석공이다. 나는 이 석상을 만들면서 뭔가 남모르는 나만의 재밋거리를 넣어두고 싶다. 그것은 여기에 남근을 새겨 넣는 것이다. 하지만 공적인 일에 그런 짓을 했다간 치도곤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하여 나는 꾀를 내었다. 개의 다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개의 뒷다리를 남근처럼 만들어놓는 것이다. 누구도 의심할 여지가 없게 그 끝에는 발가락도 새겨 넣었다. 게다가 두 개를 만들어 놓았으니 누가 알겠는가. 다만 이렇게 뒤쪽에서 비스듬하게 보면 남근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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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구상 전경. 석구상 바로 앞에 알터처럼 패인 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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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구상의 쥐에 있는 바위의 알터 흔적.


물론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억측이다. 하지만 올곧게 개의 뒷다리로만 보기엔 좀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다. 앞다리와의 비율은 차치하고라도 정강이가 어찌 넓적다리에서 튀어 나온단 말인가. 석공이 스스로 그랬든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든 아는 사람만이 알게끔 상상력이 있는 자만이 볼 수 있게끔 트릭을 만들어놓은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상상해 본다면 석구상에 남근을 숨겨놓았다는 이야기는 그다지 무리는 아닐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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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구상과는 관련이 없겠지만, 주변 불영암에 개들이 많았다.


이렇게 돌아다니면 남근석을 찾으면 그 상대가 되는 여근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마련이다. 꼭 있는 것은 아니요, 반드시 있어야 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름 음양의 조화를 추구한다면 있는 게 더 났겠다. 한우물을 여성에 빗댄다면 너무 오버다. 그렇게 생각하고 주변을 살피다 한 바위를 발견했다. 그다지 멀지는 않아 일부러 찾아가보았는데, 우연이지만 너무나 신기하다. 석구상과 한우물이 있는 불영암의 사이 나무 숲속에 있는 바위에 여근이 들어앉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음약의 기운이 조화로운 곳이다. 한우물의 물은 늘 마르지 않고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데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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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구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 있는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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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중간에 여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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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좌측은 사람의 옆모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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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암산의 오르기 전 바라본 산중턱 바위군의 모습에서
     호랑이가 누워있는 듯한 모습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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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지었다는 호압사(虎壓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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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압사를 내려다보다 우측으로 보이는 바위.
     마치 고릴라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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