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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포항이야기

호미곶에서 일출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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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을 본 적이 있는가?’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럼 있지.’ 라고 쉽게 대답은 할 테지만, 막상은 떠오르는 그림이 머릿속에는 없다. 아마도 어릴 적 수학여행 시절을 지나고 나면서 이러저러한 여행을 다니긴 했지만, 일부러 일출을 보러 다닌 일은 없었고, 해마다 먹는 나이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뱃살만큼 게으름도 더해져, 어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좀처럼 쉬운 일인가 말이다. 늘,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이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불현듯, 그 아름답던 젊은 시절의 눈부신 기억이 바래져가고 있음을 느꼈을 때, 그래 그 황홀했던 풍경을 다시 망막(網膜)에 담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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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1시에 출발... 어느 휴게소에서 잠을 자고 있는 화물차들... 


내가 포항 시내를 지나 호미곶을 향하여 자동차 액셀러레이터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는 이미 푸른 기운이 검은 하늘을 몰아내고 있었다.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일출시간은 7시 5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시간은 아직 30분도 더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점점 하늘은 조금씩 밝아오고 그만큼씩 마음은 조바심에 어쩔 줄을 몰랐다. 대뜸 훌쩍 날아가서 당장 호미곶 주차장에 안착했으면 좋겠다는 상상만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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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상생의 손’의 실루엣이 보이고 바닷가 앞은 이미 10여대의 차량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다. 아직 아침 해는 얼굴을 내보이기 전, 검은 수면 위로 붉은 기운이 평행선을 이루고 검푸른 하늘 사이로 무지개처럼 그러데이션을 이뤘다. 금방이라도 둥근 해가 솟아오를 것만 같아 서둘러 차에 내려 코앞에 ‘상생의 손’을 두고 섰다. 무언가 기원하는 듯 하늘을 향해 손을 벌린 거대한 돌 구조물은 아름다운 붉은 배경을 뒤로 하고 미동도 없었지만, 어쩌면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바닷물을 뚫고 거인이 눈앞에 나타날 것만 같았다.

차츰 사람들이 내 주위로, 아니 거인의 손 주위로 모여들고, 점점 붉은 기운이 어둠을 모두 몰아내고 있었다.

동튼 바다의 차디 찬 바람은 맨손을 얼려버릴 것 같이 세차게 스쳐 지났다. 몇몇 아직 시동을 그지 않은 차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불구하고 가장 앞으로 나가 붉은 해가 상기된 얼굴을 어서 보여주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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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둥근 무언가가 수면 위로 고개를 빠끔히 내보였다. ‘아!’ 뭐라 딱히 표현할 수 없는 짧은 탄식이 사람들의 닫혀있던 입술을 터뜨리며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어쩌면 치명적인 급소를 맞았을 때의 들리지 않는 비명과도 같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용히 흘러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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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의 붉은 테는 떠오르는 눈부시게 밝은 빛으로 떠오르는 아침 해로 좌우로 갈려버렸다. 해는 천천히 그러나 눈에 보이는 속도로 수면에서 뚫고나와 공중부양을 했다. 이 모든 것은 ‘아차’ 하는 사이였다. 어떻게 저리 천천히, 그런데 그 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가. 둥근 해가 그 상기된 낯빛을 완전히 내보이는 4,5분의 시간이 왜 그리 빠르게 느껴지는 것인가. 사람들은 미리 가져온 희망과 소망을 보따리를 풀어냈지만 이내 아쉬움의 탄식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렇게 밝고 둥근 아침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볼 수 있는 날이 며칠이나 되겠는가. 태양은 모두의 소망을 담아 어둠이 모두 걷힌 하늘위로 두둥실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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